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덴마크에서 태어났고, 올보르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말솜씨가 뛰어난 부모님 밑에서 상상력이라는 양념이 들어간 언어의 마술을 먹고 자랐지요.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하며 30여 권의 책을 냈으며, 현재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971년 덴마크에서 태어났으며 콜링 디자인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다수의 그림책과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고, 신문과 잡지의 삽화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킬 대학에서 일반언어학(스칸디나비아어문학, 네덜란드어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배재대학교 교양교육지원센터 교수로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이상한 집에서>, <공부의 비결>, <바다의 학교> 등이 있습니다. 펴낸곳 : 느림보
네 남매가 작은 식탁에 앉아 있어요.
식탁 끝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앉아 있고요.
망토에 가려져 날카로운 코만 삐죽 나온 얼굴이 무서워요.
문 밖에는 그 사람이 가져온 커다란 낫이 있지요.
그 사람의 이름은 죽음이에요.
시작은 침울하다.
'죽음'이란 이름을 지닌 자의 등장도 왠지 괴기스럽다.
죽음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무겁게 숨을 쉬지요.
무시무시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도 겁나지 않았어요.
너무 슬퍼서요.
할머니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병든 할머니를 데리러 온 죽음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전혀 무섭지 않은 아이들.
그저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더 그들 곁에 머물기를 바랄 뿐이다.
죽음이 좋아하는 새까만 밤처럼 짙고 쓴 커피를 계속 따라주면서 시간을 끄는 아이들의 마음.
지금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막내가 죽음을 붙잡았어요.
죽음의 손을 꼭 쥐고 슬픈 목소리로 말해요.
"우리는 할머니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그런데 할머니가 왜 돌아가셔야 하지요?"
사람들은 죽음의 심장이 석탄처럼 까맣고 생명이 없다고 말해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검은 옷 속에 감춰진 죽음의 심장은 태양처럼 붉고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뛰고 있어요.
이 순간이 슬픈 건 죽음도 마찬가지예요.
가만히 식탁을 내려다보던 죽음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죽음이 들려준 '기쁨과 슬픔', '눈물과 웃음'의 이야기.
죽음은 움푹 팬 눈으로 막내를 바라보았어요.
일그러진 얼굴이었지만
사실은 따뜻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지요.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란다, 얘들아.
죽음이 없다면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니?"
아이들은 슬픈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죽음의 말이 맞다는 건 알 수 있었지요.
동이 트고 있었어요.
둘째는 죽음을 막으려고 했어요.
첫째가 둘째의 어깨를 붙잡았지요.
"그러지 마. 생명이 가는 길은 멈출 수 없어."
첫째는 죽음이 들려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했나보다.
죽음도 생명의 연장이라는 걸.
그래도 슬플 텐데---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죽음의 목소리가 들려왔지요.
"영혼아, 멀리 날아가렴."
엄마, 영혼이 날아가면 죽는거야?
응.
영혼이 날아가서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했는데?
누가.
어디서 봤어.
(버엉~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 안했던 것 같은데--- 만화책 그만 보고, 그림책 봐야 돼!)
침대 발치에 서 있던 죽음이 아이들을 바라보았어요.
"마음아 울어라. 하지만 오래 슬퍼하지는 말거라."
아이들은 죽음이 들려준 이야기를 잊지 않았어요.
슬플 때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 힘이 났어요.
창문을 열 때면 할머니 생각이 났지요.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을 때마다
할머니가 옆에 와 계신 것 같았어요.
이 책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삶에 대한 강한 이유를 밝히고 있는 책이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
내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스스로에게, 가끔은 나의 아이들에게 걸었던 주문이 있다.
나에게는 엄마요, 내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인, 그분은 항상 우리 곁에 머물면서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 많은 위안과 용기가 생긴다.
귀신이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할머니 귀신이 더 힘세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말한다.
저 달은 할머니 달일 거라며 우기기도 했다.
언제나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게 없는 힘이다.
나의 엄마는.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애니의 노래
애니는 나바호라는 인디언 마을에 살지요.
할머니는 착한 애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자주 들려줍니다.
애니는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 할머니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할머니가 말했지요.
"애니야, 너도 이제 베틀 짜는 법을 배워야 할 때가 됐구나."
애니는 대답 대신 할머니 얼굴에 패인 주름을 살며시 만졌습니다.
할머니가 부드럽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애들아, 지금 짜고 있는 양탄자가 다 될 즈음이면 나는 땅의 어머니에게로 갈 것이다."
할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아는 애니는 놀란 눈으로 엄마를 쳐다봤습니다.
"애니야, 네가 갖고 싶은 선물을 골라라."
"무엇을 갖고 싶니, 내 손녀딸아?"
할머니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애니.
애니는 벽에 걸려 있는 베틀 짜는 막대기를 쳐다보았습니다.
"내 손녀에게 베틀 짜는 막대기를 주마."
"엄마, 왜 양탄자를 짜요?"
묵묵히 양탄자를 짜고 있는 엄마가 무심해보여서 이해할 수가 없는 애니가 엄마에게 항변한다.
"하지만 엄마는 할머니가 말씀하신 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요.
양탄자를 천천히 짜면 안되나요?"
할머니는 양탄자가 다 짜지면 땅의 어머니에게로 돌아가실 거야.
그러니까 양탄자가 다 짜지면 안 돼!
애니는 할머니가 땅의 어머니에게로 가는 시간을 늘이기 위해서 엄마가 양탄자 짜는 일을 방해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메사(사막 이곳저곳에 있는 높지 않은 바위로 된 산)로 온 할머니와 애니는 나란히 앉았습니다.
"내 손녀딸아, 너는 시간을 되돌리려 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란다.
애니야, 아침에 동쪽에서 뜬 해는 저녁에는 땅으로 돌아간단다."
'해는 뜨고 진다. 선인장은 영원히 활짝 필 수 없다. 꽃잎은 말라서 땅에 떨어진다.'
애니는 할머니가 언젠가는 땅의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신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할머니, 엄마, 할머니가 주신 이 막대기로 나도 베틀을 짤 거예요."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느긋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애니.
'책이 있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0) | 2008.07.19 |
---|---|
아르키메데스의 목욕 (0) | 2008.07.16 |
그림 그리는 새 (0) | 2008.06.28 |
마음을 움직이는 모래 (0) | 2008.06.27 |
꿈의 궁전을 만든 우체부 슈발 (0) | 2008.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