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보톡스 / 황미나

2009. 9. 24. 11:17

요즘 화요일이면 네이버 웹툰을 찾아서 조심스레 클릭해보는 만화가 있다.

황미나 님의 [보톡스]

처음에는 게임 속 장면 때문에 머리가 어질거리고,

(게임, 하면 눈이 똥그레지는 들들이 때문에 게임, 말만 들어도 무조건 싫은 나쁜 엄마인 까닭에)

요새 익숙해진 그림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몇 번을 망설였다.

볼까? 말까?

그러다가 첫부분을 눈 찔끔 감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딱! 내 스타이일~

스토리 구성도 좋고, 심리묘사도 뛰어나고,

마음에 쏘옥~ 들어버렸다.

 

웃다가 울다가 엉덩이에 뿔난 듯.

대개는 가슴 한 켠이 싸아~ 해지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은근한 로맨스에 빠져버린 듯하다.

결말보다는 과정에 기대를 건다.

 

게임 세상 속에 던져진 가벼운 로맨스가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의 영혼을 구제하여,

진정한 치유제가 될 수 있는

보톡스로 남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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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chosun.com]

 

‘한국 순정만화의 대모’ 황미나, “내 꿈은 영화감독”

  • 김영록 인턴기자

한국 순정만화의 대모, 신작을 낼 때마다 성공시키는 히트 제조기. 황미나(여·48) 작가는 1980~90년대 이현세, 허영만과 정상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만화가다. ‘이오니아의 푸른 별’로 데뷔한지 29년째, 그간의 히트작만도 ‘굿바이 미스터 블랙’, ‘불새의 늪’, ‘엘 세뇨르’, ‘레드문’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녀가 5년여 만에 신작 ‘보톡스’로 돌아왔다. 40대 여성 영숙에게 찾아온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지난 24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자택 작업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황 작가는 ‘보톡스’의 이야기 소재로 온라인게임을 썼다. 여기에는 ‘레드문’ 원작의 게임에서 겪은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황 작가는 “게임에서 ‘돈 많겠다’면서 죽이는 사람, ‘네가 황미나면 나는 이현세다!’ 라는 사람도 있었어요”라며 웃었다. 때문에 황미나라는 본명 대신에 조카들의 이름을 돌려가며 썼다. 동생 황선나 작가도 “언니가 겉보기엔 카리스마가 넘쳐도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채팅으로는 10대 같다”고 거들었다.

“심각하게 ‘작업’ 거는 사람도 있었어요. 같이 다니던 사람들도 막 맺어주려고 하고. 제 정체를 밝혔더니 막 울더라구요. 나 맞는지 확인한다고 이것저것 제 작품에 대해 물어보는데, 오히려 제가 더 몰라서 더 당황했었죠.”

‘보톡스’는 원래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려던 이야기였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주인공도 아닌 조카 얘기가 너무 많다”며 의아해 하더란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누나가 그런 도발적인 이야기를 쓸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미안하다”며 웃었다고 한다. 영상화가 여의치 않아 먼저 만화로 내놓게 되었다.

영상화가 잘 되지 않은 이유는 첫째는 경제위기, 둘째는 ‘연출을 맡겨달라’는 그녀의 요구때문이다. 호평 일색이었던 시나리오와 달리, 연출을 맡고 싶다는 그녀의 조건에는 다들 난색을 표했다. 황 작가는 “만화가는 내가 원하는 감정을 독자로부터 끌어낸다는 점에서 연출과 통한다”고 주장한다. 관객(독자)과 자신의 눈을 일치시키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인기 최정상의 만화가로 살아남은 ‘성공비결’이라는 것이다. 감성이 필요한 장면, 그 장면의 목적, 그에 따른 등장인물의 동선까지 모두 눈에 보인다고 했다.

“만화가가 시나리오를 쓰는 건 당연하게 보는데, 연출을 하는 건 왜 이상하게 보나요? 만화가의 시야는 다양해요. 얼마든지 현장에 맞는 씬을 연출해낼 수 있죠.”

이 때문에 작품을 쓰지 않은 지난 5년간, 황미나는 영상을 공부했다. 촬영과 연출부터 영상편집과 사운드까지 손을 댔다. 그녀는 경제가 좀 나아지면,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보톡스’는 포털 네이버의 화요웹툰에 연재되고 있다. 천하의 황미나라지만 이제 나이 마흔여덟, 웹툰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독자들이 자신의 나이 때문에 갖는 선입견이다. ‘여주인공이 나이에 비해 너무 젊고 옷이 촌스럽다’, ‘요즘 작가님이 잡지책 좀 보셨는지 옷이 세련되어졌다’ 같은 댓글이 달린다는 것이다. 진행이 너무 느리다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황미나 팬들과 웹툰 독자들이 댓글에서 대립하기도 한다.

