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의 몸에 있던 용문신이 하백에게는 없었다.
바보 같이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하백과 무이가 동일인물이길 바라기라도 했던 건가.
하백이 소아더러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낙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황제폐하가 하백을 부둥켜 안는 것을 목격한 소아는 하백이 낙신이 돌아와서 자기를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슬퍼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그녀는 진짜고 나는 가짜니까---)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녀는 제게 아무 것도 아닙니다.
조만간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고, 그러니까 괜히 손대지 마십시오.
여전히 서툴다니까. '나의 아내다'라고 했다던데? 아주 유명하다구.
도대체 황제폐하의 정체는 뭐야? 소아를 넘보는 것 같은데, 무슨 의도에서 그러는 건지---
저기, 무이,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저번에 쓰러진 나를 방에 데려다준 건 무이였죠? 시장에서도 구해줬고, 하늘에서 천강을 보여준 것도, 그리고 어떻게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주는 거예요?
글쎄! 왜일까? 착각하지마, 네가 아닌 그 누구라도 상관없었어. 네가 단지 하백의 신부이기 때문일 뿐이야. 왜 자꾸 잘해주는 거냐구? 상처 입히고 싶었거든.
내뱉는 말과는 다르게 상냥한 입맞춤. 무이, 정말로 진짜로 솔직하지 못하구나!
우리, 내기 하나 할까요? 이건 그대에게 먹이려다 청조의 실수로 바뀐 망각초예요. 어떤 기억이든 모두 지워준다는 약초이지요. 다시 기억을 소생시킬 수 있는 건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뿐. 저와 내기를 하시겠습니까? 그 아이에게 이 망각초를 먹이고 돌려보내세요. 이곳에서의 기억은 모두 잊고, 원래대로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원래 그녀가 살아야 했던 삶을.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만약 그 아이가 그대의 이름을 기억해낸다면 그대가 이기는 겁니다. 하지만 그대가 진다면 이 약을 먹고 모두 다 잊어주세요. 괴로운 일도, 슬픔도, 분노도, 사랑까지도.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법.
황제폐하도 그렇고, 하백의 어머니인 서왕모의 존재도 껄끄럽다.
왜, 그들은 하백과 소아 사이에 커다란 돌덩이를 놓으려는 걸까.
정말로 하백과 소아를 견우직녀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정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국에서의 기억을 잃고 집으로 다시 돌아온 소아는 수근거리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편치 않다.
소아를 좋아했던 동영이 찾아와서 소아를 위로해주지만, 마을 사람들은 또 무녀의 계시를 받았다면서 소아를 죽여 제물로 바치려 하고, 동영이 마을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는 중에 비가 쏟아진다.
하백이 위험에 처한 신부를 위해서 힘 좀 쓴 거지. 안타까운 소아에게 속이 상한 하백은,
이 바보야, 꼴 사납게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 하더니 결국 이거야?
어렵다. 계속해서 생각해봤지만 역시 모르겠어, 인간들은.
약한 것 같으면서도 강하고, 또 강한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한없이 약해서 신경쓰여.
소아는 잘 있을까? 걱정되는데--
소아라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던데? 소중히 지켜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 같으니까 말야.
과연, 그래서 저기압이로군.
혹시 소아, 바람 피우는 거야? 그럼, 하백 소박 맞은 거야?
주변 사람들, 은근히 하백 심기 돋구고 있네.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
누가, 하백의 어지러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장춘단 달 밝은 밤에
떠나간 님이 지난 날을 말하네.
(이렇게 슬퍼할) 오늘 일을 진작 알았더라면
차라리 사랑하던 그날 죽었으면 좋았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