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하이힐을 신은 소녀 4

2008. 6. 4. 22:30

 

이전에 등장했던 캐릭터들과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만화가로서의 포부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여자 캐릭터에 집중해서 작품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경희라는 인물은 상당히 저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천계영)

 

 

속보다, 속보! 고경희가 양욱일이랑 사귄다아!!

어제 둘이 손잡고 가는 걸, 여러 명이 목격했다아!!

 

누가 누가 손을 잡아? 쟤 미친 거 아니야? 말이 돼, 그게?

난 쟤들이 화해하는 거보다, 남북통일이 먼저 될 줄 알았다.

 

이 소리를 듣고 바들바들 떨며 비틀~ 쓰러지는 양수정.

양욱일--- 어쩌려고--- 네가 감히 무슨 배짱으로---

내가 어떻게 돼도 좋다는 거야?

어디 한번 또 해보겠다는 거야?

이번엔 진짜 후회하게 해줄 거야, 양욱일.

결말이 어떻게 날지--- 어디 두고 봐!

 

나한테 질투 느낄 거 하나도 없어.

솔직히 나도 욱일이랑 그렇게 친한 건 아니니깐.

녀석에게--- 진짜 친구는 따로 있다.

뭐? 우리가 모르는--- 욱일이의 진짜 친구?

늙은이에겐 절대 비밀이다. 알았다간 욱일이한테 앙심 품을지도 모르니.

너희도 욱일이가 1년 꿇은 건 알지? 중학교 때 거의 1년간 가출하는 바람에.

그럼 혹시--- 그때 같이 가출했었다던?

그래.

유일하게 욱일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존재라고 알고 있어.

 

욱일아--- 양욱일!

김꽃님--- 예쁘다--- 오동통 피부도 뽀얗고--- 볼이 분홍색이야. 만져보고 싶게---

그래서 더 재수 없어--- 수정인--- 온몸에 수술자국이 난 채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해골처럼 말라서 누워만 있는데--- 너 혼자 예쁘니까---

좋아할 수 없는데 예쁘니까--- 그게 더 재수 없어.

다신 내 눈앞에 알짱거리지도 마.

만약에 내 눈에 띄는 날엔--- 죽여버릴 테니까.

 

딱!

어느 놈이냐! 감히 나에게 돌을 던진 게!

킥!

누--- 누구지? 저 느끼하게 생긴 놈은? 그리고 뭐야, 저 보라색 머리는!

머리도 보라색, 자전거도 보라색.

이 보라돌이 자식아! 정체를 밝혀라.

나는 장차--- 네 외삼촌이 될 사람이다.

(그럼, 우리 아빠랑 결혼하기로 한 누나의 동생?)

나에겐 꿈이 있다.

사실 난 그 집에 입양된 아들이다.

내 꿈은--- 집에서 파양되어 그 집안과 인연을 끊고, 큰누나와 결혼하는 거다.

그러니까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함께 힘을 합쳐 이 결혼을 막자!

 

어린 놈이 꿈 한번 변태적이다.

 

싫은데? 내가 왜?

그럴 줄 알고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내가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내 소원? 내 소원이 뭔데---?

탈출.

너를 구속하고 있는--- 양수정으로부터의 탈.출.

D-데이는 내년.

우리 누나가 졸업하고, 너희 아버지와 결혼하기 한 달 전쯤이다.

우린 그때 중학생이 되어 있을 거다.

난 오토바이를 준비해 너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수정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넌 몰래 집을 나오면 된다.

그 순간--- 너는 자유가 된다.

 

이번 주 일요일에? 왜?

왜긴 왜야?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돼?

당연하지.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가?

'날짜'가 영어로 뭐더라---

데이트? (나쁜 녀석--- 꼭 이런 걸, 내 입으로 말하게 하려구.)

훗,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하면--- 나도 거절하기 어려운데---

오케이~ 그럼 이번 일요일이다.

 

그렇게 한꺼번에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

우리 이렇게 하자.

서로 제일 궁금한 거 하나씩만 물어보기.

그럼 네가 먼저 물어봐. 나한테 뭐가 제일 궁금한데---?

너--- 그 머리--- 언제쯤--- 예전만큼 다시 자라---?

 

욱일이의 표정이--- 그때의 일을---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다.

말하진 않지만--- 알 수 있어.

 

난 머리 진짜 빨리 자라. 올 가을쯤엔 다 자랄 거야.

그럼, 네 차례. 나한테 제일 궁금한 거.

