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영화.
붉은빛으로 전체화면 보기.
영화를 보는 내내 붉은 색으로 치장된 화면 때문에
내 몸 구석구석으로 붉은 피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화려하게 붉은 금붕어가 화면을 가르며 헤엄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느 공간에서든지, 어떤 사물이든지, 무엇으로 장식을 했든지 , 누구이든지
붉은 빛깔을 뿜어냈다.
주인공인 키요하의 광채 띤 붉은 입술이 잊혀지지 않는다.
몸을 파는 여자의 진심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죽어가는
선배 오이란의 몸 밖으로 배출되던 붉은 피튀김이 서늘하게 기억난다.
영화에서 붉지 않았던 것은
키요하와 세이지의 희망이자 미래였던
사쿠라뿐이었던 것 같다.
이런 붉은 요소들이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음악들과 뒤섞여
나를 영화 속으로 이끌었다.
어항 속에서 유유히 노니는 붉은 빛깔의 금붕어들,
어항을 나와서 강으로 보내지면 금세 붕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어항 속에서 붉은 빛으로 팔딱거려야 하는 인생들이다.
슬프다.
8살의 나이에 유곽에 팔려온 키요하는 유곽이 싫다며 도망치다가 잡혀온다.
유곽 한 켠에 버티고 있던 벚나무에 꽃이 피면
함께 도망쳐주겠다던 세이지의 말을
진심인 듯, 희망인 듯 믿고
유곽에서 최고의 여자인 오이란으로 성장한다.
그녀의 성장과 함께 그녀가 겪었던 아픔도 컸다.
첫정을 주었던 남자가 "웃는 악마"의 모습이었을 때,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녀의 아이임에 틀림없는 아이가 사라졌을 때
그녀는 울었다.
농간질 해대는 남자들을 향해 "바로 당신" 하고 외쳤을 때,
끝끝내 피울 것 같지 않던 나무에서 여린 꽃망울이 터져서 빛나고 있었을 때
그녀가 웃었다.
아픔으로 울었든, 기쁨으로 들떴든
그것은 모두 그녀를 성장시킨 것들이다.
어항 밖으로 튕겨져 나와 팔딱거리는 금붕어의 숨가뿐 호흡이
키요하의 숨소리인양 거칠었다.
그리고 오이란의 행차시 신었던 굽높은 신발은
왠지 그녀의 아슬아슬한 운명을 말해주는 듯 힘겨웠다.
키요하에게서는 [게이샤의 추억]이나 [황진이]에서 찾아지는 품위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도도함은 맞물린다.
도도함이 있어서 그녀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었다.
마지막이 약간 밍밍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쿠라 동산의 빛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화면을 가득 채우던 붉은 빛깔이 사라지면서
그들의 희망이었던 사쿠라 빛깔로 하얗게 채워지던 화면에서
별다른 관계 진전을 보여 주지 않던
세이지와 키요하가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며 함께 웃는 모습은
왠지 조금 낯설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될 거라고 짐작했다손 치더라도
붉은 기운이 한꺼번에 걷힌 듯
잠시 착란(사쿠란)이었다.
순전히 내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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