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랑

카핑 베토벤

2007. 11. 2. 10:08

무슨 의미지?

영화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가면 싱거워져 버려서

요새는 그냥 먼저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별로 아는게 없어서인지

[카핑 베토벤]이란 제목의 뜻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아이들과 함께 볼 요량이어서 약간의 상식이 필요했다.

글을 다듬는 사람이 있듯이

손으로 악보를 직접 쓰던 과거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나눠줄 작곡가의 악보를

연주용으로 옮기는 사람  '카피스트'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감각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신은 베토벤의 귀를 멀게 했고 그녀를 선물했다!

천재 베토벤을 연주한 비밀의 여인,

안나홀츠는 작곡을 공부하는 음대 우등생이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홀대받는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안나의 가능성을 알아챈 베토벤은 그녀를 카피스트로 곁에 둔다.

그들의 음악적 교감이 이루어낸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이 연주될 때는 눈물이 나왔다.

슬프지도, 황당하리만큼 웃기지도 않는 대목에서

가슴 벅찬 감동이 끌어내는 울림.

너무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서

내가 안나홀츠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베토벤과 안나홀츠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함께 지휘하는 모습에서

내가 누군가와

좋아하는 무엇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죽을만큼 행복할 것 같았다.

 

나는 베토벤의 '합창'을 들을 때마다

이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보고 나서

호로비츠나 라흐마니노프, 트로이메라이가

내 오랜 벗처럼 느껴졌고,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서

거기에 나온 음악들에 빠져버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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