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해내북경]에는 하백의 모습을 '사람 얼굴'이라 했고,
[유양잡조-낙고기]에는 '사람의 얼굴에 물고기의 몸'이라 했으며,
[시자]에는 '하얀 얼굴에 키가 큰 사람이며 물고기의 몸'이라 했다.
우, 웃기지 말아요!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난 하백의 신부지 당신의 신부가 아니라구요.
그리고 똑바로 알아둬요. 내가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왜냐하면 하백은, 나한테 푹 빠져 있다구요!
그것 참 충격적인 소식이군. 하지만 이거 하나만 알아둬. 내 말이 곧 하백의 말이라는 걸.
소아는 꽤 엉뚱하고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무이, 곧 하백은 어처구니가 없다. 푹 빠져 있다구? 누가? 하백이?
아무리 좋은 의도이더라도 소아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아버지가 팔아넘기는 바람에 다른 처녀 대신에 바쳐진 하백의 가짜신부이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어, 절대. 누구한테도, 그것만은.
월하노인이 너에게는 두 개의 빨간끈을 주었기 때문에, 너는 두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야.
소아가 하백을 사랑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고, 또다른 사람은? 수국에서 처음으로 본, 하백인 줄 착각했던 대장군 후예일 것 같지? 꽤 다정하게 소아 곁을 맴돌잖아! 그리고 하백이 무척 사랑해서 잊지 못하고 있는 하백의 첫번째 신부였던 낙빈의 오라버니이자, 그 또한 낙빈을 사랑했었던 복잡한 관계의 남자.
설마, 두 개의 빨간끈이 하백과 무이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을까? 아, 몰라. 상상력 치매.
태을진인이 하백과 무이가 동일인이라고 말하자, 소아는 혼란스러워하면서 진실을 밝히려 하고, 자꾸만 무이에게 두근거려지는 마음 때문에 안타깝다. 무이가 하백이라는 말은 곧 무이가 내 남편이라는 뜻. 그런데 대체 난 어느 쪽이길 바라는 거지!
사실이길 바라는 걸까? 아니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걸까?
어젯밤 무이의 입에서 낙빈이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 순간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시기했던 나의 마음. 이 넓은 수국에 정말 나 혼자라는 생각에 조금은 두렵고 외로웠기 때문일 거야. 하지만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잠시 두근거렸던 건 놀랐기 때문일 뿐이야.
하늘에 맹세합니다.
내가 당신과 서로 알게 되고부터는
오래 살며 언제까지나 마음이 변치않게 되기를.
태을진인이 저녁에 야시장에 놀러 가자고 해서 함께 놀러 갔다. 들떠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 소아에게 후예가 수국에 온 기념선물이라며 빗을 선물한다. 뒤에서 갑자기 등장한 무이,
무슨 즐거운 일이라도 있나 보지? 아, 저기, 후예에게 선물 받았어요. 수국에 온 기념이라고.
그런데 그거 알아? 빗을 선물하는 건 청혼의 뜻이야, 라고 말하며 소아를 노려보는 무이의 얼굴.
요녀 무라의 질투로 다칠 뻔한 소아를 구해준 무이는 소아를 데리고 천강을 보러 올라간다.
아마 보통 인간은 죽을 때까지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일 거야.
예쁘다.
은빛으로 빛나는 저 강은 천강이야. 사랑의 상징인 동시에 이별의 장소이기도 하지.
헤어질 즈음
간곡하게
다시 하는 말이
둘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사오니
칠월칠일 긴 생애 전에
인적 없는 깊은 밤에 속삭이던 말이려니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아무리 천지가 영원한다 한들
언젠가는 다할 때가 있으련만
이 슬픈 사랑의 한만은
영원히 이어져 끝이 없으리.
백거이의 [장한가] 중에서
비익조 : 날개가 한쪽 뿐이어서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결합되어야만 날 수 있다는 새
연리지 :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현재는 남녀 사이 혹은 부부애가 진한 것을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