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나나 19

2008. 9. 26. 23:18

아이가 있다든지, 일이 있다든지,

지금 당장 나나를 찾으러 갈 수 없는 이유는 많이 있지만,

난 역시 두려운 거야.

내민 이 손을 거절당하는 것이.

 

봄방학까지 앞으로 한 달.

이젠 아무데도 가지 말아 줘.

나도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있잖아, 나나.

내가 나나를 만나러 가는 건,

지금도 나나를 좋아하니까,

단지 그뿐이야.

 

만약 나나가 다시 그 방에 돌아오면,

시로카네 집은 이번에야말로 처분해도 좋아.

애 딸린 이혼녀라도 괜찮으려나?

 

 

 

나나가 트라네스를 라이벌로 여기는 건,

어쩌면 내가 배신한 탓도 있는 걸까?

하지만 내가 나나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건,

딱히 용서받고 싶어서가 아냐.

틀림없이 렌도 마찬가지겠지.

 

나나는, 솔로활동 하기로 맘 먹어 준 건 좋지만,

사랑을 등한시 하지 않았음 좋겠어.

어떻게든 화해를 시켜야 돼---

나의 자신작인 러브케이크로!

 

의리초콜릿 따윈 필요 없어.

진심이 담긴 건 더더욱 필요 없지만.

 

타쿠미가 이걸 받아주지 않아도,

더이상 외로움에 지거나 하진 않을 거야.

나한텐 타쿠미가 인정해 준 노래가 있으니까.

 

발렌타이 초콜릿을 건네준 뒤, 타쿠미의 뒤를 안는 레이라.

 

레이라--- 넌 나에게 있어서,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야.

그저 애인 중 하나로 전락할 셈이냐!?

그러고 싶어---

 

딱히 타쿠미의 분주함에

불만을 토하고 싶은 건 아니다.

타쿠미가 나와 만날 수 없는 시간도,

전혀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은 점이

서운했다.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일이 뭐더라.

손이 많이 가는 화려한 디너라도 만들까?

밸런타인이기도 하고.

그치만 타쿠미는 오늘밤도 늦으려나.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타쿠미가 그 재색을 겸비한 가희를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또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다.

 

만약 그 여자가 연적이 된다면,

난 틀림없이 무엇 하나 이길 수 없겠지.

불공평하잖아, 대마왕.

 

수상해.

역시 뭔가 낌새가 있어 보이는 그 두 사람.

하지만 설령 뭔가 있다해도,

인생은 칠전팔기.

더 이상 어린애처럼 처박혀서 울진 않겠어.

거침없이 싸우마!!

 

그럼 왜 데리러 오지 않아? 매일 기다리고 있는데.

 

왜일까--- 도무지 만날 마음이 안 드네.

딱히 이걸로 끝은 아냐.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거지.

뭐라고 해야 하나--- 시간과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때 있잖아?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있잖아, 렌---

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나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진 않을 거지?

 

그게 가능하다면 고생 안 하지.

나중에 데리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나나를 부탁해.

 

틀림없이 나나와 렌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강한 것뿐이다.

부딪히면 부서져 버릴 정도로.

 

나나와 707호를 뒤로 하고, 시로카네 맨션으로 돌아왔더니,

몇 배는 더 될 방이 갑자기 좁게 느껴졌다.

상경했을 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여겼던 미래는

모두 이곳에 담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다소 숨이 막혀도,

이곳이 내가 살아가는 장소.

 

있잖아, 나나.

이런 얘기 알아?

납치당한 피해자가 범인을 좋아하게 돼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

그 유리컵이 깨졌던 아침.

내가 타쿠미에게 구원을 바랬던 것도

어쩐지 그런 느낌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사실은 좋아했어.

사실은 지금도--- 좋아해.

 

타쿠미가 설령 어디에 있다 해도,

그 동안 나를 완전히 잊고 있다 해도,

지치면 돌아오고 싶어하는 곳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는 내게 승산은 없다.

 

타쿠미, 미안해.

바쁘고 피곤한데, 바람둥이 취급하면서 투정만 부리고---

 

난 확실히 바람둥이긴 하지만,

진짜로 좋아하는 건 나나뿐이야.

 

이 대목에서 드는 생각.

'특별한 존재'와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소중한 존재일까?!

타쿠미에게 레이라는  '특별한 존재'이고,

타쿠미에게 나나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다라---

 

이건 좋아해야 하는 건가?

하지만 타쿠미는 요즘 화도 안 내고 다정하다.

뭐, 변함없는 구석도 있지만

전보다 인간적으로 착실해졌다는 느낌이 들고.

내 사람의 힘이려나~

 

너 말이야--- 역시 왕자님이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 줘라.

혹시 몇 년 후가 되든,

데리러 와 줄 낮-은 가능성을 믿는 것 정도는 해봐.

 

역시 신은--- 더 이상 나랑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구나.

 

그런 말 안 했어. 믿고 기다리래.

 

무리야--- 꿈만으론 살 수 없어.

만나지 못하면 외로워서 죽어 버릴 거야! 

 

내가 죽게 놔두지 않아.

 

(헐~ 도대체 타쿠미의 진심은 뭐냐!)

 

있잖아, 나나.

렌이 부여해준 이 아름다운 이름을

나나도 불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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