“멋쟁이들도 많지만, 소설 주인공 영숙이처럼 가디건이나 편안한 치마를 좋아하는 아줌마들도 여전히 많아요. 연배 있는 분들은 ‘저게 바로 우리 어머니’라고 하죠.”

웹툰은 올 컬러이기 때문에 흑백에 비해 여백의 미를 활용하기 어렵다. 연결되는 작은 컷 없이 매 컷마다 화면을 장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녀는 “영상을 한 컷씩 캡쳐해서 넣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웹툰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꼽는 웹툰의 장점은 독자들이 원할 때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작가는 “80년대 책은 우리 집에 있는 것도 다 부스러져간다”며 “이제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내 책을 보기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웹툰은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예전보다 자유롭다고 했다. 잡지에 연재할 경우는 연재할 분량도, 잡지 전체 분량도 정해져 있었다. 자신이 신작을 시작하면 다른 작가가 그만둬야 한다는 까지 있었다. 하지만 웹툰은 다른 작가와의 공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량도 작가 스스로 결정한다. 덕분에 편집권과 같은 2차 저작권도 매체가 아닌 작가에게 귀속된다.

“‘보톡스’에는 20대 중반에 느끼는 현실의 무게와 30대 후반에 꿈꾸는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담았어요. 어떤 댓글처럼 ‘끔찍하게 이기적이고 끔찍하게 현실적’인 작품이에요. 덕분에 연령대와 관계없이 사랑을 받는 것 같네요."

 

"나는 뭘 그려도 전부 순정만화라고 해요. ‘레드문’은 심지어 순정액션SF판타지 장르라고 하더라구요. 장르 이름에 굳이 순정이 필요할까요?”

황미나 작가는 흔히 ‘한국 순정만화의 대모’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나는 순정만화라는 표현을 싫어한다”며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한다”고 밝혔다.

사실 ‘순정만화’에는 정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준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큰 눈 속에 별이 빛나고 미남들이 치렁치렁하게 머리를 기른 그림체를 기준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내용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일반화된 방법은 ‘순정만화가’의 작품을 순정만화로 보는 것이다.

황 작가는 이 같은 작가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한국은 모든 여성작가를 순정만화가로 만들고 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김동화(내 이름은 신디), 이진주(달려라 하니)처럼 남자 순정만화가도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크레용 신짱(짱구는 못말려)’은 무조건 아동만화죠. '시마과장’ 정도 되어야 성인만화로 쳐주고.”

황미나 작가의 작품은 크게 역사물과 현대물로 나뉜다. 데뷔작인 ‘이오니아의 푸른별’을 비롯하여 ‘굿바이 미스터 블랙’, ‘불새의 늪’, ‘엘 세뇨르’ 등 황미나의 대표작들은 역사물이 많다. 역사물들은 대체로 흔히 말하는 순정물에 가깝다. ‘수퍼트리오’, ‘웍더글덕더글’, ‘메이저에서 마이너까지’ 같은 현대물들은 대체로 소년만화나 코미디물이다.

황 작가는 역사물을 쓸 때 “역사와 관계없이 인물과 스토리를 떠올린 다음 거기 맞는 역사를 찾는다”며 “거창한 목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역사물을 많이 쓰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결국 하고 싶은 건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까요. 역사물은 그래도 심의가 좀 덜했어요.”

80년대는 군사정권으로부터 모든 언론이 심의를 받던 시대였다. 만화도 심의를 통과해야 잡지에 실릴 수 있었다. 같은 이야기라도 종교다툼을 다룬 현대물보다는 중세 종교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 더 수월했다는 것이다. 황 작가는 “독재와 심의에 대항한 당시 작품들은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황미나가 말하는 당대의 필독서는 일종의 민중봉기를 다룬 ‘북해의 별(김혜린)’이다.

“그래도 심의 많이 걸렸죠. 종교분쟁 단어도 못 쓰게 하고, 바르톨로메오의 밤(프랑스에서 일어난 종교전쟁의 상징적 사건) 이야기처럼 어두운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하고.”

계속되는 지나친 심의에 당시 20대였던 황미나의 젊은 피가 결국 폭발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85년에 출판된 ‘나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다. 부익부빈익빈을 비롯한 시대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 현대물이다. 당연히 심의에 초토화됐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슬프죠. 제목을 잘 지어야 되나봐. 작은 새는 정말로 길을 잃었어요. 불새는 늪에 빠졌고.”

황미나 작가는 한국 만화를 낮춰보는 풍조를 경계했다. 그녀는 81년에 낸 ‘꽃잎으로 보낸 편지’가 95년에 나온 일본 영화 ‘러브 레터’를 표절했다고 조사받은 적도 있다. 황 작가는 “한국이 먼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며, “일본 만화가 견본이 되면서 ‘내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가 내 얘기를 한다‘고 했을 때, 한국은 귀가 가렵다고 하고 일본은 재채기를 해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 만화도 대부분 재채기를 한다구요. 기초적인 생활 습관에 대한 표현부터 이미 일본 문화에 젖어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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