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FEVER속 아이들, 지준과 아인

2008. 1. 6. 10:33

이 녀석은 지구표다.

녀석의 아버지도 지구고, 어머니도 지구다.

하지만 사람들은 녀석을 그냥 고아라고 부른다.

절에 사는 고아 강지준. 녀석은 유일하게 내가 사랑하는 지구생명체이다.

지구를 부모로 두고, 아인이 남매의 사랑을 받는 지준.

 

녀석은 친절하다. 다정하고 생각이 깊다. 그래서 녀석은 친구가 많다.

녀석에게는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누나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녀석 아인이는 외롭다.

이런 나보다 더---

지준이가 의지하는 아인.

 

중학교에서 다시 아인일 만났을 때, 녀석 먼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어.

한번도 친구가 없었던 난 녀석의 따뜻함이 부담스럽기까지 했었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얼핏얼핏 내비치는 녀석의 외로움을 엿보면서 사실은 나,

비겁하게 안심하고 있었는지 몰라.

이 녀석, 나와 같구나. 나처럼 외롭구나.

그러니까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도 된다. 그게 나쁜 생각인가?--

그런데 어제 누가 나더러 아인이한테 떨어지라고 하더라.

 

강아지가 우는 거 본 적 있냐?

그 천진한 눈동자가 가만히 한곳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 전체가 젖어들지--

사람들처럼 눈물이 흐르는 건 아니지만, 더 슬프더라.

바보 같은 녀석, 소리내서 엉엉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한 걸 모르고--

강지준, 나 없는 데서 울지마. 그럼 죽여 버려-- 농담 아니야.

 

처음에 우는 모습으로 만났다.

그리고 다시 만나서는 함께 기대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런데 그들이 바라보는 사랑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져갔다.

 

왜 하필 우리 누나야.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힘들 때 늘 곁에 있어준 것도 나였고, 괴로울 때 같이 웃어준 것도 나였어.

몰랐다고 말하면 안 돼. 어떻게 모를 수 있어. 넌 알고 있었어.

내가 너 사랑하는 거. /

듣기 싫어.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버린다.

너 취했어. 맑은 정신으로 다시 얘기해.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

강지준, 사랑한다-- 네 말이 맞아. 나 제정신 아니지.

그런데, 사랑을 어떻게 제정신에 할 수 있어.

제정신으로 어떻게 그 사람을 위해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가족도 필요 없고,

그 사람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없어져버려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어--

 

바다에 갔다 왔어. 아립이랑.

네 말대로 바다는 사람을 좀 슬프게 만들더라.

있잖아, 나 거기서 소중한 걸--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걸 버리고 돌아왔다.

아립이를 사랑해. /

지준아, 그거 말야. 바다에 버리고 온 그거,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

벌써 후회하는 걸-- /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는 거지? /

----- /

그 바다라면 나도 잘 알고 있어.

그곳은 뭔가 버리고 돌아오기 좋은 곳이지.

끝없이 넓고 깊어서 후회할 겨를도 없이 모든 걸 집어 삼키곤-- 다시는 뱉어내지 않는다.

지준아, 내가 먼저잖아. 내가 먼저 우리 사이를 망쳐버렸어.

네가 나한테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닌데-- 난 그냥 네가 좋아서,

그냥 너무 좋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안 그랬다면 우리, 평생 좋은 친구로 남았을 텐데--

지준아,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그때도 다시 나를 만나줘.

그리고 그때는 나를 제일 사랑해줄래? /

-- 지금도 제일 사랑해.

 

아인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가버린 이복 누나 아립이가, 그에게 남은 마지막마저 빼앗아 버렸다. 알면서, 다 알면서. 자신의 사랑이 먼저니까. 아인이의 말처럼 가족마저 버릴 수 있는 미친 사랑이니까.

 

아인이한테 더 이상 상처주기 싫어. 그 동안도 너무 아팠어. 아인이에게 돌아가줘. /

아인이에게 상처주기 싫다고? 그럼 애초에 날 찾아오지 말았어야지. /

하지만, 사랑해. 어쩔 수 없어.

여기야, 너의 또 다른 심장이 여기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있어.

아무도 멈출 수 없어. 너도-- 나조차도--

 

사랑을 하면 잔인해진다. 내 사랑이 먼저이고,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니까? 그래도 아인이의 뻥 뚫린 가슴이 시리다. 시린 가슴 속으로 엄마를 쓸어갔던 바다가 보이고, 자신을 버렸다고 말하는 지준이의 슬픈 얼굴이 보인다. 선홍빛으로 벌어진 생채기를 짜디짠 바다 소금물이 다스려준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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