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그 녀석한테서 손 떼.
아리마--- 이게 진짜 장남감이라고 믿었냐?
일본엔 이 녀석을 죽이기 위해 온 거라구.
그것이--- 처음으로 가족이 모인 때였다.
친한 척 입 놀리지 마. 남의 인생을 말아먹은 주제에. 내가 너를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했나?
너만 없었더라면 지금쯤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었어.
나에겐 딱 하나, 마음에 결심했던 게 있었다.
평생 아이를 갖지 말자.
그러면 불행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어떻게든 이루고 싶었던,
삶의 목적이었지.
그래서 내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땐--- 절망했다.
돈을 목적으로 나를 끌어들여--- 내게서 빼앗은 인생을, 그 목숨으로 갚아.
하지만 새로운 불행한 아이를 낳은 날부터 나도, 너도 훌륭한 가해자야.
용서받을 수 없어.
저 여자가 사라지면 네 고통은 사라져.
그러니까 어둠은 너를 삼킬 수 없지.
고통의 사슬은 이곳에서 끊어지는 거다.
이것이,
내가 아버지로서 유일하게 네게 해줄 수 있는 일이야.
난 괜찮아---
난 이제, 과거에 붙들리지 않아.
최고의 아버지가 와 줬으니까---
내가 그렸던 행복은, 형님 옆에서 조용히 사는 것.
하지만 지금, 내게 유일하게 남겨진 피아노로 사람들한테 이토록 사랑을 받고 있어.
그것을 부여해 준 건--- 내 인생을 망쳐버린 게 분명한 아들이었다.
너와 함께 지냈던 동안, 나는 즐거웠어.
그리고 지금--- 구하기 위해 온 내가 네게 용서를 받고 구원받았지---
네가 태어나줘서 다행이야---
틀림없이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인지,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거야.
나에게 이처럼 행복한 날이 찾아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날 우리는 기나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어둠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마음은 이미 충만해졌으니까.
인생은 심오합니다.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인지, 전혀 알 수 없어요.
저는 요즘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넓고 깊음을 배우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인지도 몰라요.
살아가는 기회를 부여받으며,
한정된 시간과 육체를 부여받으며.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것도 무사히 해결됐기 때문에,
언제까지 입 다물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말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리마 자신이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라서,
자신이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는 걸 알면,
괴로워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 입시 안 봐.
응? 어째서?
임신했거든.
아리마는 일순 격하게 기우는 마음을 똑바로 다잡았다.
늘 걱정스런 얼굴만 만들어버렸구나---
이젠 이런 식으로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테니까.
계속 내 곁에 있어줘.
이건--- 프로포즈?
프로포즈도, 아이도, 예정보다 빠른 것 뿐이야.
우리들은 '그 남자'와 '그 여자'에서
좀 전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로,
'남편'과 '아내'가 되기도 한다.
예정했던 미래와는 다르지만, 예상 밖의 일이 생겨서 즐겁다.
액시던트를 즐기고, 인생을 재미나게 산다.
그라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전 진학하지 않고 취업하겠습니다.
그런데, 뭐가 되려고?
경찰관---
그래서 아무래도 곧바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죄송하지만 그 통장을 빌려주세요.
제가 의대에 가기 위해 모아서 주신 3천만엔.
그, 그 돈, 저한테 빌려주세요!
저--- 사실은 쭉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거 잘됐다. 그럴 목적으로 모았던 거니까.
그리고 돌려줄 필요는 없어. 넌 우리 며느리가 될 거 아니냐.
그럼 그 병원도 주실래요?
그래--- 그거 좋지. 너 같은 사람한테 넘기면 안심이야---
참고로 당면한 생활비는 문제 없어요. 제가 갖고 있는 주식을 팔면 융통할 수 있으니까요.
아직도 서로 모르는 점이 있었구나.
하지만 이젠 얘기 안 한 거 없어.
나도 없어.
나중엔 형사와 의사라니--- 재밌겠다.
응, 정말 재미있을 거야.
아리마가 총에 맞으면 내가 구해줄게!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하지만 나는
너와 인생을 걸어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미래가 빛나 보여.
'만화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킵*비트! 19 (0) | 2008.11.03 |
---|---|
신의 물방울 17 (0) | 2008.10.26 |
그 남자! 그 여자! 8 / 소우지와 레이지 (0) | 2008.10.24 |
그 남자! 그 여자! 7 / 아리마와 레이지 (0) | 2008.10.23 |
그 남자! 그 여자 6 / 아리마의 고뇌 (0) | 2008.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