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하이힐을 신은 소녀 7

2008. 12. 25. 13:42

10대의 소년소녀들도,

어른들 못지 않게 강렬한 사랑,

지독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는 바로 그런 10대들의 미친듯한 사랑을 그린 만화이구요.

흔히 청소년 시절의 사랑을,

철없고 풋풋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 사랑하는 마음의 강렬함으로 보면,

최고의 시절이 아닐까요? / 천계영

 

 

 

 

너 감자 좋아해?

응, 좋아해. 맛있잖아.

먹는 감자 말구.

무--- 무슨 소리야. 그게?

너 중학교 때. 너 땜에 자기 배를 찌른 사이코가 있었다며.

뭐야, 너? 내 뒷조사하고 다녀?

 

어쨌든, 앞으로 넌 감자 금지야. 감자 들어간 건 아무것도 먹지 마.

그런 억지가 어딨어?

감자조림 먹다가 우연히 연상작용으로 오감자 그 자식이 생각날 수도 있잖아!

여태 한 번도 그런 적 없었는데 앞으론 생각나겠다! 네가 이럴수록 더 신경 쓰이는 거 몰라?

그런 날 보고 어쩌라구! 감자칩이나 감자탕만 생각해도 질투가 나는데!

 

병이다!

꽤--- 귀여운 병---

 

누군가--- 우리 대화를 듣는다면--- 유치하다고 비웃겠지---

비웃어도 상관 없어.

난--- 욱일이 이해해.

어떻게든 소유하고 뺏기지 않으려는 마음--- 나도 똑같아---

만약에 욱일이가 다른 여자애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을 준다면---

난--- 훨씬 더 못되게 굴 거야.

절대로--- 누구에게도--- 욱일이를 뺏기지 않을 거야---

 

다음 중 고경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쳇! 문제가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정답! 1번, 양욱일.

1번 보기는 쿠키야.

그럼 2번 양욱일.

2번은 초콜릿이구.

그--- 그럼 3번 양욱일?

3번은 아이스크림!

(의기소침) 그--- 그럼 혹시 4번이 양욱일인가?

천만에! 4번은 초코시럽을 듬뿍 뿌린 아이스크림 위에 쿠키 얹은 거!(오호호호)

(끄응) 답은 그럼 4번. 초코시럽을 듬뿍 뿌린 아이스크림 위에 쿠키 얹은 거---

(하하하) 틀렸어, 틀렸어. 답은 5번 양욱일.

(욱일이 뺨을 꼬집으며) 좀 더 자신감을 가져! 나, 생각보다 양욱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구.

 

(흐믓) 고경희가--- 초코시럽을 듬뿍 뿌린 아이스크림 위에 쿠키 얹은 거보다 나를 더 좋아한다---

 

너--- 잊지 않았겠지? 언제부터 애들이 널 악마라고 무서워했는지. 태호라는 애--- 생각나?

물론 기억나지! 태호 그놈을 어떻게 잊겠어! 내가 죽였는데!

 

죽는 건 하나도 안 무서워. 하지만--- 뭐지--- 이건? --- 무서워.

저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욱일이가 떠나버릴까봐--- 그건 너무--- 무서워!

지금까지 나--- 툭하면 끝내자고--- 헤어지자고--- 그만 보자고--- 몇 번이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욱일이가 먼저 식을 수도 있다는 걸--- 버림받는 쪽이 나일 수도 있다는 걸---

한 번도--- 생각조차 안 해봤다니--- 너무--- 바보 같아---

 

욱일아--- 아직도--- 모르겠니? 네가 왜 고경희를 좋아하는지---

왜 고경희에게 그렇게 집착하는지?

고경희가 날--- 닮아서잖아.

걔는 '원래의 나'를 닮았다구. 내가 제대로 성장했을--- 미래의 모습!

진짜 양수정의 모습 말야.

이렇게 덜 자라고, 모자란 나 말고. 네가 원했던 진짜 네 쌍둥이의 모습!

네가 그렇게 집착했던 나 말야! 기억 안 나? 네가 나한테 어떻게 했었는지?

 

대체--- 뭐라는 거야?

