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하백의 신부 8

2009. 3. 19. 23:42

계속되는 낙빈과 후예, 하백과 황제의 과거.

 

황제와 도모한 무라의 계략으로 죽음 앞에 선 낙빈.

 

우리를 원망하지 말아라. 우린 단지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니까.

원망하려거든 신을 원망하라고!

 

그때 낙빈을 감싸안고, 대신 칼을 받는 후예.

 

다행이야--- 늦어서 미안해, 낙빈---

 

안 돼, 후예--- 일어나---

 

낙빈.

결국 그는 인간과 너 둘 중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나라면 그를 살릴 수 있어.

그를 살리고 싶지 않느냐?

 

난, 너랑은 달라, 후예.

신이나 인간이나 내게는 둘 다 똑같아.

그들이 어떻게 되든 나하고는 상관없어.

하지만--- 널 살릴 수만 있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야.

 

후예를 살려주세요, 아버님.

 

내가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겠다고 맹세하면 그를 살려주마.

내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지?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이 마을의 모든 것을 없애버려요.

하나도 남김없이.

 

그러면 후예에게 미움받을 텐데--- 그래도 상관없는 거냐?

 

후예--- 만일 네가 깨어나면, 넌 나를 미워하게 될 지도 몰라.

그렇지만 상관없어.

 

 

이건--- 상사화---

 

조심하십시오, 아가씨.

그건 상사화가 아니니까요.

비슷하게 생겨서 착각하기 쉽지만, 이건 '꽃무릇'이라는 식물입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상상화와 같은 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요.

그러나 꽃무릇은 독초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죠.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렇게나 닮았는데--- 그렇게 다르다니 말입니다.

겉모습은 흉내 낼 수 있지만, 본질은 금세 들통 나기 마련이지요.

그러고 보니, 이 꽃--- 어쩐지 당신과 닮았군요, 여와 님.

특히나 들킬까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그 모습이---

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꽃이지 않습니까?

 

하백이 약에 취해 있다고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하백의 신부님---

 

 파일:Red spider lily October 2007 Osaka Japan.jpg파일:Lycoris squamigera2.jpg

                     꽃무릇                                                      상사화

 

비렴, 너도 그렇고, 요희도 그렇고 자꾸 '소아'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가 누구기에 이러는 거지?

 

이상해.

소아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지다니---

과연--- 요희의 말대로군.

어디까지가 맞는 이야기인진 모르겠지만,

소아에 대한 기억을 잃은 것만은 확실해.

 

소아!?

 

하백! 바로 그녀가 네가 잃어버린 기억이라고!

 

소아를 붙잡는 하백.

 

그녀를 놔주십시오, 하백 님.

 

후예. 부탁하는 건가? 그런데 어쩐지 명령 같군.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하백 님.

그녀를 특별히 잘 보필하라는 황제폐하의 엄명이 계셨습니다.

 

황제폐하의 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도 좋아, 후예.

 

이상하군. 그는 너의 부하가 아니었나?

 

내게 오기 전에, 그는 황제의 사람이었어.

그러니 황제국에선 그의 명을 따르는 게 당연하잖아.

 

함부로 움직이지 말란 내 말을 듣지 않았더군.

그래서 그리운 님과는 재회했나?

어느 쪽을 만났지? 하백? 무이?

아니--- 둘 다인가?

애초에 그 둘은 한 사람이니, 둘 다라고 해야겠지.

이것 말고도 그동안 네가 궁금해왔던 이야기를 하나 더 알려줄까?

하백에게 바쳐진 다른 신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야.

 

그녀는 죽기 전에 하백에게 약속했어.

어떤 모습이라도 반드시 그에게 돌아오겠다고 말야.

그는 네가 그녀가 다시 돌아온 거라고 확신했었지.

만일 그가 너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았더라면,

네가 낙빈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너도 다른 하백의 신부들처럼 그의 손에 죽었을 거야.

큭큭큭--- 사랑했던 만큼 더욱 밉고 또 증오스럽겠지.

