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나나 7

2008. 5. 31. 13:43

 

블래스트의 세 번째 라이브!

라이브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가는 관객의 열기에 현기증까지 일었다.

맨 처음 스테이지에 나타난 건, 나나였다.

라이브를 할 때마다 커져가는 환성 속에서--- 동화된 나는--- 숨이 끊길 것만 같았다.

 

비행기까지 타고 올라온 학생들에게 관람 기회를 내주고

카페에서 나나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쥰코와 쿄스케.

솔직히 블래스트, 멋지잖아. 신도가 모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돼.

스테이지에 섰을 때의 존재감은 장난이 아닌 걸.

그렇지. 특히 그 보컬은.

나, 생각해 봤는데, 뮤지션은 실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

그야, 프로 지향이라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레벨은 넘어야 하겠지만,

그 보다 먼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카리스마.

자네들 밴드에는 그게 갖춰져 있어.

 

나나!

나나가,

오로지 나나를 쫓아

라이브 때마다 상경을 하는 유리를, 나보다 소중히 여기는 게 당연하고---

나와의 약속보다 레코드 회사와의 얘기를 우선시하는 것도 당연하고---

나와 사는 것보다 렌과 함께 사는 걸 택한 것도 당연해.

전부 이해가 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거네.

 

유리는 정말 좋은 애야.

그 만큼 비뚤어진 나 자신에게 질린다.

남은 한 달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타쿠미, 아는 사람이 여름방학 동안 같이 지내게 됐으니까,

집에는 오지 말아요. 나나.

띠리리~

같이 지낸다는 거, 여자야?

당연하지!

그래? 그럼 됐어. 잘 자~

뚜르르~ 타쿠미--- 만나고 싶어---

유리, 미안해. 혼자 놔둬서--- 하지만 오늘 밤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있잖아, 나나.

만약 우리가 연인 사이였다면

그건, 서로를 꼬옥 품에 안으면 메꿔질 수 있을 만한 틈이었을까?

아니면, 이런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것일까---

 

아무리 사이가 좋고, 스튜디오에 드나들어도,

나는 결코 블래스트의 일원이 될 수 없으며---

앞으로 계속 그것을 깨달아간다는 건, 쓸쓸하다기 보다 두려운 것이었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나 나약한 걸까---

 

자명종 소리도--- 내가 낸 소음도, 전혀 깨닫지 못 해.

역시 피곤했던 거구나.

그래도 만나 주었어.

기쁘긴 하지만--- 왠지 묘한 죄책감이---

타쿠미에게 있어서 난---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편리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오히려 내가, 쓸쓸할 때 안아 줄 수 있는 편리한 남자로,

타쿠미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잖아.

 

특별히 보람 있는 일 같은 거 찾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매일 아침밥을 차리며 살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행복할 텐데--- 나로서는.

하지만 타쿠미하고는 절대 결혼 같은 거 할 리도 없고,

나도 타쿠미한테 그런 걸 바라지도 않으니까,

역시 이런 찜찜한 관계는 빨리 끝내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야 해.

하지만 이런 나도,

목숨을 걸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이대로 사는 보람도 없이 나이를 먹으면서--- 혼자 쓸쓸히 죽어 가면 어떡해?

 

기타도, 피아노도 칠 수 없는 나는,

결코 블래스트의 일원이 될 수 없지만---

블래스트 멤버를, 블래스트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아.

그것만은--- 전 생애를 걸고 맹세할게.

 

렌은 전부터 타쿠미의 신념을 지지하고 있었으니까.

뭐야? 그 신념이라는 게?

레이라의 매력을 최대한 끄집어낼 수 있는 소리를 만들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저기요, 야스 씨.

질투 안 했어요? 타쿠미의 신념에?

타쿠미의 재능과, 자신만만하고 무모한 성격까지---

레이라는 타쿠미한테 반했었어.

타쿠미는 옛날부터 여자 버릇이 나쁜 놈이었지만, 레이라한테만은 손을 대지 않았거든.

그야, 어떤 의미론 소중히 다루고 있는 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수로서였지.

 

어떡하지?

단 둘이라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잖아~

노부와 함께 편의점으로 가는 길이 편치 않다.

미안--- 사실은 나, 굉장히 나쁜 여자라구!

노부가 진짜 내 모습을 안다면 틀림 없이 경멸할 거야.

그럼, 좀 더 경멸하게 해 줘. 대환영이야.

난 너를--- 달리 어떻게 해야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

 

타쿠미에게 이별을 고해야 해.

그러지 못 하면, 이 팔을 뿌리쳐야만 한다.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지?

괜찮아, 말할 수 있어.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행복해지는 거야.

이 품 속에서---

내가 바라는 미래가 모두 이뤄지는 거야.

 

있잖아, 나나.

