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드립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단 그 대가로,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제게 주십시오.
어차피 전 인간들의 소원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단지 대가로 받게 될 소중한 것이 중요할 뿐이죠.
이렇게 냉정하게 말해도 그는 착하고 따뜻한 마법사다. 소원을 부탁하는 자의 소중한 것이 사실은 소원보다는 덜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영특한 마법사이다. 그리고 그 점을 깨닫도록 노력해주는 성실한 마법사이기도 하다.
아는지 모르지만 내 이름은 류진이야. 그쪽 이름은?
그냥 K라고 부르세요. 이름에 저주가 걸려 있어서 함부로 부르면 다칩니다.
왠지 깊은 슬픔이 있어보이는 정중한 대꾸지만 멋스런 이름이야. K라는 이름은. 마음대로 추측해볼 수 있잖아. 내가 원하는 이름으로. 후웃~
세상에 슬픈 사람이 그토록 많은 건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래.
다행이야. 나는 기억력이 별로 안 좋아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자꾸 되내이고, 그렇지 않은 기억은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된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마음에 품어서 속썩이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다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제는 별거 아니야, 라고 무시해버린다. 물론 연습은 필요했지. ^^
대신 기억해야 할 것은 무지하게 노력하는 편.
꼭! 필요하다. 좋은 것만 기억하고 살기에도 벅찬 세상이잖아!
할 수 있어.
다시 기억하게 만들 거야.
바보 같이 그걸 왜 진작 몰랐을까.
소중한 기억은 얼마든지 또 만들면 되는 거야.
다시 할 거야. 두고 봐. 넌 날 잊었어도 난 너 안 잊어.
그리로 앞으로도 평생 안 잊을거니까 넌 조금 천천히 쫓아와도 돼.
난 언제나 널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난 할 수 있어.
중요한 것은 기억이 아니라 여기라구.(가슴) 뭐, 지금은 슬프지만 괜찮아. 언젠가 조끔씩 가라앉아서 그게 내 일생의 기억 중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이었는지 깨닫게 될 날이 올 테니까. 고작 그 작은 부분 때문에 다른 좋은 기억들을 다 버린다는 건 너무 바보짓인 것 같아.
그렇지! 어렵게 이루었던 사랑에 대한 기억을 놓치기 싫어서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려 했던 어리석음. 중요하다면 다시 기억하도록 만들면 되는 거야. 손해라고 생각지 말고 애쓰는 거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슬펐던 기억 하나를 잊기 위해서 다른 소중한 기억들을 몰아내 버리는 것도 어리석은 일. 지나고 나면 그 또한 나에게는 가치있는 기억이 될 테니까. 기억에 대한 것들, 가만히 놓아두면 하염없이 가라앉아서 내 혈액 어느 지점에선가 조용히 잠들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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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SH가 끝날 때 쯤 나는 내가 빌 소원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지도 몰라--
내 소중한 것을 잃으면서까지 빌고 싶은 소원이 과연 있을까.
있더라도 용기가 없을 거야.
소중한 것을 잃을 용기가.
소중한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래도 복잡하니까, 차라리 소원을 만들지 말자.
K라면 믿음이 가서 은근히 기대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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