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마사와 타카나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하이네.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인데요.
그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 건 두려운 일이지---
하지만 그 다정함은 어리광이자 나약함이란다.
언젠가 더 많은 사람을 상처입힌다는 걸 모르는 거지.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어도, 그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이네가 진심으로 바라는 소망을 소중히 하려무나.
나도--- 하이네의 웨딩드레스 모습이 보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바로 곁에서.
타카나리의 달콤한 유혹.
입맞춤은 당신한테 빠져들게 만드는 함정 같아.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게 돼.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당신을 원하게 돼.
마치 함정처럼---
타카나리 님의 어머님--- 쇼카 님은 타카나리 님과 마찬가지로 대역이었군요---
그래. 지금 계신 어머님은 사실 이모님이지.
쌍둥이였거든.
어째서 토구 가문에선 대역 따윌 만드는 관습이 있는 거죠?
옛날부터 쌍둥이는 불길하다는 말들이 많지만--- 저는 다 미신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처음엔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르지만---
대역이 되실 분은 누가 정하시는 데요?
그 당시 토구의 제일 권력자.
나 때는 할아버님이었지.
실제로는 시련을 극복해낸 자가 당주가 되는 거야.
시련을 극복해낸 자만이 당주로서 살아남는다.
쓸쓸한 표정을 남기는 타카나리.
하이네, 문화제 합숙 때 갔던 바다--- 기억해?
내일 가보지 않을래? 둘이서.
그곳이라면 토구 가문 사람들에게도 들키지 않아.
거기서 나인지, 시즈마사인지 선택해 주었으면 해.
잘 돌아왔어, 그림자.
약속대로 월요일부터 학원에는 내가 나가겠어.
하이네를 좋아하게 된 마음은 이해해.
나의 그림자니까.
하지만 그녀는 나의 것이야.
게다가 너는 다음 주부터 할아버님 댁에 감금될 거다.
다시는 만나게 하지 않겠어.
타카나리 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즈마사 님의 지위를 빼앗아야 합니다.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이라면 아직 기회가 있어요!
이제 괜찮아.
하이네가 있어 준다면, 모든 걸 다 포기할 수 있어.
예전에는 시즈마사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이네에게 접근한 것도 시즈마사인 척해서 상처주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하이네가 웃으면 나도 함께 기뻐지고,
남들이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도, 그 사람을 믿는다는 것도, 기분이 좋았어.
하이네는 빛 아래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하이네가 빛이었어.
하이네의 마음에 있는 그림자에 매료되고,
하이네의 빛에 대한 열망을 동경했어.
이것은 도박이야.
하이네가 만일 시즈마사를 선택한다면 평생을 그림자로서
토구 가문을 위해서만 살아가자.
하지만 혹시라도 나를 선택해준다면,
데리고 도망쳐서 두 번 다시 놓아주지 않겠어.
어떡하지.
타카나리 님의 눈동자가, 손이, 움직임이, 호흡도,
그 모든 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어.
나는--- 선택해야만 해.
시즈마사 님을 기다릴 것인지, 타카나리 님의 손을 잡을 것인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누구에게 상처를 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돼, 하이네.
결정하려면 모든 걸 알고 있어야지.
타카나리 님이 주신 봉투---
지금이 이 봉투를 열어야 할 때야.
타카나리 님이 주신 마음을 확인해야만 해.
그림책 원화---?
'잊을 수 없는 마녀의 노래---!'
언젠가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 토구 타카나리
나의 보물이야.
이걸 받아주지 않겠어?
열어보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하이네가 갖고 있어 주었으면 해.
언젠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주던 손길---
그럼 이 그림책을 그린 사람은---
내가 지금까지 동경해온 사람은--- 타카나리 님이었어?
선택이니 뭐니 따질 때가 아니야.
어째서 한시라도 그 사람을 혼자 두었을까.
이렇게나 --- 이렇게나--- 외롭다고 부르고 있잖아.
타카나리 님--- 저--- 그림책,
타카나리 님이 그리신 거였군요?
