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장 진짜 좋아해.
부모님의 아들이 되어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뛰어 놀았지.
그리운 장소야.
유키노랑 오길 잘 했어.
재즈는 자세히 모르지만--- 흠--- 쪼금 괜찮은 취미를 가졌는 걸~
헤~ 우리 집안에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니.
멋지다--- 누굴까?
아까--- 그 가방---
혹시 아버지 것이 아닌가 해서.
나는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지금도--- 분명하게 되살아난다.
잊을 수 없는 소리---
영혼을 찢어발기는 듯한--- 라흐마니노프
생각났어--- 난 친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어.
나는 이곳에서 아버지를 봤다구--- 계속 서서--- 나를 보고 있던 게 생각나.
아까는 놀랐지만---
생각난다고 해봤자,
뭐--- 내 인생하고는 이미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무척--- 아름다운 눈을 하고 있었다.
아아--- 이거다---
줄곧 아리마로부터 들려왔던 음악---
역시 닮았지?
응.
이렇게까지 닮으면 남이 아냐.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며) 저기--- 아리마 소이치로라고 아세요? 저흰 친구인데요---
훗~ 우연도 다 있군.
알다마다--- 이 녀석은 내 아들이야.
내일 고국으로 떠나.
오랜만에 아들 얼굴이 보고 싶어져서 말야---
여어~ 도련님~ 도쿄 안내 좀 해 다오.
난 네가 마음에 들어버렸어.
사이좋게 지내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너에 관해 알아봤지.
굉장한 수재이더군.
하지만 나한텐 당할 수 없을 걸.
고작 열흘---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운명이 된다.
열흘 간의 그것이
시작된다.
나는--- 네 아버지라는 자각이 없어.
미안하지만 흥미 없다.
그리고 난 너처럼 음침한 꼬마는 안 좋아해.
다만 오직 하나--- 부모로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그래서 귀찮을지도 모르겠지만, 한동안 나랑 지내자.
그게 끝나면 두 번 다시 네 앞에 안 나타날 테니까.
좋아요.
레이지의 본심은 누구도 몰라.
잡힐 듯 하다가도 도망쳐버리지.
야생동물 같은 사내다.
그래서 어머니처럼 아리마를 속박하거나, 몰아붙이는 일은 없을 거야.
단지---
레이지를 알게 되면---
아리마가 괴로워하지 않을까--- 싶구나.
한 가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그 피아노.
최근 2년 간, 완전히 음악성이 바뀐 이유 말입니다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그건 아직 내 안에서 정리가 안 된 문제이기 때문에---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말이나 사고보다 먼저 소리가 변해버리는 거--- 연주자란 그런 게 아닐까요?
답변이 나오는 건 틀림없이 훨씬 뒤의 일이겠죠.
당신, 나를 어떻게 하고 싶어?
나쁘게는 안 해.
아무튼 더 이상 이 나라에 올 생각은 없다.
널 만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걱정할 필요 없어.
그 말을--- 핑계삼아서 스스로의 마음을 인정해버린다.
나는 이 사람이 좋아.
오늘, 사실은 즐거웠다.
아이 취급을 받았으니까.
아마 총구가 향해졌을 때부터--- 매혹되었던 거다.
난생 처음 머리도, 경험도, 체력도 모든 것이 우위인 수컷을 만났으니까.
어째서 그것이---
나를 버린 친아버지인 걸까?
이 사람의 본심이 무엇이든,
피아노만은 진실이다.
나이프처럼 예리하고 강하다.
그럼에도 어딘가 타인의 영혼을--- 순화시키는 듯한---
설령 이 사람의 본심이 악의일지라도--- 이 순간만은 나는 이 사람과 있자.
이 사람은 내 마음을 흔드므로.
아리마는 나조차 본 적 없는 허물없는 미소를--- 부친에게 보내고 있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레이지는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즐거웠다.
함께 있는 동안 알게 됐지만,
레이지는 입이 거칠고, 미의식이 강하고, 자존심이 세고, 화려하다.
몹시 남의 이목을 끌지만,
필요 이상으로 남을 얼씬 못하게 하고,
자신의 본심을 결코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자면 까탈스런 남자.
하지만 난 대하기 쉬웠고---
피아노를 향할 때의 레이지는 진짜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크면 저렇게 되고 싶다고 바랄 정도로.
아아--- 그랬구나.
어째서 이다지도 끌리는지.
레이지에게선
나와 매우 비슷한 트라우마가 느껴진다.
그래서 이토록 마음이 편한 거야.
그래서 이렇게 응석부리고 싶어지는 거다.
만약 레이지가 진짜 작은아버지이고,
곁에 있어줬다면,
나는 틀림없이
이렇게 외롭진 않았다.
죄송해요.
레이지가 마음에 드니?
네.
잘 됐다.
나도--- 가족 중에서 레이지를 제일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잘 봐둬라.
네 아버지의 모습을---
서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데--- 단절돼 버렸다.
뭐--- 이제 만나지 않는대도--- 괜찮아.
어머니는 최악이었지만,
아버지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는 정도로
추억할 수 있다.
보면 알 수 있어.
아리마는
그 사람한테 아주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걸.
아리마--- 너도 돌아가라.
어? 뭐야? 아직 6일밖에 안 됐는데---
용건이 끝났어.
그러니까 이젠 돌아가도 좋아.
처음에 그랬지?
난 너한테 부모라는 자각이 없고, 너한테 흥미 없다고 말야.
이제 그만 서로 자유로워지자.
그리고 날 만나고 나서, 대충 눈치 챘지?
너는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 실수로 생겼을 뿐이라는 걸.
같이 있어봤자 도움이 안 돼.
웃기지 마!
알고 있는 주제에!
내가 당신한테 끌리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주제에!
이제 와서 그딴 소리 하지 말라구!
레이지!
그래도
조금은--- 애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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