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모두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나는 틀림없이 또 기대고 말아.
그것이 두려워서 이곳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있잖아, 나나.
올해도 역시
타마강에 한 여름의 꽃이 필 거야.
707호 실에서 다 같이 기다리고 있을게.
유카타도 준비해뒀어.
오늘은 일년에 한 번 있는, 타마강의 불꽃놀이 날이다.
다들 아무리 바빠도 이날만은 꼭 이 방에 모인다.
같은 아픔을 품고.
시간의 흐름은 과거를 정화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하지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도 있다.
이 방은 그 때 그대로 시간이 멈춰져 있다.
나나,
지금도 묻고 싶은 얘기가 산더미처럼 많은데
이방엔
추억만이 아른거려.
있잖아, 나나.
나나가 누구보다도 바랐던,
되찾지 못한 여름이 지금 이곳에 있어.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
10년이고, 20년이고, 50년이고.
그날 강변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쇼우지와 여자친구를 발견하는 일은 없었다.
마침내 막이 내린 거라고 여겼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손을 놓칠 것 같은 인파 속에서,
나나와 손을 잡았지만.
노부와 똑같은 체온의 그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당겼다간
무신경하다고 여겨질 것 같았다.
손끝에 닿은 바람이 몹시 차다.
여름은 벌써 끝났던 거다.
이쪽이 안 되면 저쪽이라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앞으론 한 사람과 끝까지 마주하며 가자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을 지닌 타쿠미 앞에서
나는 원래 벌거숭이였고,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소용없어.
나나와 렌이 결혼한다.
이대로 마왕이 갈라놓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역시 사랑은 승리하는 거야.
나나한테는 약속대로 결혼초대장을 보내자.
도착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길 거야.
취소됐다는 얘긴 직전에 하면 돼.
그 때까지 렌과의 결혼 얘기가 마무리 되면 좋겠는데.
타쿠미와 결혼이라니, 나한텐 꿈도 못 꿀 일이었지.
두고 봐! 나한텐 사치코가 있다구!
일이 사는 보람인 타쿠미한테 착실히 돈 벌어오게 하고,
사치코를 튼튼하게 키우자.
그게 바로 내가 사는 법.
설령 고마츠 나나라 해도 좋아.
하지만 나나는 이 상태로는 안 돼.
나나랑 렌은,
맺어지지 않으면 안 될 운명이라구.
그 두 사람의 결합은 나의 꿈이니까.
그리고 이제부턴,
사랑을 하는 모든 여자들이 동경하는 두 사람이 되는 거야.
혼죠 나나.
마치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나나한테 잘 어울리는 멋진 이름이잖아.
있잖아, 나나.
지금도 사랑을 하는 여자들은 나나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나와 렌의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있어.
하지만 내가 보고 싶었던 건--- 그런 슬픈 결말이 아니었는데.
매력적인 용모와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재능과
서로 돕는 동료들과
운명의 연인.
여자들이 동경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나나는
더할 나위없이 충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무렵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2대 밴드의 판매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걸까.
있잖아, 나나.
더 이상 힘내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좋아하는 노래를,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르면 돼.
나에게 있어서 나나는,
그때까지 만난 누구보다도 운명을 느낀 상대였다.
끊어져 있던 붉은실도,
한 쌍의 반지가 이어주는 것만 같았다.
나나, 나도 지지 않고 신데렐라의 계단을 올라가 볼 거야.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지는 거지?
나나가 렌을 따라잡은 것처럼.
있잖아, 나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딱 맞았는데 왜 도중에 벗겨졌을까?
왕자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뭘 해도 헛도는 일인극에서
내내 행복해지지 못했던 여자의 비틀린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