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세자빈 프로젝트 1-3 / 김수연

2010. 2. 9. 10:57

조선 역사에서 가장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민종의 시대.

그러나 어째서인지 조선왕조실록에는 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그 어느 날, 민종의 장남 동평 세자는 백성,

특히 어여쁜 처자들을 살피러 신분을 감추고 바깥출입을 하는데---

 

 

 

어디 방안에 앉아 책만 보는 것이 공부의 전부더냐.

백성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살피는 것이 살아있는 공부가 아니겠느냐.

 

말은 제법 그럴 듯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렇게---

혼기가 꽉 찬 동평세자(17)들을(처자들을) 두루 살피고자 하는---

기특한(?) 취지의 암행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 속 또 한 명의 주인공.

툇마루에 앉아 멍 때리는 게 취미인 윤설란(15).

 

이상한 기분이 든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저 문으로 누군가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 아무 변화도 없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지금은 이름뿐인 양반---

그게 딱 지금의 내 처지이다.

물려받은 전답도 없고,

양반 체면에 소작일을 할 수도 없다.

이런 허울 좋은 양반이란 이름은 개나 줘버리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름에 가장 얽매이고 있는 게 또한 나.

 

답답한 마음을 풀러 아버지가 벗어놓은 옷을 걸치고 나름 남장을 하고 장에 나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동평 세자와 운천.

 

이 녀석의 이름은 강운천(16)

내가 이 녀석을 보고 이렇게까지 놀라는 이유,

그건 일단은--- 이 녀석이 할아버지들께서 멋대로 정해준---

나의 이름뿐인 정혼자이기 때문이다.

 

15세의 봄---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원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내 인생을 뒤바꿔버릴 그런 일이---

 

장에서 동평 세자와 곤란한 일에 얽힌 설란을 도와주는  운천.

 

윽--- 미안.

그리고 아깐 정말 고마워.

때마침 나타나줘서 살았어.

근데 어떻게 딱 맞춰 나타난 거야?

난 줄 알고 도와준 거야?

 

넌 바보야.

내가 널 못 알아볼 줄 알았던 거야?

아무리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스쳐지나가는 뒷모습이어도---

어떤 모습이더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너니까.

 

그러지 마.

내가 아무리 어설프고 세상을 몰라도 이건 확실히 알아.

네 그런 말에 가슴 설레며 잠 못들어 할 정도로 철없지는 않다구.

같은 양반이라도 너랑 나는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기대고 싶게 만들지 마.

 

뭐라?

세자가 또 학업을 팽개치고 바깥출입을 해?

 

궁 안에 마음 둘 곳이 없으니 그런 게 아니겠사옵니까.

세자, 벌써 17세이옵니다.

세자빈을 하루라도 빨리 들이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장에서 부딪친 설란을 생각하는 동평 세자.

 

도대체 정체가 뭘까?

분명 사내가 아니었어.

소매치기로 오인한 건 내 잘못이지만, 어째서 아녀자가 남장을 하고 다니는 거지?

이건--- 단순한 호기심일 테지.

이상하게 그 애가---

그  날 이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한편, 운천과 윤택기 영감의 딸, 목련이 혼담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은 설란은 마음이 아프다.

 

그랬구나--- 그런 거였어---

운천이가 윤택기 영감 댁 윤목련이랑---

문중 모임에서 본 적이 있어.

누가 봐도 탐낼만한 나무랄 데 없는 양반 댁 규수.

나랑은 달라도 너무 달라.

 

 

 

전국에 금혼령이 내려졌다.

 

금혼령이 뭐냐---

한 마디로 괜찮은 처자들이 시집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세자빈 후보를 한 사람이라도 더 확보하고자

세자빈 책봉 전까지 혼인을 금지하는 그런 법령이다.

 

사실 처음부터 몇몇 후보로 압축되어 있는 것이 현실.

그리고 세도가의 추천을 받은 후보는 그냥 서면 통보가 아닌,

궁에서 사람이 나와 직접 모셔가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우와~ 목련이를 데리러 궁에서 사람이 나왔잖아?!

왠지--- 멋지다.

 

목련을 보고 감탄하는 설란이지만, 자신의 앞일도 순탄치만은 않은 듯---

 

늦게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윤설란 아가씨.

윤설란 아가씨께선 세자빈 후보가 되셨습니다.

저희가 궁까지 뫼실 테니, 궁으로 갈 채비를 하십시오.

 

뭐?

내가 세자빈 후보?!

내가?

 

잘못 지명된 것이라고 박박 우겨대지만 어명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설란.

그런 설란을 바라보는 운천은 불안하기만 하다.

 

아--- 왠지--- 엄청 긴장된다.

두려움?

아니--- 이건 설레임이다.

언제나 내가 기다려오던--- 바로 그것이---

우리집 안뜰에 발을 들여놓은 바로 그 느낌?

뭐~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그래도 두근거려.

어차피 창피 당하고 쫓려날 거라면 그 전에 맘껏 누려주는 거야!

윤설란이 언제 이런 가마를 타보겠어~ 상궁마마님까지 거느리고 말야!