그날 밤 새겼던 내 염원은,

지금도 빛바래지 않은 채 내 가슴 속에 있어.

우리가 그리던 꿈의 광채를 잊지 말아 줘.

 

키스를 하고, 손을 잡고, 아무 말도 없이,

편의점까지 길을 걸었다.

뜨거운 손이네--- 나나하고 똑같아.

나는 이 손을 이대로 영원히 놓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알아 줄까.

참고 있었어.

하지만 사실은 계속--- 노부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었다.

노부를 만지고 싶었어.

꼭 껴안아 줄 날이 오기를--- 몰래 기원하며 이 강변을 걸었다.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확인하는 게 두려워.

이대로 나를 맡겨도 괜찮은 걸까?

하지만 다른 남자가 있는데 간단히 넘어가는 여자라니--- 정말 경멸 당할지도 몰라.

 

나--- 사실은--- 타쿠미하고의 일--- 아무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았어.

그러면,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고--- 노부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뻔뻔한 생각만--- 내내 했었어. 환멸스럽지?

어? 아니, 기쁜데--- 그럼 안 돼?

나로선, 너를 힘으로 빼앗는다는 거--- 역시 못 해.

난 너한테 나쁜 여자 흉내는 시키고 싶지 않아.

지금 폭주하면, 넌 틀림없이 나랑 타쿠미 사이에 껴서 괴로워할 거잖아.

넌 다정하고, 정에 약하니까.

뻔뻔하다는 생각 같은 거 안 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책망하지 마.

네가 타쿠미한테 끌린 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난 죽어라 노력해도 타쿠미를 이길 순 없을 테니까.

그래도, 네가 그 녀석이랑 헤어져서 내 여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난 오기로라도 널 행복하게 해 주겠어.

난 너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내 나름대로.

아니, 네가 있어 준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타쿠미랑 헤어지고--- 마음을 정리하거든, 나한테 와.

믿고 기다릴게.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하지만 이건--- 깨지 않는 꿈이야.

있잖아, 나나.

난 오늘까지 많은 연애를 했지만,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해줄 사람은, 현실엔 없다고 생각했었어.

나나는 렌에게 지금까지 어떤 말을 들었어?

 

 

 

안녕이라고 말하는 건--- 전화로 하자.

자존심 강한 그 남자의, 상처 받는 모습 따윈 보고 싶지 않아.

 

끝났나? 다시 걸어 오지도 않고---

나 어째서 이런, 사랑도 없는 사람한테 들러붙었던 거지?

100년 간의 사랑이 식은 기분.

아냐, 타쿠미한테 사랑이 없었던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타쿠미가 내 말에 상처 받을 리가 없잖아.

난 100년 간의 잠에서 깨어난 것뿐이야.

만날 때는 늘 침대 안에서,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서로 거세게 껴안고 있으면,

왠지--- 사랑이 생겨날 것만 같았어.

하지만, 그런 건 역시 단순한 환상이었던 거야.

드디어, 눈을 뜬 거다.

진짜 왕자님의 키스로 난 눈을 뜬 거라구.

 

노부오는 어리광쟁이구나.

곤란하다니까.

난 내가 어리광부리고 싶은데.

하지만 이 기분은 뭐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을 들어주고 싶다.

지금까지 난, 남자가 그렇게 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어.

그게 큰 잘못이었는지도 몰라.

 

나나의 눈치를 본다.

너희들, 마음이 잘 맞지?

그 녀석은 옛날부터 솔직하고, 순수하고, 직선적이라---

너하고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을 거야.

나나--- 나, 노부를--- 너무너무 좋아하게 돼버린 것 같아.

당연한 거 아냐?

 

나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따윈 없어.

내가 노부를 소중히 여기면 되는 거야.

나나는 그것을 계속 지켜봐 줄 거다.

이제야말로,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 같아.

예전에 쥰이 말했던 '마음껏'이란 의미를, 이제 겨우 조금 알게 됐으니까.

 

갑자기 통화거부설정을 하는 건 무슨 뜻이야?

타쿠미 따위 정말 싫어~

너네, 쫑난 거 아니었어?

별로! 그 녀석이 멋대로 피하는 것 뿐이야.

 

잘됐다, 노부오. 하치코를 붙잡을 수 있게 돼서.

뜨거운 우정에 감사를 표하마.

별로 널 위해서가 아냐.

그럼, 뭔데?

하치코를 내 정원에서 사육하기 위해.

평생--- 아무데도 도망가지 못하도록, 똑바로 감시해.

 

트라네스의 포스터가 붙었던 자국!

태양에 그을린 벽의 포스터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벽을 유리와 함께 하얗게 페인트칠 한다.

기억을 봉인하고 싶은 것뿐인데---

증거인멸을 하는 범죄자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난 아직도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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