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얼음요괴이야기 / 이슈카의 힘

2008. 3. 17. 09:49

[얼음요괴이야기 23/24 ]

 

카우젤의 어둠 속에서 몸도, 마음도 잃어가는 사람들.

암흑이다. 밤하늘도 뒤덮는 암흑이다.

블러드의 몸속에 녹아있는 카우젤의 어둠조각을 이슈카의 피로 씻는다.

블러드, 이제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나, 분명 다 돌려줄거야. 

마음이 있는 사람의 마음에 머무른다는 걸

아는가? 모르는가?

마음 따윈 없다고 말하는 카우젤.

그래, 저 사람은 마음이 부족했었어. 그러니까 형태도 되지 않아.

 

이슈카, 불러! 네가 부르면 힘으로, 형체로 돌아올 거야.

놈의 존재의 증명은---

카우젤! 넌 어디에--- 마음은 어디에--- 혼은 어디에도 머무는 게 불가능한가?

마음을 지탱하는 건

누군가의, 소중한 누군가의 존재.

암흑이란 무엇인가!

그걸 암흑이라고 결정하는 건, 자신의 마음이다.

없다고 말하지 마.

내가 부르니까.

네 마음이 부족하다면 내 마음을 나눌 테니까.

네가 하나의 생명이라고

내가 정해줄 테니까.

 

카우젤! 정말 없는 거야? 정말 너한테 마음은 없는 거야?

네가 살아 있지 않다는 말 따위 어떻게 알아? 결정하는 건 누군가의 마음아냐?

암흑 따위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거구,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거야.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만드는 건 자신이야! 마음이 있으니까 만들 수 있는 거라구! 

카우젤, 넌 여기에 분명 있어! 네 이름은 '카우젤'이야.

암흑은 암흑일 뿐. 이름 따윈 없어.

네 이름은 '암흑'이 아냐! 암흑에서 태어난 그냥 요괴라구! 블러드와 같은 요괴야.

요괴라는 건 살아 있는 거야. 마음도 있는 거구. 너도 살아 있다구!

내가, 블러드가 알고 있어. 넌 분명 있다는 걸!

내가 부르는 건 네 이름이야! 카우젤!

넌 암흑 그 자체 따위가 아냐. 이건 인공암흑이야. 네 힘으로 만든 세계라구.

이제 전부 너야. 여기도 저기도 네 단편이야. 네 육체라구!

하나로 모아! 카우젤, 너 혼자로 돌아와!

 

서서히 암흑이 사라진다.

이제 놈을 봉인하는 것만 남았다.

어떻게 된 거지? 몸이 이상해. 녹지 않아. 흐리지 않아.

뭐야, 이 몸은 전과 달라! 이건 마치 살아있는 몸뚱이 같은--- 하나의 물체가 돼버렸어.

쓸 수 없어. 이제 필요없어. 이런 몸.

결계가 둘러진 리오의 몸을 노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이 전과 달라. 힘은 있지만 암흑에 녹지 않아.

드디어 내가 뭔지 알게 됐는데, 단지 암흑의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난 대체 뭐지?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카우젤은 리오의 몸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결계쳐진 리오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사라지자! 사라져버리자!!

 

블러드, 나와 넌 같은 거니까, 같이 사라지자. 내가 사라지면 너도 당연히 사라져야 돼.

날 봉인할 생각이라면 너도 같이 봉인되는 거다.

아까 소년도 말했지? '나와 넌 같다'라고!

블러드, 네가 자른 내 팔은 몇 개였지?

블러드, 묻고 싶은 게--- 네 기억은 언제부터냐--- 놈을 만났을 때부터야---

왜 난 놈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걸까? 그건 무의식의 확신.

내가 널 만든 거다. 내 오른팔 한 개로.

블러드, 넌 원래 내 팔로 만든 인형이야.

내가 이름을 붙여준 단순한 살덩이다. 나랑 같아. 넌 나랑 같다구.

내가 이대로 사라진다면, 너도 같이 사라져야 된다.

왜냐면 넌 나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게 아닌 그냥 덩어리니까---

블러드! 블러드! 이슈카가 부른다.

이슈카가 블러드를 안는다.

덩어리에 생명을--- 혼은 이곳에---

 

원래 당신과 같았다구? 그래서 뭐?

설령 내가 당신의 팔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지금은 나는 나다.

내 이름을 불러도 소용없어.

네가 건 저주는 이미 풀렸어.

이슈카가 풀어줬지. 

난 나야.

살아 있다.

이제 네가 만든 인형이 아냐.

마음이 없어도, 없었다고 해도 생길 수 있어.

누군가가 주는 거야.

이슈카가 줬어. 나눠줬다구.

카우젤, 고맙다. 날 만들어줘서---

난 블러드다. 이제 예전의 블러드가 아냐. 너의 블러드가 아니라구.