 

말은 아까 착오라고 했지만---

상궁 마마님 말씀대로 세자빈 간택 같은 중한 일에 실수가 있을 리가---

왠지 안 좋은 느낌---

설란이가 안 좋은 일에 휘말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야.

요즘 들어 뼈저리게 느낀다.

난 왜 이리 어리고 아무 능력이 없는지---

아끼는 단 한 사람을 지킬 능력도 없는---

내가 한심스러워.

그냥--- 진짜--- 착오이기---

 

그럼--- 가볼까?

내 신부감 후보들을 만나러--- 내시로 변신!!

아무리 쟁쟁한 가문의 검증 받은 규수들이라 해도,

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데 얼굴도 성격도 모른 채 나를 빼놓고 간택을 한다는 게 말이 돼?

내 사람은 누구보다도 내가 알아볼 수---

(설란을 떠올리며) 엥? 왜 갑자기 그 애가 떠오르지?

 

세자빈 후보로 들어온 설란을 보고 크게 놀라는 동평.

 

뭐야?

이 아이가 왜 여기에---

대체 정체가 뭐야, 이 아이?

 

그럼 착오가 아니라 진짜---

세도가의 추천을 받은 유력 후보라니---

이대로 진짜 설란이가 세자빈이 되기라도 하는 날엔!

그건 안 돼!

이대로 설란이를 포기할 수 없어.

결국 또 다시 아무 일도 못한다 해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어제 그 모습이 설란이의 마지막이라고는---

궁이란 곳은 무서운 곳이야.

설란이가 그런 곳에서 혼자 있을 걸 생각하면---

지금쯤 얼마나 무섭고 불안해할지.

궁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겠어.

 

설란을 다시 만나기 위해 무관이 된 운천.

 

이게 불효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남자로 태어나 소중한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어찌 나라에 큰일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습니까.

또한 그처럼 한심하고 의미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 가야 합니다.

그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세자빈이 되기 위한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과제는 옷 만들기.

가끔 바느질품팔이로 입에 풀칠하고 사는 설란 아씨에게 그리 어려운 과제는 아닙니다.

 

세자빈 후보가 되고 싶었던 적도 없고, 얼떨결에 궁에 들어온 거니까---

지금 바로 퇴궐 조치 된다 해도 상관은 없어.

하지만--- 이대로 도둑으로 몰려서 나가게 되는 건 싫어!

너무 억울해!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런 데서 혼자 눈물이나 보이고---

이러니 내가 마음을 놓을 수가 있나.

 

짠~ 하고 등장하는 흑기사, 운천.

 

엑!? 강운천!

잘못 본 게 아니잖아!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거기다 그 무관 복장은 또 워야?

 

그거야--- 최대한 빨리 궁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무관시험을 보는 거였으니까.

 

에? 어째서---

그렇게까지 궁에 들어오려고 한 거야? 무슨 일 있어?

 

찾을 것이 있어서---

잃고 나서 그동안 내가 아무런 힘도 없는 남자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

보는 앞에서 막지도 못하고 빼앗겨버렸거든.

소중한 것을---

하지만 이대로 두 눈 뜨고 빼앗길 순 없어.

그래서--- 직접 찾으러 온 거야. 누구에게도 빼앗길 순 없어.

원래 내 것이니까.

 

내관(세자)이 운천을 막아선다.

그리고 설란의 누명을 벗겨준다.

 

이렇게 누명을 쓰고 퇴궐돼도 돼?

넌 세자빈이 되고 싶지 않는 거냐?

 

뭐--- 화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그리고 비밀 한 가지 가르쳐드릴까요?

궁에서 하는 일이 생각보다 부실하더라구요.

저--- 잘못 들어왔거든요.

사실 세자빈 같은 거 되고 싶지 않아요.

애초부터 그런 생각 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요.

 

설란의 말을 떠올리면 부글부글 화가 치미는 동평.

그래도 설란을 구하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처음 만났을 땐 사내아이였다.

나중에 여자란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지.

두 번째로 세자빈 후보로 궁에서 만났을 땐 더 놀랐고---

엄청 열 받는 말을 막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엄청 신경 쓰이는 녀석이야!

그래서 뒷조사를 좀 시켰는데---

 

 

 

재간택까지 받은 설란.

누군가의 지원을 팍팍 받고 있는데--- 본인만 둔하다.

설란의 아리따운 모습에 동평은 황홀하고, 운천은 화가 난다.

 

사실은 아주 예뻐---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어.

그런데--- 두려워.

날아갈 버릴 것 같아서---

순간, 내가 알던 설란이와 너무 달라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서--- 겁이 난다.

 

궁에 천둥번개가 친다.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는 설란.

설란을 지켜줄 사람은?

 

여름이 오고 있다.

나에겐 힘든 시기---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여름에서---

여름이 올 때마다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된다.

그해 여름이--- 비와 함께--- 천둥번개와 함께---

내가 아무리 울고 또 울어도---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차갑게--- 조용히 눈을 감고 미동도 없는 엄마---

--- 엄마와 단 둘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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