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월에 그리스엘 가보겠냐고---
나는 갈 건데?
그래, 그러니까 너는 사전답사한다고 생각하고,
엄마랑 아빠는 여행가는 것이고---
신종플루로 학교가 휴교하는 바람에 학교에도 못가고,
학원에서도 출입금지 당한 중학생 딸이랑, 영화 '나의 로맨틱 가이드'를 보러 갔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스의 풍경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뻔한 스토리라고 했지만, 가끔은 뻔한 스토리가 유혹하는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그저 편하고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애들이랑 어디 여행 한 번 갈 때면 매번 인터넷을 뒤지면서
하나라도 더 보고 오고 싶어했던 마음을 슬그머니 사라지게 만드는 팁.
여행은 주변 이야기가 더 좋고, 단순한 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 속에 아무런 의미없이도 푸욱 빠져들 수 있다는 것.
그러면 되는데---
어쩌다 가는 여행이다 보니 욕심을 부릴 때가 많았다.
그렇게 갔다와서도 애들에게 남아 있는 추억을 물을 때면
의외로 단순한 재미를 기억하고 있었다.
약간의 실망스러움을 느꼈던 기억.
그렇지,
아는만큼 보인다,도 중요하지만,
틈틈히 숨을 크게 몰아 쉬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자신을 '풍경 지휘자'라고 생각한다는
관광버스 운전기사 포르코피의 말이
새삼 와 닿았다.
유능하고 박식한 여행 가이드였지만,
의외로 인기가 없었던 조지아가 포르코피를 만나고,
낯선 여행객들과 같이 여행하면서
적절한 가이드 센스를 익혀 가는 과정이 유쾌했다.
그녀가 포르코피와 함께 울릴 하모니가 기대된다. ♬
인생 계획대로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