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야말로--- 너야말로 말이야---
너야말로--- 내가 보고 싶다고 울거나 하지 말라구.
정말이지 그게 문제야---
네가 얼마나 나를 소중히 여겨왔는지---
네가 내게 준 사랑의 깊이만큼---
그 만큼의 슬픔을
나는 네게 주게 될지 몰라.
걱정되는 건 그것뿐이야---
주인님---
너무 늦어 버리긴 했지만,
이제야 겨우 돌려드릴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니 부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 주세요.
희소의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주인님이니까요---
베--- 베아트리체!
네가 어떻게 여길---!?
나도 진짜로 네 꿈속에 들어올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조금 헤매긴 했지만 제대로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야.
이제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쯤은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널 찾아온 거야.
희소야, 주인님을 깨울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내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니까 지금 이 모습은 사라지게 될 거야---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뿐이야.
다시는 너와 이렇게 눈을 맞출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게 되겠지.
하지만 진짜로 내가 없어져 버리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어떤 모습이건, 어디에 있건,
이 손도, 눈도, 목소리도, 전부 사라진다고 해도---
난 항상 네 옆에 있을 거란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동안 너의 베아트리체로 살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 줘---
희소야--- 꼭 행복해져야 해.
베아트리체!!
너한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원래의 자리라니--- 그게 대체 어딘데---?
베아트리체는 어디로 간 거야!
어떻게 한 거야?
베아트리체는 어디에 있냐구?!
--- 너,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베아트리체라니--- 그게 뭔데? 중요한 거야?
그래서 그렇게 울고 있는 거야?
장휘영의 멱살을 잡고 울부짖는 희소.
그리고 어리둥절한 장휘영 옆에 놓여 있는 선인장.
희소야, 만약 네가 나를 만나고 싶다면---
나도 너를 만나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아 줘---
네가 어떤 마음으로 날 떠날 결심을 했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어.
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들,
너의 따뜻했던 마음은 전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거니?
난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라도 치렀을 거야.
하지만 넌 뭘 위해 기꺼이 내 곁을 떠나가 버린 거니?
나를 위해서라고는 하지 마.
베아트리체,
네가 없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춥고 슬픈 존재야.
네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들을 천천히 돌이켜 봤어.
은희소의 운명의 상대.
그게 내가 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이제야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됐어.
하지만 베아트리체.
네가 없으면 운명의 상대도, 좋아하는 사람도,
기쁨도 즐거움도 행복도,
이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것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장휘영!
어떻게 모른다고 할 수가 있어?
고마움이나 죄책감도 없이---
이토록이나 중요한 건 전부 잊어버리다니---
이 나쁜 놈!
설령 그게 너라고 해도 말이야.
화내 봤자 소용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너한테 아무 잘못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구.
하지만 지금은 이 슬픔이 사라질 때까지---
누구라도 원망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으니까.
베아트리체, 네가 내게 바란 행복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어.
이렇게 나를 슬프게 만든 너도 미운 건 마찬가지야.
날 내버려 둔 채 멋대로 떠나 버린 네 뜻대로는 절대로 안 해.
장휘영 따윈 죽을 때까지 미워하고 말 거라구!!
네가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넌 베아트리체에 대해서도, 너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에 대해서도 전부 잊은 채였어.
기억이라는 게 어떻게 그렇게 깨끗이 사라질 수가 있는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잊어버린 거야?
나에 관해서는--- 얼만큼이나 잊어버린 걸까?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너한테는 미움 받으면서 살고 싶진 않거든.
그것도 평생씩이나.
나도 네가 날 계속 미워하도록 내버려 두지만은 않을 거란 얘기야.
베아트리체, 나는---
너를 지켜주지 못한 나를 용서할 수 없어.
그리고 너를 잃고서도 여전히---
이 녀석을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는 나를--- 용서할 수가 없어.
진짜로 미운 건 바로 나야.
이제 도망은 그만 치라구.
여기 있을 줄 알았어.
--- 난 너랑 어릴 때 이곳에서 함께 있었던 일들 전부 기억 나.
바보! 넌 전부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건 전부가 아냐!
제일 중요한 걸 잊어버렸단 말야!
제일 중요한 게 대체 뭔데?
그런 거 웃기잖아.
난 내가 잊은 것보다는 기억하고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별로 숨기고 싶지도 않으니까 내 진심을 말할게.
어릴 때부터 줄곧 이어져 온 거야.
네 말대로 내가 중요한 걸 전부 잊었다고 해도 이것만은 잊지 않아.
아주 오래 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난 네 생각밖엔 안 했어.
너와 떨어져 있을 때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
은희소, 너를 좋아해.
이렇게 좋아하는데도 왜 그동안 말하지 않았을까 이상할 정도야.
내가 너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내내---
내내 해주기를 기다렸던 말---
정말이야?
절대 들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베아트리체.
나--- 네가 내게 준 선물을--- 받아도 되는 걸까---
은희소의 운명의 상대.
드디어 만난 거지?
아니, 벌써 만났던 거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되어 줄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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