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과 두보가 살았던 8세기 중국에서는 전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정의 힘으로 시련을 이겨나가는 것,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것,
그것이 내가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 작가의 편지에서 )
글 : 프랑수아즈 케리젤
그림 : 마르틴 부르
옮김 : 김민정
펴낸곳 : 아이들판
임금님이 계시는 궁궐에서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소년 이백,
어느 날부터인가 책이라곤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꾸중을 들을 수밖에요!
넌 대신이 되고 싶지 않은 게냐?
네 할아버지처럼 어질고 지혜로운 대신이?
화려한 비단옷 입은 대신이?
하지만 이백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없이 말 이이를 타고 황화 쪽으로 달려가 버렸습니다.
그것이 이백의 대답이었지요.
이백이 좋아하는 건
갖가지 붓들이며, 색색의 물감들이며, 쌀가루로 만든 희고 얇은 종이,
또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백에겐 친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백은 혼자 있는 것도 좋아했어요.
산토끼 털, 멧돼지 털로 된 붓 여덟 개를 앉은뱅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늘어놓고
시 쓰는 걸 좋아했지요.
이런 이백에게 대신이 되라니요!
궁궐에 갇혀 꼼짝 못하는 대신이 되라니요!
어림없어요!
이백은 연못가에 한 송이 연꽃 같은 자세로 앉아
털이 최고로 뻣뻣한 붓을 골라 들고 시를 휘갈깁니다.
오늘 밤, 우리는 셋이네.
달과 내 그림자와 나까지.
마시자!
달에게 건배하네.
그리고 이백은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아주 먼 길을.
얼마나 많은 달이 뜨고 졌을까요?
시인 이백이 떠난 후에?
이제 궁궐에서 이백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방에 책이 가득한 궁궐의 넓디넓은 방안에서 새로 들어온 소년 하나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 책벌레의 이름은 두보였습니다.
두보는 모르는 게 없었어요.
어찌하여 그대는 과거시험을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가?
임금님께서 두보에게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저 녀석이 진짜로 공부를 하긴 한 걸까?
일부러 시험에 떨어져서 궁궐을 떠나려는 거 아냐?
옳아, 그 고집 센 녀석, 말하고 붙어살던 그 녀석처럼 말이야.
그런데 그놈의 이름이 뭐였더라?
모르는 게 없는 두보가 얼른 대답했지요.
이백이에요. 위대한 시인 이백!
이백이야말로 두보의 스승이었습니다.
그러니 두보가 얼마나 이백을 만나고 싶었겠습니까!
달이 몇 번이나 뜨고 졌을까요!
마침내 두보는 길을 떠났습니다.
스승 이백을 찾아서.
두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습니다.
위대한 시인 이백을 보신 적 있나요?
그때마다 사람들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요! 있고말고요, 우리와 함께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불렀는걸요!
하지만 이백은,
시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는 나그네 이백은
이미 푸르디푸른 산
청산을 향해 떠나고 없었습니다.
암, 이백도 당신을 찾고 있다오.
항상 당신이 쓴 시를 몸에 지니고 다니지---
때가 되면 당신들 둘은 꼭 만나게 될 거요.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이백과 두보는 웃기부터 했습니다.
'응'이라고 해도 웃고, '아니'라고 해도 웃고.
그렇게 웃다 웃음에 취해 버렸습니다.
하늘이 그 웃음소리에 떨릴 정도였지요!
아직도 황화와 세 번째 달 너머에선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니까요!
이백(701-762)은 '원래 신선인데 이 세상에 쫓겨 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시를 잘 짓는 시인이었답니다.
특히, 사랑과 달과 술에 관한 시를 잘 지었지요.
그래서 임금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어쩌다 미움을 사서 궁궐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그 후, 자연을 벗삼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돌아다니다 사라져 버렸답니다.
달을 찾아 떠났다나요---
두보(712-770)는 공부는 잘 하면서 과거시험만 봤다 하면 떨어졌던 이상한 선비였어요.
자신의 불행 때문이지,
전쟁과 가난과 배고픔 등 사람들의 불행에 관한 시를 주로 썼답니다.
어려운 삶 속에서 꿋꿋하게 훌륭한 시를 써냈다 하여,
이백과 더불어 중국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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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두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다 잊어버리고 그저, 이백은 시선이요, 두보는 시성이었다는 말만 기억에 남아 있지만.
도서관에서 눈에 띄어서 빌려온 [이백과 두보]는 신선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이 반갑기도 했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시를 노래하듯이 풀어놓은 이야기가
정갈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모두 프랑스인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글이나, 그림이 매우 동양적이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이 전하는 우정과, 자연 친화와, 함께 웃는 웃음이
깊이 스며들 수 있는 여유와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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