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란 참으로 신묘하다.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넘나들며, 어디로든지 뻗칠 수 있는 통로다.
또한 신과 인간계를 연결시켜 일체감을 이루게 하는 마법 같은 존재다.
그래서 물을 다스리는 신인 '하백'의 역할은 위대하고도 끝이 없나 보다.
하백은 물의 신이고, 하백의 딸은 유화, 하백의 사위는 해모수, 하백의 외손자는 주몽이다.
그리고 하백의 신부는 소아. 그럼 소아는 주몽의 외할머니네.^^
미안하다, 아가. 미안하다. 슬픈 어머니의 목소리.
집안 전체가 초상집같이 침울했던 그날은, 나의 결혼식이었다.
비가 오지 않아서 혼란에 빠진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 무녀님의 계시를 받아서 제물로 뽑힌 소아.
화가 난 물의 신, 하백을 달래야 한다. 하백이시여, 부디, 비를 내려주세요!
하백을 두고 괴물이라는 둥, 사람 잡아 먹는 도깨비라는 둥, 말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본 그는 귀여운 어린 아이였다. 그래도 다행이야, 무서운 괴물은 아니어서.
내가 아니라 인간들 스스로가 자기 목을 조르는 거야. 인간은 물을 더럽히고 오염시켜서 결국 자신들뿐 아니라 다른 생물들까지 죽게 만들어. 그리고 마지막엔 모두 멸망할 테지. 그렇다고 귀여운 신부를 저렇게 울릴 셈이야? --- 뭐, 어쩔 수 없지. 신은 매번 인간에게 속으면서도 마지막엔 항상 용서해주게 되어 있으니까. 주룩~ 하고 물을 뿌려 주는 하백. 인간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지지만 그래도 신부가 우는 것은 싫은가 보다. 뭐, 어찌 됐던, 소아의 희생으로 마을은 구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낮에는 어린 소년이지만, 밤이 되면 멋진 남자로 변신하는 하백의 비밀. 소아에게 말할 기회가 없었는데 갑자기 부딪히고 만다. 당신 누구예요? 당황한 하백은 얼떨결에 자신이 하백의 사촌형인 무이라고 둘러댄다. 이렇게 되어야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는 거겠지.
이어지는 대화. 하백과 소아의 인연의 시작점을 말해주는 듯.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지? 하백이 무섭지 않았나? (은근히 떠봄)
잘 기억나진 않지만, 어렸을 때 연못 근처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덥썩!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손을 잡았던 것은 사람이 아니라, 수련의 줄기였어요. 하백님이 도우신 게야. 수련은 하백의 꽃이란다. 수련이랑 연꽃은 달라요? 수련은 낮에 피었다가 저녁에 오므라들고, 다음 날 다시 핀다 해서 '잠자는 연'이라는 뜻으로 수련(睡蓮)이라고 부른단다. 오랜 옛날 하백이 물에 빠져죽은 이를 슬퍼하여 다시는 물에 빠지지 않도록, 큰 잎을 달아서 수련으로 소생시켰다고 하더구나. 너도 하백님이 보살펴주신 게야.
그래서 무섭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의 죽음을 슬퍼해주는 사람이 결코 나쁜 사람일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할머니 말씀대로 그때 그건 정말 하백이었을지도 몰라요.
할머니가 모르시는 것도 있어. 수련은 '밤에만 피는 것'도 있거든.
엄청 의미심장한 말. 아, 하백은 밤에 피는 수련이었구나!
하백의 어머니인 서왕모가 하백의 신부를 보러 온다는 전갈에 수국은 술렁인다.
어머니가 많이 엄하신가 봐요? 다들 무서워하시는 것 같은데.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냐. 서왕모가 정말 두려운 이유는 그녀가 형벌과 고문의 여신이기 때문이야.
어머니 서왕모와 아들인 하백 사이에 싸늘한 기가 감도는 사연은 무엇일까?
그리고 무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하백이 소아에게 다짜고짜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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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은 전설상의 인물로, 본래 중국 수신(水神)의 이름이다. ‘모두루묘지명(牟頭婁墓誌銘)’에는 ‘河泊’으로 되어 있어 한국에서는 음가(音價)를 따라서 ‘해밝’, 즉 ‘태양의 광명’이라는 뜻으로 태양신을 말한 것 같다.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에 나타나는 하백의 설화는, “시조 추모왕(鄒牟王:朱蒙)의 뿌리는 원래 북부여(北夫餘)에서 나왔는데, 천제(天帝)의 아들이며, 어머니는 하백여랑(河伯女郞)이다. 알[卵]에서 탄생하였는데, 성덕(聖德)이 훌륭하였다.”고 하였으며, 《주서(周書)》에 보면, 하백녀[夫餘神]와 주몽[登高神]을 수호신으로 신묘(神廟)에 제사하였다고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