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에요, 틀림없이 괜찮을 거예요!
그 두 사람은 발전적 해소를 했다고 생각해요!
아아, 하지만---
언젠가 호타루 씨와 오사카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다카노 씨가 작업한 빌딩 앞을 지나간 적이 있는데---
호타루 씨는 제가 말을 걸 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어요.
어쩐지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서---
내가 한 마디 하자면,
그 여자는 단순한 멍청이야.
그도 그렇잖아.
전 남자 때도 이제 막 행복해지려는 순간에 자백해서 자멸했는데
또 다시 같은 패턴이잖아?
얼마나 학습능력이 없는 거냐고!
정말 바보야!
원래 그 여자는 연애나 결혼과는 안 맞아.
바탕이 그런 주제에 무리해서 남자에게 맞추려고 하잖아.
특히 다카노 씨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데, 뭐 하러 굳이 노력하냐고.
그래도--- 갑자기 오사카 지사로 전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놀라기도 했고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하긴--- 그 녀석다워.
다카노 씨와의 마지막 일인 차일드 월드의 이벤트도 성공적으로 해냈고,
오사카로 간 후로도 그 녀석 나름대로 공부해서 코디네이터 자격도 몇 갠가 땄지.
--- 이런 말을 했어.
저기, 카나메 씨.
최근에 내가 메인을 맡는 일도 많아졌는데, 직접 해보고 알았어요.
난 역시 누군가---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의 어시스턴트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만약--- 다음에 부장님과 일 할 기회가 있다면,
저, 어시스턴트라면 프로예요. 맡겨주세요.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로 인생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 사실은 스스로도 이런 부전승같은 생활 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다들 제대로 정규 루트를 밟아 노력하거나 상처 입으며 성장하고 있는데,
난 비겁해서 나이는 먹을 만큼 먹고도 어른이 되지 못했어.
그래서 분명---
한 사람과 제대로 마주해야 하는 연애가 무서운 거야.
그래서--- 애써 얼버무리고 엉뚱한 노력을 해버리곤 했지.
하지만--- 다카노 부장님과는 처음부터 달랐어.
처음엔 오히려 '그렇게까지 희한하다는 눈으로 보는 사람은 처음이야!'라며,
잔소리에도 '알 게 뭐야!'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화내고 불평하면서도 계속 함께 살다보니
서로의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보이고,
서로 웃고 서로 인정하며,
부장님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르쳐주었어.
좀 이상하긴 해도 난 나대로 틀리지 않았다고.
여기서부터 더 노력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그, 그런 왜 그랬어?
그런 소중한 사람을 스스로---
그, 그래서야!
난 학교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 고등학생과 같아.
제, 제대로 졸업해서---
지금의 내게는 그 정도로 먼 사람이었어.
난--- 부장님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 정도의 인간이 되고 싶어.
그 툇마루 같은 장소를 내가 만들어주고 싶어.
바보였지만, 깨닫는 게 너무 늦었지만, 노력하고 싶어.
몇 살이 되어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 자리에서 노력하고 싶어.
벌써 5년이 흘렀군.
이제 와서 할말은 아무것도 없어.
--- 그래. 묻고 싶은 거라면 하나 있나?
호타루 씨, 자네.
언제까지나 27살이란 설정이었지만,
나랑 헤어진 해에 이미 29살이었다는 건 깨닫고 있었나?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말 오랜만입니다.
아메미야 호타루, 34세입니다.
언니의 집에 얹혀 살면서 다카노 부장님이 선물로 준 벚나무 분재를 돌보고 있는 호타루.
기쁘다. 그날들이 환상이 아니었어---
와아, 아주 훌륭하게 자랐는걸.
슬슬 땅에 옮겨 심어주는 게 좋겠지만,
처제가 뿌리내릴 장소를 결정할 때가 좋을지도 모르지.
내가--- 뿌리내릴--- 장소---?
어느 샌가 버릇이 된 500엔 동전 저금---
밑천으로는 작지만 이 버릇을 좀더 강화하면---
집이다.
아무리 작고 낡은 거라도 좋아.
자신이 뿌리내릴 장소를 스스로 만드는 거야.
손에 넣는 거야---
하지만---
이 벚꽃이 내 집 정원에 예쁘게 피었을 때
혹시 한 번이라도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는
그 정도의 꿈은
자극이 돼서 좋아---
여기서부터--- 또다시 --- 노력할 거야.