도대체 양수정 저 계집애---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만약에--- 수정이 말이--- 정말 맞다면--- 나 자신도 모르게 그런 거였다면--

난--- 고경희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내 말 안 끝났어! 이 이기적인 놈아! 왜 모두들 나만 보고 뭐라 그래!

왜 다들 저놈이 피해자인 것처럼 그러냐구!

아무도 나한테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어 놓곤! 자기만 쳐다보게 만들어 놓곤!

진짜로 도망치고 싶었던 건 나란 말야! 하지만 난 갈 데가 없잖아---

누가--- 나 같은 애를--- 데리고 도망쳐주겠어---

 

그래서 너 말야--- 너도 남자애를 좋아하고 그런단 말이지?

그래서, 또 누굴 좋아했는데? 태호 말고 그 다음에---

왜, 또 죽이게?

수정아--- 내가 어떻게 해야--- 네 화가 풀릴까?

욱일아--- 난 화가 난 게 아니야--- 난--- 망가진 거야.

그런 거야?

그래--- 그런 거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는 거야? 망가지기 전으로?

 

(도리도리) 그런 건 없어. 그리고 이제 넌--- 고경희도 나처럼 망가뜨려 놓을 테지---

처음엔--- 고경희에게 이름표를 준 친구의 머리를 찢어놓고--- 고경희의 뒷조사를 하고, 과거를 캐고---

귀를 뚫어 표시하고, 누구도 쳐다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리고 고경희는 그런 너에게 어느새 익숙해질 거야.

정말로 너만 바라보게 될 거야. 네가 그렇게 길들였으니까.

하지만 그쯤 되면 넌 조금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거구.

그럴 때 보통 네가 꺼내드는 카드가 뭔지 알아? 꽃님이.

넌 이번에도 누군가를 제 2의 꽃님이로 만들고, 질투에 휩싸인 고경희가 자기를 망가뜨리게 하겠지.

 

내가 정말--- 그럴 거 같아?

100%야.

네가 어떻게 알아?

너랑 나는--- 같은 사람이니까.

 

욱일아--- 고경희를 조금이나마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라면--- 헤어져라---

헤어진다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집에 데려오지 그래? 나를 보면--- 생각이 달아질 거야.

내가 사는 걸 보면--- 내 이야기를 들으면--- 헤어져줄 거야.

세상에--- 나처럼 되고 싶은 여자애는 없으니까--

그리고 걱정 마. 고경희라면 꼭 너 아니어도--- 좋아해줄 남자는 많으니까.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지자고 말하면---

고경희도--- 울까?

 

오늘--- 우리집에 안 갈래?

--- 좋아.

 

꿈만 같아. 욱일이의 집에 가게 되다니---

 

너 혹시--- 우리 집에 가는 거--- 싫어? 그래서 여기서 시간 보내는 거야?

아니! 너무 가고 싶어. 너~무 가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야.

기다려지고 설레는 게--- 너무 행복하잖아. 지금 이 기분--- 조금만 더 즐길게, 응?

 

이게 정말 마지막일까? 저렇게 나를 믿고--- 좋아해주는데---

 

욱일아--- 사랑해---

 

미안하다--- 미안하다, 고경희---

나는 진짜 악마인가 봐---

수정이 말대로--- 나는 널 분명히 망가뜨릴 거야--- 그걸 알면서도---

도저히--- 헤어질 수가 없어---

망가뜨려서라도--- 너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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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사랑.

사랑하는 마음의 강렬함으로 보면 최고의 시절이라---

풋풋하고 철없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언제, 누구와 하는 사랑이든,

사랑하는 마음이야--- 절대적으로 강렬할 수밖에 없다.

다만 나이나 환경이, 상황이 달라서--- 그렇지, 현상이 달라서

거침 없이 가지 못하기도, 그대로 멈춰 서지 못하기도,

심장이 고장나 죽어버릴 것 같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희미해져버리기도,

미련스럽게 미련을 갖기도, 외면해 버리기도,

하는 것이지.

 

누구도 사랑하는 마음을 향해 철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철없거나, 풋풋하거나, 외면하거나, 강렬하거나, 혼란스럽거나, 이기적이거나, 모험이거나, 흥분하거나,

단호하거나, 지독하거나, 총맞은 것처럼 미치거나, 죽거나--- 그런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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