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뱀파이어 뮈리엘을 사랑한, 지예

2007. 12. 15. 13:56

장미, 장미향을 따라가면--

그 끝엔-- 항상 그가 있었다.

멈춰. 움직이지 마라. 그 열정을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난 뱀파이어다.

이번엔 죽일 수 있어. 떠나라. / 아뇨, 당신은 내게 그럴 권리 없어요. /

착각마. 끝도 내가 낼 수 있어! 뱀파이어의 이성은 피의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이게 뱀파이어의 본능이다.

마지막 기회다.

 

왜, 갑자기 잔인하게 구는 걸까. 마음이 아파. 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그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으니까.

 

뮈리엘이 비에 젖어서 찾아왔다. 그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당신은 예전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걸 아나.

나 역시 한때 그림에만 미쳐있을 때가 있었지.

당신을 보고 있으면 그때가 --그 오래 전 일이 생각나.

그래서 어쩌면 향수란 것에 젖고 싶어서 당신을 이곳에 불러들인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결국엔 그 넘치는 생명력이-- 날 더욱 어둡게 만들었어.

 

이 남자를 위로해주고 싶었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이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떠나지 않은 것에 당신은 안도하고 있었다는 걸---

그거 알아요, 뮈리엘. 내가, 두려워했던 게 무언지.

끌림.

더 이상-- 내자신을 속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가 내 마음을 읽어버렸다.

그 역시 가장 두려워했던-- 그 한 마디를---

 

뮈리엘, 그가 나를 피하고 있다. 나에게 보름의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라 한다. 나는 별말 없이 프리지아를 건넸다. 마음의 순결을 의미하는.

뮈리엘에게 마음을 열었어. 그에겐 아무 의미 없다 해도 내게만은 소중해. 난, 마음의 순결을 그에게 주었으니까. 그런데-- 그는 닫혀 있다.

그의 심장이 식어버린 날, 그날부터 사랑이란 감정 역시 잃어버렸나!

그의 오래된 편지를 보았다. 그가 화를 냈다. 그래서 태워버렸다. 이곳에 와 그린 그의 그림들. 그림을 그리려면 그를 떠올려야 하니까, 이젠 그릴 수 없다. 그의 차가운 시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난, 그 시선을 그릴 수 없었다.

 

푸른 장미. 푸른 이미지. 실제하지 않는 것. 허상. 신비. 하지만 장미는 사랑!

 

뮈리엘, 당신은 영혼이 하나인가 봐요. 외로워보이니까--

바보 같아. 무섭나요? 누굴--사랑한다는 게 두려운가요?

사랑해서 두려운 거겠죠. 

상대가 자신 땜에 상처받을까봐, 그게 너무나 두려운거겠죠.

하지만 뮈리엘, 난, 강한 여자예요. 사랑해요, 뮈리엘. / 

당신이야말로 바보다.

 

뮈리엘, 대답 같은 건 이제 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외면하지만 말아줘요.

마음은-- 내 것이니까.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까지 묻어버리라 하지 말아요.

하지만, 내 존재가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곁을 떠나주겠어요.

 

만약--달빛이 아닌, 태양빛 아래였다면 좋았을까. --

신은 인간의 소유욕을 막기 위해 하나를 얻게 되는 순간, 다른 하날 빼앗아 가버리지.

내가, 당신을 얻게 되는 순간 무엇을 잃어버리게 될지 그게 두렵다.

그것이, 내것이 아닌 당신의 것이 된다면,

그걸 지켜보는 나 역시 마음의 평온을 잃겠지.

 

여전히 바보군요.

신이 하날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냐는 선택의 기횔 준다면 내 대답은 YES예요.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상대보다 더 귀한 건 없으니까.

햇살 아래서의 산책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 아래서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가가 소중한 거예요.

 

내가 사랑하면 할수록 그는 죽어간다. 뮈리엘의 죽음. 내 사랑과 바꾸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를 떠나자. 그것이 정답이다.

 

달빛은 부드럽지만 따뜻하지 않아. 차가운 체온을 더욱 차게 할 뿐.

가까이 와주겠나. 지금, 당신의 온기를 빌리고 싶은데.--

당신과의 첫만남은 잊고 있던 내 자신을 떠오르게 했어.

무모함. 당돌함. 그리고 열정이란 단어를 쉼없이 내뱉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으니까.

당신의 넘쳐나는 생명력이 주위 것을 똑같이 물들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예상대로 너무나 짙게 물들어 버렸어.

긴 입맞춤.

그것이 그의 배웅이었다.

 

켄? /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거 잊지 마라. 가봐. 널 부르고 있잖아.

 

순간-- 심장이 멈췄다.

그곳에-- 그가 있었다.

그날은 태양빛이 너무나도 강렸했던 오후의---

사랑해요, 뮈리엘.

뮈리엘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붙잡았다.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길 원할까?

역시 그 자화상의 모습이겠지요.

내가 처음 당신을 그리려고 했을 때 난, 뱀파이어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모습에선 당신을 찾아낼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당신을 한 인간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인간인, 뮈리엘, 그제야 당신 모습을 찾을 수 있었어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자화상처럼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 한 인간일 뿐예요.

이제, 난 정식으로 초대받은 거예요.

그리고 아무런 조건없이, 아무런 대가없이, 당신의 모습을 완성시킬 겁니다.

천천히 긴 시간을 두고----------

어서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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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다양한 인물들에 나도 동화돼 버려서

분별심을 잃게 된다.

뱀파이어를 사랑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인간과 뱀파이어.

틀만 다를뿐,

다른 껍질로 입혀져서 본질이 달라보일뿐,

공존하여 사랑할 수도 있다는 거구나, 작가의 마음은.

그리고, 이 마음은

인간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뱀파이어적 속성이

인간과 뱀파이어의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참,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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