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치아키.
윤롱?
아침 일찍 미안해. 오늘 시간 있으면 타냐의 2차 예선 좀 보러가줘.
그 오보에 하는 남자랑.
오보에라니--- 쿠로키?
응. 타냐의 왕자님.
엥?!
윤롱은 1차에서 탈락하고 올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타냐와 키요라는 이 콩쿠르에 모든 걸 걸었다.
본선에 남으면 보러 가려고 했지만,
만약 떨어지면 타냐도 고향으로 돌아가버릴지 몰라.
정말 수준이 장난 아니었어.
기술은 물론이고, 경험이 많아 보이는 사람에다,
센스가 좋은 연주를 하는 사람도 많았거든.
덕분에 나도 좋은 공부가 됐지--- 타냐도 잘 했어.
다만 곡이 너무--- 묘하게 타냐한테 맞아떨어진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렇더라도 길은 크게 변해버린다.
나 역시 분명 그런 거였을 거라고 믿고 싶다.(윤롱)
노다메도--- 나가고 싶다.
우꺄아아아--- 치아키 선배. 빅뉴스예요!
오늘 콩쿠르 피아노 본선, 정말 끝내줬어요.
노다메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곡은 처음이에요!!
노다메, 꼭 그 곡으로 선배랑 협연하고 싶어요.
(치아키) 뭐?
(미네) 무슨 곡인데?
(노다메) 윽--- 그게--- 말해버리면 닳을까봐--- 아까워서요.
(미네) 말해두는 게 좋을걸? 안 그럼 치아키 녀석, 딴 사람이랑 해버릴지도 몰라.
(노다메) 캬힉~ 라벨의---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쿠로키) 그 곡이라면--- 메구미 씨한텐 딱일 거예요. 귀엽달까.
약간 재즈요소도 있어서 즐거운 곡이죠.
(노다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즐거워요! 내가 들려줄게! 피아노도 있으니까.
(미네) 너 쳐본 적 있어?
(노다메) 아니, 오늘 처음 들었어. 그래서 대강밖에 못쳐.
처음 듣고 대강밖에 못 친다면서 그렇게나 멋지게 칠 수 있는 거니?
보통 사람 약올리는 거야?
왜 하필 이 곡이지?!
이번에 내가 루이와 협연할 곡.
지휘자가 누군가와 협연하는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곡을 다른 누군가가 하는 건,
이 세계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이야---
그러니까 가볍게 말해버리면 그만이었는데.
그 녀석이 그렇게 기쁜 듯이 하나의 곡에 집착하는 건 처음이라.
왜 이렇게 꼬일까?
치아키! 그래!
노다메와의 협연을 RS에서 하는 게 어때? 그 라벨의 협주곡으로.
학교 선생님이 콩쿠르에 못 나가게 했다고 엄청 낙담하는 것 같던데 너무 아깝잖아!
그 녀석이라면 틀림없이 잘 해낼 거야---
콩쿠르가 안 될 바엔 아예 RS에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너희 두 사람의 피아노 협주곡!
그렇구나! --- 하지만--- 안 돼.
그런 협연에--- 만족하면 곤란해.
노다메가 그 무렵과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녀석은 빨리 만족하고 끝내버리려는 것 같아.
뭐어? 끝내버리다니 뭘?
모르겠어. 그건 알고 싶지 않아---
우울한 노다메를 달래고 뭔가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려고 분주한 치아키.
이게 옳은 판단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녀석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새삼 느끼지만 이렇게 계속 곁에서 지켜보니--- 정말 엄청난 집중력이다.
나도 이렇게 오랜 시간 쉬지 않고 하는 연습은---
바보 같은 녀석.
하지만 바보란 가끔 아주 굉장한 일을 하곤 한다.
지금까지 해온 과제--- 이렇게나?!
나도 에토 교수하고는 1년에 10곡 할까 말까였는데---
역시--- 조급해하고 있는 건 오클레르 선생님인가---?
힌트는 고맙지만--- 어떻게 느끼느냐는 노다메 거예요.
--- 그래, 그렇군. 더 칠 거야?
물론이죠!
이젠 음이 달라.
이 녀석의 '느끼는 힘'은 보통이 아니야.
나도 좀 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어.
음악만이 아니라.
이제 그만해요!
이건 노다메의 공부란 말예요.
선배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요. 노다메는 거북이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토끼도 제발 달리지만 말고 가끔은 좀 자라구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배도 곧 마를레 공연이랑 Rui와의 협연이 있으니까 그만 가서 자기 공부나 하세요!
--------------
모범카레 같은 치아키와 노다메의 사랑
살짝 비껴난 노다메의 자유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치아키와
악보를 마주 대하듯 치아키에게 다가가는 노다메의 사랑
참~ 이쁘다.
치아키가 노다메를 위해서 자신의 일을 팽개치고 동반 연습을 하는 것도,
노다메가 치아키와 협연하는 꿈에 매진하는 것도,
그래서 노다메가 치아키에게 화를 내는 것도,
다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