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요괴이야기 / 외전]
1. 카일의 마녀 (라우글스님의 과거이야기)
스님은 과거에 산적이었다.
요괴든, 인간이든지, 산적 두목이었던 라우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살생은 하지 않아서 스스로 의적으로 불리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요괴들이 기승을 부릴 때, 소문을 듣고 찾아온 라우글스님의 양아버지(당시 사원의 주지스님)의 손에 잡혀서 본인도 주지스님이 되었다는 이야기. 멋진 셀기도 키워냈다.
자자손손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
2. 백년무대, 인형극 (네이와 블러드의 만남과 관계 해석)
첫날---네가 '밤'인가? 너라면 날 죽일 수 있나?
5일째--- 두령! 오늘은 밖으로 나가시지 않으실래요?
네이가 블러드를 두령으로 받들고, 부하들에게 블러드의 존재를 알렸다.
1년--- 두령, 왜 북으로 왔습니까?
도중에 만났던 '동'의 요괴가 '북'이라면 강한 요괴가 있다고 해서.
너라면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째서---?
재미없어.
2년---두령은 평소에 뭘 생각하는 걸까요?--- 최선을 다해 죽이는 게 좋으려나?
3년---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가고 싶으십니까?
5년--- 갈 곳도 없어. 딱히.
그럼, 계속 북에 있어 주세요.
어째서지? 생각한 그대로의 완벽한 요괴니까, 충분히 만족해야 하는데---
마음에 걸린다. 뭔가가 걱정된다.
20년--- 두령은? 항상 가는 곳에 있는 거 아냐? 위!
100년---이건 어쩌면 강하고 현명하고 아름답기만 한!
120년---그래, 그렇구나! 난 두령이 진정으로 웃고 있는 걸 본 적이 없어.
150년---사원이다! 네이, 두령이 붙잡혔어! 무표정하게 돌아서는 블러드를 보았다.
저건 인형이다. 강하고 현명하고 아름답기만한--- 속았다.
두령은 이제 없어. 그러니까 기다릴 필요도 없어. 난 기다릴 생각없어.
처음부터 단순한 인형이었어. 난 인형한테 쓸데없이 마음을 주었어. 그 인형한테 속아서.
화난 걸 넘어서 증오마저 느껴진다.
나에게 있어서의 이 약 150년도, 두령안에서는 1년도 지나지 않았을 테지.
감정의 쌓임이 세월의 쌓임이라면, 그 요괴는 처음부터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다.
만약 두령이 살아 있다면 전 평생 저주할겁니다.
당신이 제발 피를 흘리도록, 제발 마음도 몸도 상처입고 눈물을 흘리도록,
언젠가 우는 날이 찾아오기를.
누군가 그걸 불태워줄 성대한 불을 질러
부디 그것의 몸과 마음을 불태워줘
누군가가, 누군가가
그 불쌍한 인형에게 부디 생명을 넣어줘.
그렇게 되면 마음속으로부터 아름답게, 그 요괴는 웃어줄 수 있었을 텐데---
네이의 저주로 블러드와 이슈카가 만났구나!
3. 죽은 자여, 숲으로(빌트의 옛이야기)
그저 그런 평범한 생활에 진절머리가 난 빌트가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가족의 살과 피를 먹고 요괴가 되었다는 비화와 라푼젤을 만나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던 시절의 이야기.
혼자만 끝까지 살아남아 악마에게 마음을 팔아넘기고 요괴가 되었다.
알겠니, 라푼젤?
마음이 아름다운 너무도 아름다운 라푼젤.
있잖아, 난 말야 말할 수 없지만, 그때 말야
생각해보면 요괴의 적성은 거기에 있었던 거다.
두근거렸다.
다른 세계, 다른 자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모든 알 수 없는 감각에
가족의 뼈를 뒤에 두고도 뛸듯이 기뻤단다, 라푼젤.
가족이 죽었던 일도, 가족을 버렸던 일도, 내가 선택했던 길도,
그게 슬퍼해야 할 일이었다는 걸 지금까지 몰랐었어.
이제서야 알았단다.
집에 돌아가면 사람이 있어
그 평범한 생활은, 실은 굉장히 마음편한 일상이었다는 걸.
사람의 체온이 기분 좋다는 거.
널 만나지 않았다면 모른 채 죽었을 거야, 라푼젤.
라푼젤, 미안한 얘기지만 난 널 떠나지 않아. 놓치지 않아.
조금 더 옆에 있어줘.
미안하구나.
지금까지 좀 제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난 지금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모르지만---
일단 오늘은 네가 보고 싶다고 말했어, 하얀 꽃을 꺾어 돌아가야지.
기뻐해준다면 다음에는 꽃씨라도 사갈까.
그러면 또 네가 꽃을 피워주렴.
너의 꽃을.
처음에는 긴박감이 좀 덜한 데다가
볼만한 페이지들이 자꾸 찢겨져 나간 통에
흥이 깨져서 보는 재미가 지지부진 했다.
그래서 다른 만화들 보면서 틈틈히 한두 권씩 빌려보았다.
후반부에 접어드니 긴장감도 돌고
작가의 마음도 읽혀서
재미있어졌다.
인간이든지, 요괴든지 진심이 있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어려운 이야기.
블러드가 했던 말처럼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면 얼음은 풀릴 것이다.
이슈카를 만나서 살아가는 재미를 알게 된 블러드의 어리숙해보이는 애정과
라푼젤을 만나서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 빌트의 겸연쩍은 사랑이,
그리고 그들의 행복을 마음껏 지지해주었던 셀기의 용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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