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라의 도움으로 반란군 알리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샤리야르 일행은 바그다드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그곳도 이미 샤리야르를 몰아내기 위한 혁명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이를 눈치챈 샤리야르는 자파르를 에미르로 복직시키면서 회생의 길을 모색한다.
나와, 자파르. 널 에미르로 복직시키겠다.
--- 나도 역모에 참여하라고?
자파르--- 지금 나에겐--- 네가 필요해.
샤리야르--- 너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싫어.
그 사람 때문이었어? 나랑 같이 가지 않은 거---
듀나---
라일라를 죽인 그런 미치광이 살인마랑 하룻밤 보내더니 갑자기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어졌어?
오빠를 친형처럼 따르는 알리를 배신해가면서?
오빠를 노리는 변태 늙은이랑 거래까지 하면석?
함께 가자고 애원하는 나를 버려가면서?
그건 네가 아직 그 사람은 잘 몰라서 그래---
지금 이 나라는 끝없이 쳐들어오는 서쪽의 학살자들을 몰아내줄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해.
샤리야르가 가진 영혼의 상처만 치유하면--- 그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럼 우리도 다시 예전처럼 행복할 수 있어.
--- 변했어. 오빠는 변했어. 더 이상 변명하지 마. 난 알 수 있어.
알았어, 오빠 말대로 원래대로 돌이켜보자.
나, 오늘 밤 샤리야르랑 잘 거야.
간신이고 충신이고 가릴 것 없이 암묵적으로 너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길 바라고 있어.
아직 대놓고 앞장서는 녀석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조금씩 꾸물거리고 있는 느낌이 오는 사람이 몇 명---
그놈들이 누구야?
누군지 말하면 네가 전부 죽여버리게?
일단 나한테 맡겨줘. 섣불리 칼을 썼다가는 더욱 반감을 살 뿐이야.
이렇게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황인데-- 묘하게 편해 보인다.
네가 내 편에 있어줘서겠지-- (꼭 그래서일까?)
(마음을 떠보듯) 그--- 세하라라는 친구는 어때?
--- 꽤 신경 쓰이는 녀석이야.
--- 너무 빠지진 말아라.
걱정 마. 안 그래도 그럴 것 같으면 죽여버릴 생각이거든.
(무서운 말이지만 그럴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뭐하자는 거야? 누가 널 들여보냈지?
듣자하니 처음 이 방에서 죽어나간 여자가 네 친구였다지?
너도 친구 뒤를 따르려고? 그게 아니면 복수라도 하러 왔나?
세하라가 시켰나?
세하라가 내가 이젠 더 이상 여자를 죽일 수 없을 거라고 하더냐?
당돌한 놈--- 순진한 얼굴로---
오빠를 닮았군---
순간, 파티마의 얼굴이 겹치면서 듀나의 목을 조르는 샤리야르.
미, 미쳤어! 이 사람은 미쳤어! 죽고 싶지 않아--- 오빠---
(퍼억!) 이젠 제발 그만 좀 해! 언제까지 파티마에게 묶여 있을 거야!
자파르에게 한 대 얻어맞고 잠잠해지는 샤리야르.
오빠인 세하라를 의심하고 질투하는 여동생 듀나와 진실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샤리야르를 위해 클레오파트라와 그녀의 남동생이자 남편이었던 톨레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하라.
영웅을 지배하고, 또 파멸시킨 아름다운 왕비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악행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그녀를 요부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들은 그 사랑의 대가로 맞이한 파멸의 순간에도
그녀를 향한 사랑이 변치 않았답니다.
클레오파트라!
사랑받고 미움받은 만큼, 오래 기억되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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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과 행복하게 함께 살고 싶었던 소망은---
안타까운 오해와, 어리석은 질투로 인해--- 산산이 깨어져버리고 말았지요.
뭐야, 이 이상한 냄새는--- 무슨 저주의 의식이라도 치르나?
아! 자오가 준 한약을 달이고 있었어요. 마스루르 님 드리려구요.
피를 만들고 새 살을 돋게 만드는 약이라서요.
한약은 체질에 따라 같은 성분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게 신기해요.
(사랑도 그러는 것 같다.)
(세하라의 양어깨에 두 팔을 내리는 샤리야르)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듀나.
샤리야르 님---
그 그림 속의 여자가--- 파티마?
깊이 사랑한 그녀에 대한 배신감을 세상 모든 여자를 향한 불신으로 확대시켰고---
매일 밤 보복 아닌 보복으로 처녀들의 생명을 빼앗아가면서도
정작 파티마에겐 손끝 하나 댈 수 없었다.
파티마를 그만큼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아니--- 충분치 않아. 그 정도로 납득할 수 없어.
샤리야르 님의 광기에는 아내의 불륜 이상의 원인이 있을 거야.
그걸 알아내야--- 아니, 알고 싶어!
그 남자의 마음 속을 알고 싶어!
샤리야르가 여전히 파티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자, 세하라는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근원적인 아픔을 찾아내어 치유하고자 한다.
사랑은 알고 싶다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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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외모에 대하여(전진석)
흔히 사람들은 클레오파트라의 콧대가 한 치만 낮았어도 역사는 변했을 것이라며,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의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하여 권력을 가진 남자들을 유혹한 요부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위대한 정치가였음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알려진 바와 다르게 다른 사람보다 키도 작고, 뚱뚱하며, 매부리코의 소유자라고 한다. 오히려 그녀는 10개 국어를 구사하고 대단한 달변의 소유자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최고의 영웅들과 사랑을 나누었으며 그들과 함께 역사의 한켠에 거대한 흔적을 남긴 여자, 여자이면서 남자들 이상의 권력을 휘두른 그녀가 그저 못마땅해서 탐욕스럽고 난잡하고 타락한 여자로 깎아내리는 것도--그녀의 위대한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깎아내려야만 하는 것도 안타깝다. 왜 아름다운 여인은 사랑과 부와 권력 모두를 가지면 안 된다는 걸까?
클레오파트라가 남자였어도 그의 사랑과 권력과 업적이 폄하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