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천일야화 2

2007. 11. 27. 10:22

 

이것으로 용서해 주마.

세하라의 등을 사정없이 채찍질한 샤리야르는 결국 세하라를 용서한다.

마음이 전달되는 힘이 느껴지는 2권.

 

재미있는 놈이야--- 동생 대신 여장을 하고 나의 하렘에 들어오다니.

여동생을 대신해서 나에게 안길 셈이었나?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감히 나에게 훈계를 해?

여동생을 사랑하나?

어머니는 다르지만--- 제겐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곧 만날 수 있을 거다.

오늘 밤에는 너도 침소에 들거라.

만약 네 동생이 처녀가 아니면 네가 목을 쳐야 하니까 말야---

아니, 어차피 상관없으려나?

 

새로운 궁중시인이다.

앞으로 나와 함께 지낼 거야. 그렇지?

아까 말한 큰일은 또 뭔가?

오늘 밤에 술탄을 모실 여인을 데리고 오던 친위대가 도적들에게 당해,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하옵니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서냐?

아뇨--- 궁중시인으로서 적들에게 저주의 말을 뱉어줄 마주눈이 되겠습니다.

 (마주눈 : 진니에게 홀린 자, 미친 사람이라는 뜻으로, 시인, 웅변가, 무녀 등 특정 분야에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하기도 했다.)

 

부탁이야, 세하라 오빠.

날 조금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같이 도망가자.

듀나, 미안해. 오빤 같이 갈 수 없어.

 

---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변함 없는 내 오빠 맞지?

물론이지.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줘.

 

태양을 떨어뜨리겠어!

 

네가 재미로 죽여온 여자들이,

누군가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영혼의 안식처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아, 내일 아침엔 네 흑인 노예놈을 세워놓고 활쏘기 연습을 해야겠어.

호오~ 그렇게까지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살려두길 잘했네~

문득 나도 너를 이해해보고 싶어졌거든---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게 어떤 기분인지.

들어가. 오늘 밤부턴 여기가 네 하렘이다! 샤리야르 전하!

 

알리에게 잡혀서 호되게 당하는 샤리야르.

 

여기 계신 세하라 님은 샤리야르에 의해 희생될 뻔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술탄의 하렘에 뛰어든 용감한 분이다.

이제 남은 일은 샤리야르의 측근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오늘 우리의 싸움에 동참하게 된 세하라 님이 앞으로 우리의 지혜가 되어주실 것이다!

 

전하, 모포를 가져왔습니다.

흥, 입장이 바뀐 걸 약올리러 왔느냐!

아뇨--- 궁중시인으로서 잠 못 이루시는 술탄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왔습니다.

또 무슨 이야기로 사람 속을 긁어놓으려는 거냐!

제가 오늘 밤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느 노예와 아름다운 동양 미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미친 놈--- 진짜 마주눈이었군! 멋대로 지껄여라! 난 잘 테니---

 

두 번째 이야기 [처용의 눈물]

서역 상인 '처용'과 신라 미녀 '가야'의 슬픈 사랑이야기!

 

네 이야기는 항상 기분 나빠.

듣고 계셨나요?

좀 행복하게 끝나는 이야기는 모르는 거냐?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닌 걸요--- 가야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고,

사람들은 처용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만들어 전했답니다.

차라리--- 그 알리라는 녀석에게 얻어맞는 편이 마음 편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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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국어교과서에서 주워들은 뒤로

역사책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작가의 이야기 해석 능력이 돋보인다.

이야기에도 나왔듯이 처용은 서역인으로 묘사된다.

 

서역은 넓게는 중국의 서쪽 지역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인도나 서아시아 지역도 서역이 되고,

좁게는 중국이 서쪽으로 진출하면서 교섭을 한 중앙아시아 일대의 도시 국가들을 말한다.

우리나라 역사책에 이슬람 사람들이 신라에 와서 살았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다만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따름이다.

처용은 동해를 지키는 용의 아들로서 경주에 와서 왕을 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질병을 옮기는 한 귀신이 처용이 없는 틈을 타서 처용의 아내와 같이 잠을 잤다. 집에 돌아온 처용이 현장을 목격하고도 그 귀신을 용서하자,

귀신은 이에 감동해 처용을 그린 그림만 봐도 도망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처용무에 쓰인 처용탈은

얼굴이 붉고, 코가 우뚝 솟아 있으며, 턱이 쭈뼛하게 나온 모습을 하고 있다.

처용의 이런 생김새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울산 앞 바다에서 나왔다는 처용은

울산을 통해 신라에 들어온 이슬람 상인을 지칭한다고 보기도 한다.

신라 사람들은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몸집이 크고 힘이 센 이슬람 사람들에게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으리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원성왕의 무덤 앞에 털이 북슬북슬하고, 눈이 움푹 들어가고,

코가 큰 이슬람 사람의 모습을 돌에 새겨 원성왕의 무덤을 지키는 무사로 만든 것은 아닐까?

(아!그렇구나 우리역사  5 신라.가야편)

 

전진석 작가는

처용의 외모는 우리와 많이 달랐지만

슬프지만 울 수 없고, 화나지만 화낼 수 없는 억눌린 감성이

우리의 한과 너무나도 닮아서

우리의 조상들은

무속신이 된 처용아비에게

한을 위로받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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