그리고 결국에는 그 손으로--- 사랑했던 그를 죽이게 될 거야.

 

--- 무슨 이유로 이 늙은이를 찾으시는고? 아마도 하백 때문일 테지---

후후, 아들 앞에서는 천하의 왕모께서도 그저 어머니일 뿐인 모양이야.

 

지난 번 저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허허허, 왕모님의 부탁을 감히 누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하백을 위해 그리 하셨던 게 아닙니까?

 

운명의 상대를 바꾸면 미래의 불행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로군요.

그 아이가 얼마나 더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요?

 

너무 걱정 마십시오, 왕모님.

그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선택해나가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왕모님의 부탁대로, 네가 생각하는 그 아이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

거짓말 했더니, 그 운명을 깨보이겠다 하더이다.

하백은 더 이상 걱정해야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선택한 운명을 지켜봐주는 겁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하백을 맴도는 향기) 이 향기는--- 어디서 나는 향기지?

 

이건--- 월하미인이에요.

 

(갑자기 나타난 소아를 보며) 너는? --- 월하미인?

 

운이 좋으시군요.

월하미인은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닌데---

일년에 단 하루, 밤에만 볼 수 있는 꽃이랍니다.

저녁에 피기 시작해서 아침이면 지기 때문에 '밤의 고독'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요.

이런 달밤에 잘 어울리는 꽃이지 않나요?

 

이 꽃은 암수가 한 곳에 피어나는지라,

한 송이를 꺾으면 다른 송이의 꽃도 같이 죽어버리지요.

그래서 '서로만을 바라보는 사랑'이라는 꽃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제 마음에 드는 꽃말은 다른 것이지요.

 

그게 뭐지?

 

덧없는 사랑---

 

황제가 베푸는 연회에서 만난 하백과 소아, 그리고 낙빈 얼굴의 여와.

 

황제가 하백에게 소아를 소개한다.

 

내 일전에 수국에 갔다가 주운 예쁜 새라네.

소개하지.

후예의 신부가 될 아가씨야.

 

연회에서 산화무를 추는 소아.

 

하백,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아름다운 춤이었습니다.

마치 월하미인을 보는 듯하군요.

 

질투하는 여와.

 

이봐, 너! 무슨 속셈이지?

시치미 떼고서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하백의 관심이라도 끌어보려는 모양인데, 그런 어설픈 잔재주로는 어림없어.

하백은 너 따위 하찮은 인간에게 관심조차 가지지 않을 테니,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하백의 신부는 바로 나니까 말야.

 

그렇다면 폐하 말씀대로 어디 한 번 겨뤄볼까요?

누가 하백의 마음을 빼앗을지.

 

'마치 월하미인을 보는 듯하군요.'

나를 속이고,

나를 잊어버린 그가 너무도 미운데---

여전히 별 뜻 없는 그의 한 마디에---

기뻐하는 내가 싫어.

 

황제를 칭한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간 곳.

 

여긴?

 

겨울연못이라고 합니다.

물에 자신의 모습 대신 그리운 이의 모습을 비춰준다 하는 연못이지요.

하지만 이곳에 빠지면 거울 반대편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으니, 조심해야 한답니다.

 

그리운 이를 비춰주는 연못?

나는 누가 비춰질까?

 

그때, 누군가 소아를 연못 속으로 밀어버린다.

 

무라--- 하백이 기억을 잃어버린 것도, 여와를 사랑하게 된 것도 다 네 짓이지?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거야?

하백이 여와를 사랑하게 된다고 네게 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기억 안 나, 무라?

그를 지켜달라고 부탁한 건 너였잖아. 그런데 어째서---

 

아냐! 아니라고! 그가 먹은 건 요초가 아니었어.

내가 낙빈에게 건네준 약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것도,

기억을 잃게 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단 말야!

그건 그냥 평범한 약초였을 뿐이라고---!

 

연못 저편일까!

소아를 끌어안아올리며 하백이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 믿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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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실타래가 얼키설키,

그윽한 분위기의 그림이 아늑해서 점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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