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춘앵전 8

2010. 5. 22. 09:02

고문으로 쓰러져 있는 신대우를 보면서 그를--- 떠올리는--- 춘앵.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물처럼 우러러볼 때---

그 누구보다 내가 먼저 너를 보고 있었다는

작은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

 

같이 가지.

길을 찾고 싶다면---!

 

난 너를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죽였어,

 

예술을 포기하기로 한 이상---

난 더는 필요 없는 거 아니었어?

 

 

 

가슴이 아려오는 춘앵.

연습을 하던 도중, 감정에 북받쳐 통곡을 하고 만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황철.

 

배구자가 마련한 자리에서 춘앵의 오빠, 임천수와 마주친 마리코.

뭔가 심경에 변화가 인다.

 

오래 전--- 주인님께는 약혼녀가 있었답니다,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였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그녀는 아편에 손을 애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주인님은 사랑하는 이가 아편의 유혹에 빠져 재능을 낭비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아편으로 인해 끝이 났지요.

주인님은 항상 이 유성기로 헤어진 약혼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 아파하셨습니다.

그런 주인님이 춘앵 양을 만나고는 달라지셨어요.

잃었던 건강도 신기하게 다시 되찾으셨구요.

지금 주인님에겐--- 춘앵 양이 필요합니다.

 

우리--- 살자.

우리 같이 살자고---

배우 황철이 설 무대가 아니라,

인간 황철이 돌아갈 가정이라는 곳에---

항상 네가 있어서---

나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먼저, 사과할게요.

마리코 양의 사물함을 뒤져봤어요.

이거--- 설명해줄 수 있나요?

지금 춘앵 양은 마약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죠?

주인공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자기 연기에 그렇게 자신이 없었나요?

 

임춘앵.

너는 예술가의 길을 네 운명으로 선택했다.

지금 네가 고통 받는 건 그 운명에 따른 금기를 어겼기 때문이야.

 

운명의 다른 말이 뭔지 아느냐?

저주.

 

이 길은 내 운명이라고 믿었던 꿈도---

이 사람은 내 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랑도---

운명이란 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원한 고통을 주는 저주로 남을 뿐이지.

 

신에게 선택받아 신내림을 받은 무당은 평생 신을 섬겨야 한다.

그래서 무당은 한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것이 금지된다.

그 운명을 거역하면 신의 벌이 내리지.

너에게 주어진 운명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신벌---

이 남자에게 찾아온 죽음은 네가 운명을 거역한 대가로 내린 신벌이다.

이 남자는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그 형사를 죽이지도 않았을 테고---

그렇게 고문을 당하지도 않았을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예술과 무대를 포기하고 효금이로 살 것인지---

저 남자를 네 마음속에서 지우고,

춘앵이로 살 것인지---

예술이라는 운명을 버리고---

사랑이라는 또 다른 운명을 택하겠느냐?

 

다시 한 번 말하죠.

내 이름은 임춘앵.

내 운명은 무대 위에 있습니다.

 

비록 당신의 여자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당신이 좋아했던 내 모습으로 살아가겠어요.

나는 배우 임춘앵으로서---

그 저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와중에 배구자 극단이 준비한 '자청비' 공연이 전면 금지된다.

조선총독부 특령에 따라

모든 황국 신민들은 일본 이름과 일본어만을 사용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공연을 할 수 없었다.

 

기양 허십시다--- 공연!

이판사판이면 합이 육판잉게 막판으로 지대로 놀아봅시다.

 

우리는 관객들헌티

꿈을 꾸게 혀주는 사람이라고 안 혔소.

 

내 운명은 무대 위에 있소.

그 꿈을--- 깨지 말아주시오.

 

 

 

배구자는 '가극 자청비'의 공연 중단으로 인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채권자들의 손에 동양극장을 넘기고 말았다.

그후, 배구자 소녀가극단의 단원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배구자는

두 번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배우 황철은 동양극장이 매각된 이후,

친구인 극작가 임선규, 연출자 박진과 함께 동대문 제일극장에서 극단 '아랑'을 창단한다. 동양극장의 멤버들이 주축이 된 극단 '아랑'은 처음엔 동양극장의 뒤를 잇는 순정극을 만들었지만, 결국 정치적으로 타협하여 친일어용 연극을 하는 극장으로 타락하고 만다.

 

총독부의 명령으로 경성의 권번들은 모두 하나로 통폐합되어, 모든 기생들은 총독부의 관리 아래 들어갔다. 등록된 모든 기생들은 기생 등록증을 소지하고, 매달 성병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위생검사를 받아야 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규태는 '이매방'이라는 이름으로 뮤용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지만, 태평양전쟁이 본격화되자 일본 해군으로 징병된다. 도저히 군대라는 조직에 적응할 수 없었던 이규태는 진해 훈련소를 탈영하여 목포에서 멀지 않은 비금도에 숨어 살게 된다.

 

같은 시기에 김두한은 자신과 부하들의 단체 징용을 면제받기 위해 경성특별지원청년단이라는 단체를 만든다. 3천명의 건달패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전과자들을 일본에 충성하는 병사들로 교욱시킨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졌다.

경성특별지원청년단을 이후 반도의용정신대로 이름을 바꾸고 철도공사에 투입된다.

신문에선 어제의 불량 청년들이 씩씩한 황국청년이 되어 성전완수를 위하여 철도공사에 자진출두 한다, 고 대서특필했다.

 

양기 넘치는 양팔통 소녀 임춘앵.

이제 막 소녀에서 벗어난 그녀가

여성국극의 왕자로 우뚝 서기까지---

그 화려한 한 편의 무대와도 같은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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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작가 전진석의 메이킹 스토리에 나오는 배정자와 배구자의 이야기에 깜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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