 

앗! 욱일이한테 제일 궁금한 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만큼--- 좋아하는지---

뭘? --- 응? 얼만큼 좋아하냐니? 뭐얼~? 뭘? 뭘?

그--- 그러니까--- 레깅스를!

(욱일이 포복절도) 대체 그런 게 왜 제일 궁금한 거야!

단어가 헛나온 거야. 그렇게까지 웃을 건 없잖아.

 

저 녀석, 내가 뭘 묻고 싶었는지 다 알 텐데.

졸지에 '나-레깅스'가 돼버렸잖아.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는데--- 날 얼만큼 좋아하는지---

 

야! 고경희!

네가 아까 나한테 제일 궁금하다고 했던 거--- 레깅스 말야!

나, 레깅스 엄청 좋아해.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레깅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두근거려---

 

못됐어--- 내 마음 다 알면서 아깐 그렇게 비웃구---

언제부터? 언제부터 레깅스가 그렇게 좋았는데?

(욱일이 얼굴에 빗금) --- 처음 봤을 때부터!

(경희 얼굴이 방긋) 그럴 줄 알았어! 내일 학교에서 봐!

 

저, 그런데 말이야--- 고경희 사물함에 이런 게 있더라구.

? 이게 뭐야--- 빡빡이 이름표잖아. 이게 왜 거기서 나와---?

그러게. 나도 그게 이상해서---

빡빡이가 보통 여자애들 꼬실 때 이름표 주고 그러는 건 알지만---

뭐가 어째?! 이 자식을 내가!

빡빡이 이 자식 어딨어! 한지원! 나와, 이 자식아!

걔가 어떤 앤데! 네가 그러고도 친구야, 이 자식아!

내가 걔를--- 뭐랑 바꿨는데!!

그렇다고 이름표로 머리를 찍으면 어떻게 해! 피나는 거 안 보여?

 

고경희--- 잘 봐 둬.

너 건드리는 새끼들은 내가 다 이렇게 만들 거야.

절대 가만 안 둬.

어떤 새끼든 고경희 너 건드리는 놈은 내가 가만 안 둬!

 

우리가--- 달리 쌍둥이겠어---

핏속에 흐르는 걸 어떡해.

무서운 집착이---

박제를 해서라도 갖고 싶은 소유욕이---

도망쳐.

더 늦기 전에.

도망--- 양욱일로부터---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네가 먼저 날 그런 눈으로 쳐다봤잖아!

어이가 없군. 하나같이 저 소리---

어쨌든 담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떼어내야 해. 안 그러면 정말로 담임이 크게 다칠 수가 있어.

욱일인--- 빡빡이에게 한 것보다 더한 짓도 할 거야.

양욱일은 미쳤으니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든 그 미친 녀석을 지켜줄 거야!!

 

고경희에게 메시지가 왔다.

내 첼로 소리가 그립지 않아?ㅋㅋ

질겁하는 고경희.

 

너 혹시 양욱일한테 연락 없었어?

나 전화번호 바꿨어.

뭐? 정말? 당분간 연락 안 할 거라더니--- 아예 번호를 바꿨어? 독하다--- 독해.

그래서 바꾼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게 됐어.

양욱일 내일 돌아오는 날인 건 알지? 그리고 빡빡이 선배가 학교 그만두기로 한 건?

뭐? 피해자가 전학 가고--- 가해자가 남는다--- 욱일이는 진짜 무슨 빽이 있는 건가?

 

양욱일이가 나,  김희애를 불렀다.

고경희랑 친해 보인다는 이유로.

자, 여기 내 번호.

양욱일이 직접 전화번호를---

고경희 근처에서 알짱대거나, 이상한 눈짓주거나 그러는 놈들 있으면 당장 전화해.

알았어?

으응--- 바보같이--- 뭘 기대한 거야.

 

이--- 있어! 한 명.

누구야! 말해!

우--- 우리 담임---

뭐가 어째?

이--- 이건--- 나만 알고 있는 거야--- 내가 눈치가 좀 빨라서---

 

꿈도 꾸지 않으려 했었는데--- 바보같이 자꾸만--- 꿈을 꾸고 있어---

내가---고경희가 되는 꿈을---

 

와, 저기 봐.

학교 옥상에--- 풍선이 걸렸네---

예쁘다. 보라색 풍선---

어머, 저 남자애 너무 웃긴다--- 비오나? 맑은데---

(그 웃긴 남자애가 고경희에게) 양산, 같이 쓸까?

(보라색 머리---?) ---?

얼굴 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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