너와 난 다르다. 각기 다른 생명체다.

이슈카가 아까 말했지?

네 이름은 카우젤이라고--- 당신 또한 '살아있다'고---

 

카우젤을 봉인하기 위한 마지막 비책을 읽었다.

이런, 이런, 사원으로 불러낼 줄은---

시스!

시스의 도움을 받아서 카우젤을 봉인시키는 블러드.

'살아있다'는 게 뭐지? 블러드!

이 육체를 말하나?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 자유롭지 못한 몸을 말하나?

그건--- 앞으로 피도, 눈물도 흘릴 수 있다는 거야.

잘됐어. 몸의 고마움을 알 거다. 살아있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거야.

소중한 게 있다면 좀더 행복한 거지.

당신은 잘 보면 예전의 나 같아. 막 태어났을 때의 내 모습 같아.

하지만 변할지도 모르니까, 이곳에 봉인할 거야.

변해?

그래. 나나 너나 근본은 같아. 하지만 지금은 다르잖아.

육체도, 힘도, 마음도, 무엇에 쓰느냐에 따라 변하는 거니까. 만약 네가 변하고자 한다면---

카우젤! 사원 봉인 푸는 법을 가르쳐주마.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해봐! 그러면 얼음은 녹을 거다!

 

이제 끝났다.

블러드! 마음이 말야--- 이미 있는 것 같아. 그 사람!

그래서 언젠가 분명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

함께 북으로 돌아가기로 하는 블러드와 이슈카.

 

근데 블러드를 쭈욱~ 노려보면서 지켜보고 있던 이 사람은 누구? 아마시?!

저건 요괴들의 결계---? 사원을 둘러싸고 있어.

사원으로 들어갈 수 없게 한 걸까? 나올 수 없게 한 걸까? 어느 쪽이지?

금빛요괴는 사원 안에 있다.

네가 말한 대로다. 난, 난 네 위치를 알 수 있어.

이제 나에게는 길은 없다. 그렇다면 네 길도 끊는다. 모두, 모두 이 손으로 없애주마!!

됐어, 이제. 자신이 요괴라면 스스로 자신을 없애는 수밖에.

널 죽이고 나도 죽는다. 아무쪼록 그게 나의 인간으로서의 최후의 선택이라는 걸---

자신에게 덤벼드는 아마시를 눈치채고도, 피하지 않고 도리어 상처를 입은 블러드.

그건 아마도 몇초 사이 일어난 일로 그걸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팔은 이미 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인간이야. 살아라!

괜찮아요, 아마시 스님. 이제 무섭지 않으니까.

난 '괜찮다'라고 생각해도 좋은 걸까?

신이시여, 언젠가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다면.

 

우리들이 북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몇 년, 지금은 사람이 없는 북쪽 마을의 외딴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눈물의 보석이 없어진 탓인지 상처를 고치는 힘만 사라졌습니다. 딱히 너한테 치료받을 생각도 없었고, 라고 블러드는 웃었지만--- 상처입은 블러드의 모습이 그 사람이랑 좀 닮았다.

생각나는 모습은 어둡고 암흑 속. 금빛의 사람은 마치 다른 세계의 거울처럼 그 사람이 바라던 또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슈카를 닮은 리오가, 또다른 블러드일지도 모르는 카우젤을 잊지 못하고 찾는다.

다시 시작으로---

눈을 떴더니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가 길게 자라 있었고, 나도 모르는 상처가 있었고, 몸도 조금 자라 있었다. 그로부터 5년. 이유는 들었다. 나쁜 요괴에게 이용당했다는 얘기. 그때의 기억은 전혀 없다. 그 사람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아. 그 사람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내 안에 들어있던 팔도 뽑힌 것 같다. 관계는 이제 없다. 이제 없지만 좋아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5년. 잊을 수 없다. 무슨 수를 써도 잊을 수 없다. 뭔가가 허전해서, 그건 이미 기억나지 않아, 기억만이 아니라 뭔가가 소중한 부분을 어딘가에 두고 온 것 같아. 맘에 걸려요. 그게 없으면 제가, 제가 아닐 것 같은 기분마저. 확인해보고 싶어요. 정말 좋아했어요. 전 만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좋아했다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제 진심이에요. 저의 소중한 부분이에요.

찾았다---

하얗고, 죽음으로 재생하는 세계.

생명의 봄.

생명을 주는 사람.

언젠가 얼음도 녹는 날이 오는 거겠죠!

 

겨울은 말야. 힘들어---

눈이 너무 하얘서 무서워.

이대로 전부 하얗게 돼서 이대로 세상이 끝나는 거 아닌가.

순간 그런 기분이 들어서---

혼자 있을 때를 떠올린다. 하얗게 사라져가는 세상이.

이슈카! 그래도 그때는 세상이 끝나는 그 순간도 난 네 곁에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