저의 이 마음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니에요.
타카나리 님이 좋아요.
타카나리 님이 그 누구보다 소중해요.
저의 모든 걸 타카나리 님의 것으로 삼아주세요.
(조용히 다가가는 하이네, 하지만---)
그럼 안 되지, 하이네.
넌 나의 것이잖아.
시즈마사 님!
어쩜 좋아! 시즈마사 님이 알고 말았어.
그림책을 만든 게 타카나리 님인 걸 내가 알았단 걸.
내가 타카나리 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끌려나오는 타카나리.
이 녀석은 그림자야.
그림자는 어디까지나 그림자니까,
본체인 내가 없으면 아무데도 갈 수가 없지.
좋아해도 소용없어. 결혼도 못하니까.
토쿠 타카나리는 7살 때 죽었어.
이게 그 사망신고서의 복사본이지.
대역으로 정해진 시점에서 타카나리의 존재를 아는 자들에게는 죽었다고 발표했다.
이 녀석은 이제 내 그림자로서 존재하는 수밖에 없는 거야.
내 잘못이야---
시즈마사 님과 타카나리 님 사이에서
하염없이 흔들리면서 빨리 결심을 못 했기 때문에---
타카나리 님--- 드디어 나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는데,
언제나 항상 곁에서 그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그만 잊어버려.
그 녀석은 네가 신경쓸 가치조차 없어.
시--- 싫어요--- 저는--- 타카나리 님을 좋아한다구요.
지금 그 마음은 한순간의 환상일 뿐이야.
내가 계속 널 내버려두었더니 외로워서,
나를 닮은 그 녀석을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진 거야.
너와 나의 약혼이 결정됐어.
타카나리 님--- 어디 있어요?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보고 싶어요.
형.
나는--- 하이네와 형만 있어주면 그걸로 충분해.
차기 당주가 되기 위해서 겪게 되는 시련에서
형을 외면해버리고 당주가 되어버린 시즈마사의 과거.
우리 속에 갇힌 내가 형을 배반했다.
그리고 나는 당주가 되었다.
내가 밉니, 타카나리?
그날 다시 만나 나를 바라보던 그 눈동자.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나를 죽여줘--- 형---
그날
우리에 갇히는 게 두려워서 형을 버린 나를 제발---
용서하지 마.
죄책감에 시달리며 허세를 떠는 건 숨쉬는 것보다도 괴로워.
하지만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내가 죽으면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형이 토구 가문의 당주가 될 수 있어.
그저 바라는 건
나의 마지막 순간에
하이네가 곁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되니까,
형--- 부디 나를 용서하지 마.
아마 그 집 지하에 타카나리가 갇혀있을 거야.
난 가야겠어. 갈 거야!
타카나리 님을 구하러 갈래!
그래--- 설령 무슨 일이 벌어져도---
시즈마사 님은 백혈병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골수이식이 필요하지요.
똑같은 쌍둥이인 타카나리 님의 골수가 필요합니다.
타카나리 님께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시즈마사--- 처음부터 죽을 생각이었나---?
타카나리 님--- 드디어 만났네요---
보고 싶어서,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모시러 왔어요---
이젠 아무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타카나리 님과 함께 살아갈 거니까.
하이네--- 하이네, 나도--- (하지만)
미안해.
네 마음은 기쁘지만, 이젠 모든 게 너무 늦었어.
모두 다 부질없어.
도망쳐봤자 이젠 괴롭기만 할 뿐이야.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다시는 너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
왜 날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거야?
하이네--- 좋아해---
지금도 미칠 듯이 사랑하고 있어.
네가 고독에 빠져 울고 있다면 그 바다를 비추는 달이 되고 싶었어.
네가 힘들어 고개 숙이면 그 세계와 맞서 싸울 거야.
그런데 너를
너를 이 손으로 상처입히다니---
하지만 시즈마사가 바랐던 마지막 행복을
하이네, 난 배앗을 수가 없다.
줄곧 혼자라고 여겨왔던 우리가
다시 한 번 하나가 되기 위해.
센리,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