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치로11

2009. 3. 10. 09:41

어떻게 그렇게 모두를 지금껏 감쪽같이 속여온 거지?

 

이선호에게 여자임을 들켜버린 치로는 당황하여 얼버무리지만---

 

쳇! 바라는 게 뭐야?

오호~ 그게 원래 네 표정인가? 내가 바라는 게 뭔지는 잘 알 텐데?

네가 이번 라운드에서 바닐라슈슈한테 지는 거.

뭐?!

 

협박 따위를 하게 되다니--- 최악이다.

악당역에는 소질이 없는데.

게다가 진실을 알고 나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돼서,

진짜 남자들과 섞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라고,

저렇게 여자애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것도, 단순히 바람둥이 뺀질이 녀석이라서가 아니라는 점.

 

저건--- 여자애들이 부러운 거구나.

하지만 진짜 얼굴은 누구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을 때 드러나는데,

어차피 다 들켰으니 상관없다는 배짱인지,

나는 그 '시선'에서 제외된 것 같다.

 

어딘가 위태위태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못내 신경이 쓰여 어느 새 눈을 뗄 수가 없게 되고,

더 깊숙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어쩌다가 저런 생활을 하게 된 건가.

절벽 위의 꽃처럼 화려하지만, 고독한 삶을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온 걸까.

 

이 비밀은 나만 혼자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도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

어찌됐든 확실한 건--- 이 녀석은--- 위험하다.

 

여자들의 심부름으로 짐을 나르는 치로,

'내가 하지, 이리 줘'라며 이난이 나선다.

 

저 녀석은 확실히 알고 있군.

 

 

 

라이벌게임  본선 무대.

 

치로 대 바닐라슈슈

치로의 엄청난 쇼.

 

물공포증을 그새 극복한 건가?

그럴 리가. 엊그제도 쓰러졌는걸?

그럼 어떻게 저런---

 

내가 그렇게 가르쳤거든.

다양한 의상과 가면으로 고통을 감추는 법을.

 

뭘 그렇게 놀라?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설마 이런 거 하나로 지금껏 너희들을 속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말투, 동작, 목소리---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지 알았으면 너도 차마 그런 협박은 못 했을걸?

 

처음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도망쳐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수 천 수 만 번도 더 했어.

하지만 그런 기분 알아?

양발이 모두 늪에 빠져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

 

움직이려고 발버둥칠수록 깊이 빠져들어.

어차피 지금도 빠져나갈 구멍따윈 없으니까, 네가 내 비밀을 폭로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얼마나 더 빨리 진흙 속으로 잠기느냐의 차이일 테니까.

어쩌면 나는 네가 빨리 내 숨통을 끊어주길 바라는 지도 모르지.

난 그저 그 순간, 초라하지 않게 빛나고 싶을 뿐이야.

 

치로는 조금 전 무대 위에서 빛나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지친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쳇, 가드 내리고 때려 달라는 상대랑 시합해봐야, 재미가 없지.

이래서 악당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간다. (선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치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준하한테 가봐. 지금이 준하 평생 최고로 약해져 있을 테니까.

여잔 타이밍 좋은 남자한테 약하거든.

이건 여자로서 충고하는 거니까 믿어봐.

 

치로와 선호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이난.

 

타이밍이 좋은 녀석이군.

하도 밍기적대길래 막 뛰쳐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쟤 입막음이라도 하려고 온 거냐? 눈치 하난 진짜 빠르네.

비밀은 지켜줄 것 같으니까, 이제 신경 꺼.

그 자식, 역시 가서 손 좀 봐줘야겠어. 말리지 마.

(실랑이하다가) 에잇! 갈려면 나도 같이 가!

 

이 모습을 다른 녀석들한테 또 보여줄 셈이야?

도대체 자각이 없다니까.

게다가 온몸이 얼음장 같잖아. 지금까지 서 있는 게 신기하군.

멍청아. 그렇게 무서우면 하지 말지 그랬어.

(뒤에서 치로를 안아주며) 진정될 때까지만 이렇게 있어. 아무 짓도 안 할게.

가만히 있어.

이번 한 번만 다른 놈이라고 생각해도 봐줄 테니까--- 이대로 잠시만---

(눈물 흘리는 치로)

 

목은 좀 어때?

쓸데 없는 소리.

그래봤자 내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난도 알고 있다.

쓰면 쓸수록 악화되면서 변하다가,

결국 원래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니, 최악의 경우, 노래가 아니라 아주 간단한 말조차 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자네의 그 표정은

원하는 걸 갖지 못해서

그게 쌓이고 쌓여 폭발하기 직전인 표정이지.

그렇게 죽도록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

네 마음에 솔직해도 괜찮아.

 

라이벌로 대결했던 태대관 아저씨의 의미심장한 말.

 

그런가!

치로를 빤히 쳐다보는 이난.

 

할 말 있음 해.

안 돼.  안 해.

 

우찬경의 노래를 듣고 환호하는 치로.

 

이 노래 처음 버전, 그러니까 이난이 없앤 거 들어봤어?

아니?

나중에 한 번 들어봐.

그 노래를 안 들었다면, 난 그때 네 옷을 벗겨 볼 생각 같은 건 못 했을 거야.

 

그나저나 대체 찬경이 곡이 어떻다는 거야?

 

지금쯤이면 뭐, 통증이 심해서 입도 뻥긋하기 힘들겠군.

근데 어쩌나~? 다음 무대는 더 힘들어질 것 같은데.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최상의 컨디션이야.

약속이나 지켜. 나랑 한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우연히 박사와 이난의 대화를 듣고, 이난과 박사가 한 약속을 알게 되는 치로.

 

뭐라구요? 이난이 뭐라고 했다구요?

 

게임에 참가하는 대신,

"내가 우승하면 치로를 가요계에서 매장시켜."

 

이난!

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박사의 꿍꿍이로 상대방이 정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이난과 우찬경.

이난에게 화가 난 치로는 우찬경이 이난을 이길 수 있도록 강훈련을 돕는다.

 

나한테 왜 그런 걸 알려주는 거야?

네가 이난을 이기길 바라니까. 날 이용해서라도.

네가 날 이용하는 게 아니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아냐. 미안.

 

이난 줄 곡은 나왔어?

 

찬경이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오디오파일을 열어보고 경악하는 치로.

 

왜 그러고 있어?  비밀번호 알려주려고 왔는데, 켜져 있었어?

이난이 하드 지운 뒤론 컴퓨터에 비번 걸어놨거든.

찬경아---

벌써 들은 거야?

찬경아---

이 컴퓨터의 비밀번호는 0711.

네 생일이야, 송은요---

 

(헐~ 찬경이도 알고 있었구나~)

 

스페셜 에피소드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이난의 꿈속에서---

 

역시 꿈이구나.

꿈속은 바보같고, 현실은 잔인하다.

"네가 날 좋아하고 있잖아."

꿈에서까지 아프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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