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얼음요괴이야기 / 네이

2008. 3. 16. 22:24

[얼음요괴이야기 19/20]

 

< 등장 인물 >

이슈카 : 마음 착한 인간. 죽을 병에 걸렸지만,

            이슈카를 생각하는 블러드가 흘린 눈물의 보석으로 다시 살아났다.

북쪽요괴 블러드 : 60년 전 사원의 요괴사냥으로 서쪽 동굴에 갇혀 있던 요괴.

                        이슈카와 만나 사람을 사랑하는 걸 알게 된다.

동쪽요괴 시스 : 물을 부르는 요괴.  동쪽 호수에 봉인되었다.

서쪽요괴 카우젤 : 남쪽에 있는 산에 봉인되어 있다. 블러드를 키운 요괴.

남쪽요괴 빌트 : 원래는 인간. 라푼젤을 위해 사원에 굴복했다.

셀기 : 북쪽 사원의 승려. 성실한 성격.

네이 : 블러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북쪽 요괴의 중심이었다. 블러드를 신봉.

라푼젤 : 빌트에게 키워진 인간. 현재는 요괴.

아마시 : 서쪽 사원의 승려. 다른 사람은 믿지 않는다.

라우글 : 북의 사원의 주지스님. 누명을 쓴 채 사원에 쫓기고 있다. 셀기의 할아버지.

 

카우젤의 계략으로 사원한테 쫓기는 이슈카와 블러드. 카우젤의 다음 목표는 이슈카의 마음 속에 어둠을 만들어 그 몸을 차지하려는 것이었다. 카우젤이 꾸민 일이라고는 해도 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에 이슈카는 상처를 받는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카우젤과의 한 판을 위해 사원에 봉인됐던 카우젤의 정신체가 숨겨진 서쪽으로 향한다. 한편, 블러드의 동료들도 두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서쪽으로 향하는데---

 

미안해! 아까부터 난 누군가에게 뭔가를 사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정신을 차렸지만, 난 아직 왠지 눈을 감고 있는 듯하다.

좀더 여러 가지--- 정말 여러 가지 생각해야 되는데---

꼭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있는데--- 생각하는 걸, 조금 방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 나--- 블러드를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빼앗기고 싶지 않아!

미안해! 하지만 이 온기가 너무 따뜻해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슈카가 조금 이상하다.

뭔가 조금씩 조금씩 뭔가를 닫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한테는 열려 있는 것 같지만, 하지만 왠지 똑바로 보지 않아.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너한테는 아직 부족해--- 시스도 했던 말.

뭔가를 보는 눈을 가진 시스의 말, 진실만을 말한 것 같은,

그리고, 그건 카우젤이 말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슈카! 너, 뭔가 할 말 있는 거 아냐? 너, 왠지 무리하고 있는 거 같아.

실은 지금 괴롭다든가, 숨기고 있는 거 아냐?

 

몇번씩 여러 가지 자문자답을 한다.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한다.

반복한 자문자답 끝에 마지막 답처럼 하나의 의문이 떠오른다.

우리들, 같이 있어도 괜찮은 걸까?

 

두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린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둘만의 공간은 그곳이 아무리 좁다고 해도 나한테는 너무도 마음 편하다.

왠지 점점 난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다.

넘 아름답다.

뭐가?

머리카락! 반사돼서 예뻐!

이런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만 계속 하고 싶다. 계속 웃을 수 있다면---

너야말로 아름다워! 

아름답지 않아.

아직 모르는 블러드가, 만약 언제까지나 나한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다면

난 이대로 뭔가를 계속 속이며

언제까지나 이 손을 놓치 않을 거야!

 

이슈카! 왜 계속 말을 삼키고만 있는 거야! 뭘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

알겠어, 너에게 부족한 걸.

너에게는 어둠이 부족해.

악의나 질투, 증오 같은 모든 어둠의 감정. 

더러운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놈은 이슈카 몸에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의 악의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처가 깊어

자신에게 숨어드는 어둠마저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고 있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한편, 카우젤의 음모를 눈치챈 주지스님 라우글 일행은 카우젤의 본체가 봉인된 동굴을 찾아간다. 블러드와 이슈카는 결말을 짓기 위해 카우젤의 정신체가 숨어있는 서쪽으로 가고, 동료들은 둘을 구하기 위해 서쪽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카우젤의 음모로 많은 희생자들이 나온 걸 계기로 자신의 마음 속 어둠을 느끼기 시작한 이슈카는 서서히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블러드, 눈치채지 말아줘. 모르는 척해줘.

