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두지만, 난 공부와 연애를 병행할 수 없는 골빈 여고생과는 사귈 맘 없으니까---
열심히 하세용~
난 열여섯,
토루는 스물 여덟.
12년 차이지만 사귀고 있습니다.
일단은.
샴푸 냄새와 옅게 배인 소독약 냄새.
토루를 만나고 나서 세상의 색이 바뀌었다.
만약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아무도 좋아할 수 없었다.
나 자신조차도.
세상이 모노톤으로 보였던--- 그 무렵.
중3 봄.
그를 만났다.
성적은 좋았다.
우리집은 대대로 제법 유명한 전통과자점을 경영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예절을 엄격하게 배웠지만, 한 사람의 어른으로 대해 주어서, 어릴 때부터 의사를 존중받았다.
나는 가족을 존경하고, 무척 사랑했지만--- 제대로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다.
좋은 날씨--- 지루하다.
따뜻한 볕과 향기로운 꽃을 따라갔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마음에 드는 길이 생겼어.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치과의사.
호스트인 줄 알았다.
토루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도 세대가 달라서, 오히려 말하기가 쉬웠다.
뭐야, 안이 보고 싶었구나? 진작 말하지 그랬어. 괜찮은데.
그치만---
푸하하하! 누가 중딩을 여자로 보냐!
이 방, 왠지 편안해져.
정겹다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토루가 깨끗한 걸 좋아한단 사실을.
그런 느낌이 굉장히 좋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이 방이 편하다는 건--- 토루와 있으면 편하다는 뜻이야.
모노톤의 세계가 컬러로 바뀐 것처럼.
토루 씨. 나, 당신이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해도 돼요?
안됩니다!
그것이 첫 시작.
난 27세의 치과의사.
그녀는 중3.
우연히 알게 되어 조카같은 애정을 느끼게 될 무렵--- 고백받았다.
이 무슨 추태인가---
전에도 느꼈지만--- 저 아이 사적인 일이 되면 마음을 닫아 버리는구나.
미묘한 나이--- 조금만 잘못 디뎌도 완전히 저 너머 쪽으로 가버릴 것 같은---
그래, 줄곧 잊고 지내왔지만--- 저런 눈빛을 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안 된다고 딱 부러지게 말해야 돼.
넌 틀림없이 나한테 환상을 품고 있는 것 뿐이야.
나와 내 생활이 너희 집이나 학교랑 다르니까.
그걸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것 뿐이라구.
벌써부터 애써가며 어른과 사귈 필요는 없어.
어린아이로 있을 수 있는 건, 어린아이일 때 뿐이니까.
그 뒤로 그녀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녀의 높은 긍지를 깨달았어야 했다.
비로소 연애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도발적인 면이 좋아.
나에게만 특별한 마음을 열어준 게 기뻤다.
만약 가능하다면, 예쁜 꽃처럼 소중히 여기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호!
오랜만이죠. 고등학교에 합격했어요.
봄부터 다시 잘 부탁해요.
--- 난, 또다시 편두통에 휩싸이는 건가.
그건 걱정 마요. 조만간 해결될 거야. 나, 뇌 전문의가 될 거니까.
그후.
음지에 피어있던 꽃을 양지에 내놓은 것처럼
매일매일 풍성하게 피어난다.
우린 모른다.
이윽고 만난다는 것을.
만나고 반발하고, 서로에게 끌리고
같은 고교시절을 보낸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그 날.
분명히 모두 그곳에 있었다.
이건 그런 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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