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그 남자! 그 여자 3 / 마호 이야기

2008. 10. 22. 11:21

말해두지만, 난 공부와 연애를 병행할 수 없는 골빈 여고생과는 사귈 맘 없으니까---

열심히 하세용~

난 열여섯,

토루는 스물 여덟.

12년 차이지만 사귀고 있습니다.

일단은.

 

 

 

샴푸 냄새와 옅게 배인 소독약 냄새.

토루를 만나고 나서 세상의 색이 바뀌었다.

만약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아무도 좋아할 수 없었다.

나 자신조차도.

세상이 모노톤으로 보였던--- 그 무렵.

중3 봄.

그를 만났다.

 

성적은 좋았다.

우리집은 대대로 제법 유명한 전통과자점을 경영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예절을 엄격하게 배웠지만, 한 사람의 어른으로 대해 주어서, 어릴 때부터 의사를 존중받았다.

나는 가족을 존경하고, 무척 사랑했지만--- 제대로 어리광을 부릴 수 없었다.

 

좋은 날씨--- 지루하다.

 

따뜻한 볕과 향기로운 꽃을 따라갔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마음에 드는 길이 생겼어.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치과의사.

호스트인 줄 알았다.

토루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도 세대가 달라서, 오히려 말하기가 쉬웠다.

 

뭐야, 안이 보고 싶었구나? 진작 말하지 그랬어. 괜찮은데.

그치만---

푸하하하! 누가 중딩을 여자로 보냐!

 

이 방, 왠지 편안해져.

정겹다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토루가 깨끗한 걸 좋아한단 사실을.

그런 느낌이 굉장히 좋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이 방이 편하다는 건--- 토루와 있으면 편하다는 뜻이야.

모노톤의 세계가 컬러로 바뀐 것처럼.

 

토루 씨. 나, 당신이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해도 돼요?

안됩니다!

 

그것이 첫 시작.

 

 

 

난 27세의 치과의사.

그녀는 중3.

우연히 알게 되어 조카같은 애정을 느끼게 될 무렵--- 고백받았다.

이 무슨 추태인가---

 

전에도 느꼈지만--- 저 아이 사적인 일이 되면 마음을 닫아 버리는구나.

미묘한 나이--- 조금만 잘못 디뎌도 완전히 저 너머 쪽으로 가버릴 것 같은---

그래, 줄곧 잊고 지내왔지만--- 저런 눈빛을 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안 된다고 딱 부러지게 말해야 돼.

 

넌 틀림없이 나한테 환상을 품고 있는 것 뿐이야.

나와 내 생활이 너희 집이나 학교랑 다르니까.

그걸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것 뿐이라구.

벌써부터 애써가며 어른과 사귈 필요는 없어.

어린아이로 있을 수 있는 건, 어린아이일 때 뿐이니까.

 

그 뒤로 그녀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녀의 높은 긍지를 깨달았어야 했다.

비로소 연애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도발적인 면이 좋아.

나에게만 특별한 마음을 열어준 게 기뻤다.

만약 가능하다면, 예쁜 꽃처럼 소중히 여기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호!

오랜만이죠. 고등학교에 합격했어요.

봄부터 다시 잘 부탁해요.

 

--- 난, 또다시 편두통에 휩싸이는 건가.

 

그건 걱정 마요. 조만간 해결될 거야. 나, 뇌 전문의가 될 거니까.

 

그후.

음지에 피어있던 꽃을 양지에 내놓은 것처럼

매일매일 풍성하게 피어난다.

 

우린 모른다.

이윽고 만난다는 것을.

만나고 반발하고, 서로에게 끌리고

같은 고교시절을 보낸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그 날.

분명히 모두 그곳에 있었다.

이건 그런 날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