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어서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

2008. 6. 27. 08:28

바람만 살아 움직이는 사막에서 너를 기다려. 엄마는 긴 여행을 떠났다고 하시고, 아빠는 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씩씩한 나는 결코 울지 않아. 눈에 모래가 들어갔을 때 말고는 말이야. 네가 말한대로 정원의 꽃들을 보살펴 주고 아침이면 웃으려 노력도 했어….

에릭 바튀 특유의 꿈을 꾸는 듯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를 통해 사막의 꽃, 모래, 비행기 그림 등으로 하나의 시어처럼 다가옵니다. 모두가 잠든 사이에 얼굴을 바꾸는 사막의 모래처럼 우리 곁을 떠나는 것들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YES 24 책소개)

 

 

글 : 토마 스코프

그림 : 에릭 바튀

옮김 : 함정임

펴낸곳 : 문학동네 어린이

 

 

? 출판사 리뷰
 

- 에릭 바튀가 그려낸 또 하나의 환상 세계, 그 빛과 색의 향연 속으로
  『빨간 고양이 마투』『내 나무 아래에서』『실베스트르』『만약 눈이 빨간색이라면』등에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글귀와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그림을 선보였던 에릭 바튀가 신작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를 통해 존재와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을 던진다.
   만남과 헤어짐, 죽음 등의 관념은 에릭 바튀 특유의 꿈을 꾸는 듯 펼쳐지는 환상 세계를 통해 사막의 꽃, 모래, 비행기 그림 등으로 하나의 시어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삶이 어두움에서 시작해 어두움으로 끝나듯이,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는 검정색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책장을 들춰 보면 메마른 사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온통 아름다운 빛과 색이 가득 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검정색으로 표현된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이 사막처럼 메마르고 지루한 기다림과 슬픔뿐이라 해도, 그 빛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강렬하다는 에릭 바튀만의 희망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과 애잔한 기다림을 노래하되 환상의 빛과 색으로 변주하는 천재 작가 에릭 바튀, 알퐁스도데 어린이 문학상, 브라티슬라바 세계 그림책 원화전 그랑프리, 안데르센 상 수상 등 화려한 경력 뒤에는 아픔과 상처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희망의 눈이 있었던 것이다.

- 난 절대 안울어. 눈에 모래가 들어갔을 때 말고는.
  바람만이 살아 움직이는 황량한 사막, '나'는 '너'를 기다린다. 엄마는 '너'가 긴 여행을 떠났다고 하시고, 아빠는 올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씩씩한 나는 결코 울지 않는다. 눈에 모래가 들어갔을 때 말고는.
  불어오는 바람에 사막은 모래를 흩날리며 얼굴을 바꾸고, 그 바람에 가끔씩 눈에 모래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나는 '너'가 말한 대로 꽃에 물을 주며 웃으려고 노력한다. 어른들은 이런 나에게 환상을 품고 있다며, 이제는 구름에서 내려와 단단한 땅과 현실에 발을 디디라고 말한다.
  사막에 찾아온 밤. 추위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지독함 고요함이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걸음을 옮기고,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돌아오라고 네게 인사를 한다. 내가 너무 커버리기 전에 그 전에 돌아오라고 말이다.

- 소설가 함정임의 섬세한 번역, 원작의 호흡이 그대로!
  사막, 꽃 한 송이, 비행기 그림, 생텍쥐 페리의 『어린 왕자』가 연상되는 소품들이다. 실제로 글쓴이 토마스코토는 서면 인터뷰에서 어린 왕자에게 편지를 쓰듯 이야기를 썼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에는 수많은 비유와 은유가 숨어 있고, 단어 하나에도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우리 말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에릭 바튀 『실베스트로』와 『만약에 눈이 빨간색이라면』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면서 그의 열렬한 팬이 된 소설가 함정임의 섬세한 번역으로 원작이 담고 있는 풍성한 의미와 절제된 호흡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다.
  모두가 잠든 사이에 얼굴을 바꾸는 사막의 모래처럼, 우리 곁을 떠나는 것들에 대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는 바람이 머물다 간 듯 존재의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영욱 sylplus)

 

있잖아,

난 사막이 언제나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모래가 잠들면,

모든 게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바람이 한번 재채기를 하면,

큰 사막은 얼굴을 바꿔.

그래서 사막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지만

넌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거야!

 

어느 날,

네가 쌓은 돌담이 그대로인지 보러 갔어.

돌담은 약간 기울어진 채

사막 한가운데 서 있었지.

돌 두 개는 모래에 묻히고

가루는 별들 쪽으로 쓸려갔어.

 

엄마는 네가 긴 여행을 떠났다고 말씀하셔.

아빠는 울 필요 없다고 하시고.

난, 절대 안 울어.

눈에 모래가 들어갔을 때 말고는,

정말이야.

 

그런데,

네가 그려준 비행기 그림을 잃어버렸어.

폭풍 때문에 그만---

내 잘못이 아니야.

바람에 날아가 버린 거야.

사람들은 내게 말했어.

"조심성이 없구나. 마음이 온통 허공에 떠 있어.

가끔은 구름에서 내려와야 한단다!"

나는 그 말을 귀담아 들었어.

하지만 비행기 그림은 돌아오지 않았어.

 

있잖아,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떠나는 건 예의가 아냐.

그래서 너에게 화가 났던 거야. 그래, 너에게.

난 하루종일 모래를 긁어 모았어.

네가 쌓은 돌담보다 훨씬 더 높게,

산 하나가 만들어지도록 말이야.

사람들은 무엇이든 눈에 안 보이면, 잊게 되는 것 같아.

돌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즈음,

손가락이 끔찍하게 아팠어---

모래 알갱이가 내 눈에 들어갔나 봐.

눈물이 났어.

 

네가 옳아. 사막의 밤은 추운 게 당연해.

어쩌면 집에 있는 게 더 나을지 몰라.

게다가 나에겐 내일도 있잖아.

 

내가 떠나기 전에,

엄마는 이 오래된 돌담 위에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물어보셨어.

아빠는 엄마에게 말씀하셨지.

내가 움직이는 사막을 본다고,

환상을 품고 있다고,

그리고 그건 내 나이엔 아주 당연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건 내 비밀이야.

 

좋아, 이젠 그만 가야겠어!

 

있잖아,

그래도 넌 빨리 돌아와야 해.

어쩌면 너무 늦을지도 모르니까.

 

그때는,

내가 너무 커 버렸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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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런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도 도통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경험치와 아이의 생각은 사뭇 멀리 있으니까.

 

아마 너를 잊기 위해, 혹은 너와 다른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나는 네가 쌓은 돌담보다도 더 놓은 모래산을 쌓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는데--- 보이지 않는 돌담 때문에 눈물이 났지.

 

내 아이는 그 애가 모래가 들어갈 때만 운다고 했으니까,

그 애 눈에 모래가 들어갔기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했고.

내 아이보다 더 많이 살아버린 나는 그 눈물이 모래 탓이 아니라,

멀어져가는 슬픔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멀어져 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눈물이 나고, 무너뜨리고 싶었을 것이다.

 

글쓴이가 어린왕자에게 편지를 쓰듯 썼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나듯,

이 책은 어려웠다.

어려워서 몇 번을 읽어도, 그래도 어려웠다.

서정시를 읽듯이 아름다운 표현들과 그림들은 금세 마음을 사로잡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려워서 난감했다.

내 머릿속에도 커다란 지우개가 버티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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