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토미네 잇세

2007. 12. 18. 09:08

토미네 잇세는 수수께끼다.

예측 불능한 행동, 뜻밖의 언동, 남의 이목을 개의치 않는

자기 세계로의 매몰---

그러나, 냉정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은

그러한 불가사의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와 와인잔을 기울이려면 용기와 근성과 풍부한 표현력이 필요하지만.(웃음)

 

[신의 물방울] 그림 작가 Shu Okimoto는 토미네 잇세를 이렇게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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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네 잇세는

칸자키 유타카의 와인 컬렉션이 탐이 나서 그의 양자로 들어간 야망,

친아들인 칸자키 시즈쿠의 천재성을 과감히 외면해버리고 도전하는 근성,

와인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목숨도 걸어버리는 단호함,

(타클라마칸 사막을 헤매이던 잇세,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서 밤새 고민하며 앓던 잇세, 로랑을 붙잡으려고 공항으로 뛰어들던 잇세의 모습은 로랑의 말처럼 멋졌다.)

야망의 수단은 철저하게 이용할 줄 아는 욕망,

(사업파트너 마키를 대하는 잇세의 눈빛과 로랑을 가까이 하는 잇세의 마음이 동일선상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 잇세에게 순결한 마음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그리고 그 바람을 잇세는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유타카의 유지는 와인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사랑하고 즐기라는 것일 테고, 잇세는 그 뜻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니까. )

누구보다도 와인을 잘 알고 있다는 자존감과 신념,

천재인 시즈쿠가 따라가기 버거운 노련함까지 두루 갖춘 대단한 사람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두고 오타쿠라고 했던가. 그건 아니겠구나. 잇세는 프로니까.

오타쿠는 프리고로타에 푸욱~ 빠진 노다메였지!

 

사실 시즈쿠는 와인에 대한 후각과 미각, 단련된 디켄팅 솜씨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몸으로 익힌 문화적 재산이 앞서기는 하지만, 사도를 찾는 과정을 주욱~ 보자면, 작가의 편애가 느껴진다. 시즈쿠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 시즈쿠는 그들의 물심양면 도움으로 와인의 세계를 알아간다.  곁을 지키면서 와인 상식을 쉼없이 전달해야 하는 원조똑똑이 미야비의 활약도 무시 못하고, 천재아버지의 후광 아래 더불어 천재가 된 자의 여유, 거기에 무언가 부족해보이는 언행과 와인을 즐겁게 마시는 모습이 사람들을 편하게 끌어당기는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덕분에 잇세의 냉철함이 더 도드라져보이잖아!

많이 가진 자의 여유가, 늘 부족한 듯하여 채워넣어야 하는 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답답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게 세상 이치다. 잇세가 아니라는 듯 무시하면서도 시즈쿠를 경계하는 태도를 보면 그렇다. 물론 시즈쿠 편에서 보자면 잇세도 가진 자이니 서로 불편한 관계인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신의 물방울] 작가들이 이 만화가 우리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잇세 역은 배용준이, 시즈쿠 역은 송승헌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글쎄, 별로 아닌 듯--  작가들이 한류이고, 아무리 욘사마 팬이라지만 그들에게서 잇세와 시즈쿠의 이미지를 끄집어내기 어렵다. 뭐, 연기력이 쑤욱~ 향상된다면 몰라도. 그래도 좀더 젊고, 샤프한 이미지랑은 영~~

 

 

잇세는 아무 부족함 없는 풍족한  생활을 해왔을 텐데, 일찍 부모를 잃고 혼자서 사막을 떠돌며 살아온 나와--- 마음속의 '사막'은 비슷하게 메말라 있어.

그래서 늘 외로워 보여.

마시자. 마시고 갈증을 해소하는 거야.

응.

 

언제인가, 언젠가,

잇세와 로랑의 목마름이 시원하게 해결되는 날,

그들은 어떤 와인을 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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