난 지금 굉장히 더러워. 미워하지 마. 미워하지 마.

이슈카, 고개 들어봐.

싫어.

그래, 이거야. 넌 좀더 다른 사람을 싫어할 필요가 있어!

넌 아무리 봐도 너무 지나치게 좋은 애야.

이제 조금은 나쁜 일이나 생각들을 해보기도 해봐!---

너, 내가 소중하지? 그럼 나쁜 걸 생각해!

나 너 좋아해.

정말 많이 존경하구!

빠져있어---

딱히 맹목적인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거, 네가 말한 말들 같은 거 때문에

난 아름다운 것만을 좋아하지도 않고--- 인간이니까 좀더 여러 가지를 생각해도 괜찮아.

그치만 아름다움만으로는 부족한 거잖아?

난 네가 좋아.

마음이 더러워졌다고 해도, 다시 깨끗해질 수 있잖아?

서로를 생각하는 한.

나처럼 더러워졌다고 해도---

주문을 외우는 사람이 있어. 울려퍼지는 언어의 영혼.

블러드가 조용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너무도 많이 생각해서 진심어린 말을 해나간다.

정말 고마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되고 싶다구!

돼야만 해! 언제나 정말 보살핌만 받는 게 아닌--- 블러드를 혼자 힘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라우글 스님은 카우젤을 잡기 위해서는 본체의 봉인을 푼 다음, 정신체를 유도하여 본체로 들어오게 해서, 즉각 봉인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

그리고, 그곳에서 맞닥뜨린 사람들.

아마시스님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블러드를 잡으려는 일념으로 블러드의 가슴에 창끝을 관통시킨다.

피의 붉은 색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마치 못 볼 것을 보아버린 것처럼 순간 얼어붙는 표정들, 마음들.

죽여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당신은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셀기의 부르짖음에 아마시가 냉정하게 답한다.

저건 요괴야! 내가 잘못하고 있다고? 당신은 날 뭐라고 부를 건가?

 

돌발상황에 느껴지는 놈의 기운.

어서! 그 녀석을, 사원으로 데려가!

아마시에게 이슈카를 사원으로 데려가라고 종용하는 블러드.

그리고 그 순간 카우젤에게 조종당한 리오가 다시 한번 블러드를 찌르고,

이어지는 이슈카의 절규.

블러드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카우젤의 정신체와 싸운다.

이슈카! 기다려! 난 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잊지 마! 난 네 곁에 있어!

언제나 널 생각해! 곁에 있어! 믿어! 내 안에 네가 있는 것처럼---

난 절대로 절대로 너한테 거짓말 안 해! 신에게 맹세해!

그렇게 말하고 사라져버리는 블러드.

카우젤의 몸체로 들어가는 블러드의 정신체.

그리고 블러드의 몸체로 들어간 또다른 정신체.

서로 뒤바뀐 블러드와 카우젤의 정신체와 몸체.

 

사원으로 들어가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한 블러드는 아마시에게 이슈카를 맡겼다.

그리고 네이에게 이슈카를 부탁했다.

 

멀리서 소리가 나.

나--- 뭘 하는 거지? 뭔가 허전한 듯한---그래, 블러드---뭐야, 이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블러드 어딨어?--- 이 기억은 사실이 아냐! 꿈이야! 이건 꿈이라구!

당신 등의 상처, 금빛요괴가 그렇게 한 거죠?

블러드가 그런 건데--- 그게 뭐---

지워지지 않아, 다행이야.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야!

그래! 이제는 없어. 블러드가 있었단 증거야.

내 곁에 있었단 증거야. 내 곁에 있었단 증거!

나에게 남겨진 상처가 마지막 증거야. 블러드가 살아 있었단 최후의---

역시 그 요괴가---

요괴? 요괴라서 뭐요?

난 심장이 멈췄어요. 멈췄지만 살아 있다구요. 나야말로 요괴 아닌가요? 인간은 다 똑같이 않나? 난, 난, 말하지 못했어. 하지만 말하고 싶었어. 계속 생각했어. 계속!

블러드만 무사하다면 나머진, 나머진 어떻게 돼도 좋다라고.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내가 얼마나 블러드를 사랑하는 지 모를 거야.

요괴나 인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어느 쪽이든 누군가를 죽이는 인간은, 이런 인간은 요괴라고 해야하지 않나요? 나나 당신이나!!

블러드!

모르겠지, 블러드!

내가 얼만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블러드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깊이,

피처럼 진하게,

그 무엇보다도,

블러드를 사랑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