만화책이랑

그 남자! 그 여자 1 / 아리마와 유키노

2008. 10. 21. 09:22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게 연애야.

멋부리고 잘 하고 있는 동안은 아직 진짜가 아냐.

그건 아직 상대보다 자기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거지.

마음의 균형이 무너질 정도의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마음을 '빼앗긴다'라고 하는 거야.

 

마음에는 형태도 무게도 없다.

크기도 깊이도 잴 수 없다.

그 정체를 아무도 본 적이 없는데--- 확실하게 상처를 입는다.

온몸과 마음이 그 사람에게만 반응한다.

 

 

아리마가 합숙훈련을 마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유키노

 

내일이 되면 만날 수 있어.

보고 싶다.

곁에 있고 싶다.

헤어져 있으면 제대로--- 생활하는 것조차도 고통.

사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리마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내가 아직 어려서--- 그래서 그 사실을 몰랐던 것뿐이지,

사실은--- 사실은 훨씬 전부터---

 

유키노, 이 녀석! 그렇게 못 알아보고 지나칠 수 있어?

잘 다녀왔어.

 

아리마의 얼굴을 바라본다.

 

유키노하고 있을 때가 제일 좋구나.

 

순간 너무도 아름다운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속에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 피어났다.

그리고 몸 전체로 퍼져서 날 지배한다.

어째서 지금까지 그와 함께 있으면서 태연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숨도 쉴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같은 사람을 또 한번 사랑하게 되었다.

 

아리마의 목소리--- 머리카락, 표정, 말투---

마치 기분좋은 음악 속에 있는 것 같아.

아리마가 날 본다는 것만으로도 움직이질 못하겠어.

아리마가 나처럼 어렸다는 게 믿어지질 않아.

마음을 강요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어서 모르고 있었지만---

아리마에게 전해야 돼.

"전보다도 훨씬 더 좋아하게 됐어."

"아리마의 곁에 있기만 해도 두근거려."

부끄러워---

아냐, 중요한 마음은 확실히 전해야 된다구.

틀림없이 굉장히 기뻐할 거야.

 

어떡해.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서투른 걸까.

다른 일이라면 뭐든지 잘 할 수 있는데---

 

왜 날 피하는 거지?

말도 안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왜 그래?

 

너무도 아리마에 대한 마음으로 넘쳐서--- 닿는 것조차 두려워.

 

상처 입혔어.

아리마의 마음에 상처를 줬어.

그는 무엇보다도 거부당하는 게 두려울 텐데---

 

놓지 않을 거야. 피한다 해도, 날 싫어한다 해도 상관없어.

네가 날 돌아볼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더이상 안 기다릴 거야.

네 마음 같은 거 이젠 몰라. 나는 유키노를 놔줄 맘이 조금도 없어!

 

이제 괜찮아--- 오해하게 해서 미안해. 피했던 게 아냐.

아리마를 피한 것은 부끄러웠기 때문이야.

눈을 마주치지 못한 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당황해서 그랬던 거고.

어제 오랜만에 아리마를 만나고, 전보다 훨씬 더 좋아하게 됐다는 걸 깨달았어.

전보다도 훨씬 더 아리마가 좋아.

곁에 있기만 해도 두근두근해.

 

기쁘다---

 

간신히 말했어.

아리마에게 전했어.

아리마가 받아들여줘서 너무도 기뻐.

줄곧 사귀고 있었는데도 처음으로 마음이 서로 통한 것 같아.

아리마의 곁에 있는 게 너무도 기분 좋아서, 언제까지고 떠오르는 달을 보고 있었다.

 

 

 

가족 모임에 가서 호된 무시를 받고 모멸감에 빠진 아리마.

 

이런 날은--- 증오와---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검은 얼룩처럼 느껴지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 사람들이 싫어! 그저 이 집안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사라져버리고 싶다.

그래도 똑바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지금의 부모님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소중한 그녀가 나를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해 준다.

그거면 충분해.

 

자아, 어디로 갈까--- 둘이서.

유키노를 안을지도 몰라.

안고 싶어.

 

왜 그런 말을 한걸까.

여태까진 별로 그런 소리 입밖에 안 냈었잖아.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아.

뭐랄까--- 좀더 정신적인 거겠지. 아리마가 말하는 건---

 

이상한 느낌이다.

몸은 아직 닿지 않았는데, 마음은 지금 확실히 서로에게 닿아 있다.

 

그럼, 우리집에 갈래?

하지만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어. 어떻게 할래?

 

--- 정말 기쁘다.

응?

우리 사이에 지금 같은 시간이 있다는 게.

굉장히 솔직하게 서로를 좋아하고 서로를 믿고 망설임이 없잖아.

지금만큼 행복한 때는 태어나서 몇번 안돼.

그러니까 잊지 못할 거야.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도--- 기억할 거야.

  

손끝이 달콤하게 저린다.

혈액처럼 몸 전체로 퍼져서 행복감이 모든 것을 채운다.

확인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옆에 오면 알 수 있다.

어디 있든지 그 사람의 기척만은 반드시---

이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날 매료시키는 그 사람일까,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일까.

 

 

 

사쿠라와 토나미의 사랑--- 시작도 멋지다.

 

너 말이야, 왜 나한테 시비를 거는 거야?

전학 온 지 며칠 되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날 걸고 넘어지는 거지?

네가 싫으니까. 난 너 같은 녀석이 싫어.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래갖곤 안돼.

그 정도로는 조금도 사쿠라를 상처 입힐 수 없어.

옛날부터 그래.

너무도 자유로워서 잡을 수가 없어.

 

내가 한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왜 그렇게 여유를 부리는 거야?

싫어한다니 어쩔 수 없지 뭐. 맘대로 싫어해. 게다가 난 네가 꽤 좋으니까.

뭐어? 나는 네가 싫다고 하는데도?

이상해. 날 싫어한다면 나도 싫어해야만 되는 거야?

생각해보면 난 너하고 있는 게 재미있어. 그거면 되는 거 아냐?

 

닿지 않아.

너무도 자유분방해서 이 녀석의 마음은 언제나 어딘가 먼 곳에 있어.

나의 어떤 목소리도, 감정도, 닿질 않아.

결코 사쿠라에게 닿질 않아.

 

잠들어 있는 사쿠라에게 키스하는 토나미.

사쿠라 놀라서 눈을 뜨며 왜 그랬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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