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하백의 신부 5

2008. 1. 17. 13:59

소아, 할 말이 있어.

정식으로 청혼하지. 나와 혼인해주겠어?

내 신부가 되어줘, 소아.

 

도대체 무슨 소릴하는 거야, 무이! 나는 하백의 신부인데--- 

감격스럽다기보다는 왠지 황당하게 느껴지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훼방꾼.

주동이 무이를 급히 찾아와서는 인간들이 또 다른 신부를 바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무이, 아무 대꾸도 안 한다.

뭐 하는 거예요! 빨리 구해야죠! 저러다 죽겠어요. 무이!

어째서 내가 구해야만 하는 거지?

당신은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냐구? 정말 몰라서 묻고 있는 건가?

지금 저기 있는 저 여자는 바로 하백의 신부로 바쳐진 거야. 수국에 두 명의 신부는 필요 없어.

상관 없어요. 구해줘요. 부탁이에요.

좋아. 나중에 후회하지 마.

 

화를 냈다. 이상한 기분!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무이는 처녀를 구해 안는다. 멈칫!

이봐, 대체 왜 그래? 잠깐! 그 얼굴은? 낙빈?

 

낙빈의 얼굴을 하고 있는 신부를 안고 무이는 쌀쌀맞게 돌아선다.

신부를 구해달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무라에게 뺨을 얻어맞는 소아를 또 후예가 위로.

무라 이야기에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당신은 옳은 일을 한 거예요.

아니야, 난 그렇게 착한 애가 아니야. 그녀가 낙빈과 닮았다는 걸 안 순간부터 후회하고 있는 걸.

사실은 자만하고 있었나 봐. 무이는 나를 선택해줄 거라고.

 

불안하고 서럽다. 나를 데리러 와주고, 청혼까지 했으면서, 나를 믿지 않다니--

나쁜 자식! 누군가의 대신 같은 거 아니라더니! 두고봐. 복수해줄 테다!

 

있잖아, 하백. 어제 무이가 물에서 어떤 여자를 구해줬는데---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넌 그냥 그대로 있으면 돼.

어떻게 있으라는 거야. 쪼그만 게 어떻게 해줄 능력도 없어보이는구만. 별로 신통해보이지도 않고.

아, 너를 남편으로 믿고, 어떻게 이 험한 수국의 생활을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무이는 종잡을 수 없고, 그나마 편한 후예 밖에 없다.

 

저기, 있잖아요, 후예. 저 수국 구경 좀 시켜줄래요?

네, 좋아요. 제가 수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안내할게요.

소아는 후예를 따라서 수국을 구경하느라 어두어지는 줄도 모르고, 그 사이 무이는 손님을 청했다.

저분은 바로 빙인, 월하노인이십니다.

 

사실은 어르신의 책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천계의 책이다. 여기에는 세상 혼사에 관한 모든 것이 적혀 있지. 여기 적혀 있는 남녀를 빨간 끈으로 한 번 묶어 놓으면 제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반드시 맺어지게 되어 있다네. 그것은 신이라 해도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지.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아이는 너의 운명의 상대가 아니다. 운명은 그 누구도 겨역할 수 없다. 붉은실은 단 한 명과 이어져 있단다. 다른 사람이길 바란다고 해서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 네 운명의 실과 연결되어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서 날 부른 게 아니더냐?

아니오. 그 사람이 아니라면 됐습니다. 제가 깨보이죠. 그 운명이라는 거.

 

본디 물이라는 건 본성이 맑고 투명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쁜 것이 섞이면 탁해지기 쉬운 게지.

어찌하여 저 아이에게는 가혹한 일들만 일어나는 것인지. 

그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정말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누구든 원하고 또 바라는 게 있는 법.

그럴 때, 인간은 그 소원을 신에게 빌면 되지만, 신은 대체 누구에게 빌어야 하는 건가---

월하노인, 너무도 가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듣는 사람 가슴 아프게.

 

정말로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신의 아픔을 달래줄 존재는 없는 것일까?

있을 거야! 그것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은혜를 입은 만큼, 소원을 이룬 만큼, 아니 그 이상을 갚을 줄 아는 인간들이 나서서 그들의 상처를 슬퍼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줄 거야.

그러니까 결론은 소아가 하백의 소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거지.

 

뭐? 수국을 잘 모르는 애가 길이라도 잃으면 어쩔 거야!

괜히, 야단이야. 소아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발끈해진 무이는 당황하고, 후예도 함께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더 심란해한다. 수면에 비친 소아와 후예의 모습을 지켜보는 무이. 당장이라도 쫓아갈 기세.

낙빈이 가지말라고 애원하지만 무시하고 소아에게 달려간다.

그때, 후예에게 소아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던 황제폐하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소아에게 접근하는데,

 

분명 난 그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을 텐데.

안됩니다. 데려갈 수 없어요. 제가 보내지 않을 겁니다.

넌 이미 하백을 배신했어.

그만 둬.

생각보다 빨리 왔는 걸, 무이.

무이는 후예에게 소아를 데리고 먼저 가라고 이르고, 황제랑 한판 떴나~

금세 뒤따라와서는 소아에게 손을 내미는 무이.

 

이리 와, 소아.

그의 품으로 안기는 소아.

 

내가 처음

하백에게 시집가던 날

어머니는 우셨다.

무슨 괴물에게라도

시집보낸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하백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 어떤 인간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을 만큼

더 인간적이고,

순수한 사람이었으니까.

하백의 신부가 된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사람의 신부가 되고 싶어.

 

 

 

初緣

하백님, 여기서 뭘 하시는 겁니까?

하찮은 인간에게 직접 손을 쓰시다니, 수신이 직접 그 목숨을 구해줄 만큼 가치가 있는 아입니까?

글쎄, 하지만 이상해.

어째서일까?

내게 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어.

이 앨 신부로 삼기엔 아직 어리겠지?

조금 더 크면 다시 보자, 꼬마 아가씨.

하백님이 도우신 게야.

고마워요, 하백님.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백과 소아의 첫만남이었다.

이렇게 질기게 시작된 인연인데

월하노인.

아무래도 잘못 짚은 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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