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궁 18

2008. 10. 16. 09:41

나쁜 놈,

어떻게--- 어떻게 벌써---

어떻게 벌써

이럴 수가 있어.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신채경.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텐데,

다시 일어서줘서 고맙다고.

내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줘서 고맙다고.

 

사막 끝에 버려져서 건초처럼 말라버렸을

그 마음을

다시 추슬러서,

다시금 그런 예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걸,

축하하고 싶다고---

 

하지만

역시 그건 위선일 뿐이겠지.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야.

그리고, 멍할 뿐이야.

단지 지금의 네 모습을 보며

약간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어.

나도 언젠가

내 안에 질기게 엉켜있는 너를

이제 그만 놓아주고는

새 출발선 앞에 서서

씩씩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수십 번도 넘게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그때 만약,

고갤 들어 그 앨 봤다면

나를 보고 웃어주었을까?

 

정신 차려---

오랜만에 만나서 들뜬 거야 뭐야.

다른 애한테 청혼까지 해놓고

이 무슨 얼빠진 짓이냐구.

 

너도,

그런 눈빛이구나.

다들, 지금 네가 하는 그런 눈으로 날 봐.

내 차를 운전하던 운전사 아저씨의 눈도,

문을 열어주는 수문장의 눈도,

안내를 하는 궁내 시종들의 눈도,

웃전들 말씀을 전하는 상궁의 눈도

모두 다 이렇게 얘길 하는 것 같아.

당신은,

우리의 세자빈을 절대로 대신할 수 없어요, 하고.

 

너도 그래?

아직 내가 들어갈 자리가 완전히 비워지지 않은 거야?

정직하게 대답해봐.

얼마나 잊은 거야.

1년이 지났으니까 어느 정도는 지워졌겠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얼마만큼이나 그 아이를 잊고 있는지---

 

전혀. 조금도---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천천히--- 천천히 해, 응?

기다릴게. 기다려볼게.

나, 그거 하난 잘하잖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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