실은--- 그 후로 부장님과는 한 번도 못 만났다.
--- 아아, 이제 정말 인연이 없는 거라고 낙담했었지만---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도망친 건지도 모른다.
다카노 부장님의 앞에 나서기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지금이라면--- 만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그때의 두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꿈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벚꽃이 만개했을 때
한번이라도---
지난 5년 간의 나를, 다카노 부장님에게 보여주고 싶어.
아무튼--- 5년간 쌓아올린 지금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
지금의 난 일로써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나.
다카노 부장님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어서 좋은 점은
아무리 좌절할 일이 있어도,
그걸로 이 세상이 끝났다거나,
자신의 포인트가 완전히 제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작은 힘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샌가 예전의 자신을 넘어선 것도 실감할 수 있다.
500엔 동전 저금이나 벚꽃처럼.
실망한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도 제법 많이 익혔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여자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역시 난 그걸로 충분해.
5년만에 마주 보았는데--- 냉정한 부잠님, 어찌할까나?
난 정말로 너무나 바보였어.
다른 일은 이제 모두 좋게 변했는데,
훌훌 털어낼 방법쯤 얼마든지 떠오르는데---
이 나이가 되어도---
왜 부장님 앞에서만은,
뭐 하나 잘 안 되는 걸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연애체질이 아닌 호타루 씨가 5년이나 떨어져 있어도 계속 좋아했잖아요?
--- 유감스럽지만 넌,
평생 다카노 부장님을 좋아할 거야.
소식 듣고 LA에서 화상전화를 걸어 위로해주는 마코토.
여전하군, 호타루.
재회했을 때도 마지막에 호타루가 그랬지.
좋았던 일만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해보면 우린 계속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환상을 품은 채 사랑했던 것 같지만,
다카노 부장님과는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조금해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호타루도 다카노 씨의 지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거야.
여러분.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아침이 되니 완전히 기운을 차려서 오늘도 일찍부터 분발해서 청소를 하고 있어요.
언제든 자신을 갖고 다시 부장님을 이 집에 초대할 수 있도록.
예전의 나라면 이런 사소한 일에 멋대로 기대하고 들뜨거나,
멋대로 실망하고 낙담하는 게 너무나 귀찮아서 봉인했을 거예요.
그도 그럴 게 이런 마음은 일상 생활에는 특별히 필요없는 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설령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내게 커다란 힘이 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건 작은 빛이지만, 따뜻하게 내 미래를 비춰주죠.
그러니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까지 온 이상 평생 느긋한 마음으로 끈질기게 부장님을 기다릴 거예요!
뭐지, 이 상황은--- 꿈?
다카노 부장님이 내 집에 있어---
어, 저 벚나무는?
마, 맞아요.
예전에 주신 벚꽃 분재를 열심히 키웠어요.
만개했을 때 봐줬으면 했는데.
--- 뭐---
내년에 여기에서 볼 때쯤엔 좀 더 근사해져 있겠지.
호타루가 뿌리내린 집에서 함께 살아갈 구상을 하는 다카노.
정말이지, 나 자신에게 실망이야.
설마 마흔여덟아니 돼서 이 꼴이라니.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으면서 정작 중요할 때에 왜 무뚝뚝해지고,
안경 군과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있다, 라는 생각만으로 여전히 발끈해서---
인생은 의외로 알 수 없군.
야마다 선배가 신혼여행지에서 보낸 생선을 굽는 다카노.
그, 그러고 보니 다카노 부장님과 살기 시작했을 때.
절 건어물이라고 단정했었죠.
그때는 말이 심하다고 화가 났었지만,
하지만 건어물은,
물론 회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신선함은 이미 없어도,
제각각의 방법으로 시간을 들여 숙성하면 처음과는 다르게 맛있게 돼요.
나,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건 원래의 퀼리티와 가공법의 기술력에 따라 좋고 나쁨에 큰 차이가---
그, 그건 그렇지만.
(한 점을 떼어 먹여주며)
어떻게 될지, 뭐가 좋고 나쁜지,
인생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알 수 없어.
하지만 내게는 한 가지 확실한 비전이 보여.
자네와 함께 있으면,
앞으로도 평생 내 인생은 즐거울거야.
그것은 작은 빛.
부드럽고 따스하게 나를 감싸는
단 하나의 빛.
세상이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인생경험으로 볼 때,
완전히 예상 밖인 이런 여자에게
이런 해피엔드가 찾아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