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꽃보다 남자 8 / 츠바키

2009. 2. 7. 22:05

고1 때야.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어.

--- 그 여자에게 마음은 전했어요?

아니, 이미 끝나버렸어.

다만, 한 가지--- 약속을 어긴 것 때문에 가슴이 아파.

약속?

새벽 5시에 무슨 빌딩 옥상에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니, 와달라고 했는데, 바람 맞혔거든. 잔인하지?

무슨 빌딩이었는데요?

옥상에서 도쿄타워가 보이는 빌딩이었는데, 잘 기억 안 나.

하나 더 잔인한 얘길 덧붙이자면, 그 시간에 내가 뭘 했을 것 같아?

여자랑 있었어. 난 이런 놈이야. 이제 포기해.

 

내게--- 뭘 보여주고 싶어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어.

 

 

 

츠카사가 옆집에서 잔다고 생각하니 잠을 설쳤어.

도묘지가에서 일할 때는 이런 적 없었는데.

아침 갖다 주는 정도는 괜찮겠지.

내 세계로 들어와 준 츠카사를---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괜찮을 거야.

순수하게 그 마음이 무척이나 기뻤으니까.

 

소지로! 유키 얘기야. 심심풀이 상대라면 그만 둬.

츠쿠시. 만약에 카즈야가 널 좋아한다면 어떡할래?

하지만 넌 츠카사를 좋아하지.

카즈야는 그걸 알고도 언제까지나 네가 돌아봐주길 기다리겠다고 얘기한다.

자, 넌 어떡하겠어?

네가 츠카사와 헤어지고 나서도, 카즈야는 계속 기다리고 있다.

그럼, 넌 카즈야와 사귀겠어?

음--- 카즈야도 그렇겠지만, 카즈야는 친구니까--- 남자로--- 보인진 않아, 전혀.

나한테--- 유키는 그런 여자야. 안심해.

 

유키--- 소지로는 네가 노력해서 될 남자가 아니야.

그래도 아마--- 난 이제 막을 수 없어.

기다리는 수밖에.

유키가 울며 돌아올 때, 감싸 안아줄 가슴을 빌려줄 수 있도록.

그러는 수밖에 없어.

 

 

 

오늘도 불이 꺼졌어.

"부자들은 이런 곳은 안 맞아. 누나도 신기해 하는 거 아닐까? 지금까지 못보던 타입이라서"

스스무! 츠카사는 그런 애 아니야.

스스무 말에 덜컹했다.

그런 건가--- 아냐, 그럴 리 없어!

어쩐지 싫어진다--- 나--- 요 며칠 츠카사 생각뿐이야.

초조해.

 

안 와도 돼.

응?

자기 집에서 자는 게 잠이 더 잘 올 거 아냐. 집에나 가.

왜 화가 난 거야, 너? 난 여기 돈내고 빌렸어. 언제 오든 내 맘이야.

하지만 여긴--- 내 세계야! 흥미거리로 왔다갔다 하는 거 싫단 말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러면 곁에 있어달라고 하는 거 같잖아.

 

왜 그래?

나도--- 모르겠어.

 

내 세계에 들어오지 않아도 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사람과--- 점점 더 빠져드는 내 자신이---

때로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

 

진짜 열받아. 이런 바부팅이 때문에 울다니.

너--- 혹시 내가 안 와서 외로웠던 거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바보 아냐?

 

 

 

솔직하지 못한 나. 정말 한심스러워.

사랑을 하면 이기적인 마음이 생겨서--- 진짜 싫은 자신이 보여.

 

츠쿠시! 넌 몰랐겠지만 왔었어.

1시쯤부터 새벽까지. 대개 도둑이 드는 건 그 시간대잖아.

경호원이 요즘 들어 바짝 쫓아다녀서 도저히 나올 수가 없었다구.

 

그랬었구나--- 나--- 어쩐지--- 굉장히 바보가 된 것 같아.

나 혼자 화냈다가 울었다가 한밤중에 소리지르고. 창피해!

 

있지, 혼자라서 잠 못드는 거 아닐까? 옆에서 자줄까?

뭐야?

 

고마워! 오늘 기뻤어.

너랑 난 사는 세계가 완전히 다르지.

사귄다고는 해도 어딘가 불안하고--- 문제만 계속 생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내 잠도 못잤어.

 

쏟아진 눈물과 사흘 간의 수면 부족과, 가슴이 아플 만큼 행복한 기분 때문에,

나중에 생각해 보면 이날 밤, 내 행동은 평소답지 않았다.

 

츠카사가 열받는 것도 당연하지.

오랜만에 꿈도 안 꾸고 잤다--- (츠카사 옆에서)

 

소꿉장난 같은 연애.

있지, 츠카사.

우리가 서로만을 생각하며 기뻤던 적은, 생각해보면 이때 뿐이었던 것 같아.

천천히, 확실하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결전의 날.

 

목욕탕에서 나오다 츠카사를 찾고 있는 경호원들을 본 츠쿠시는 길목을 지키며 츠카사를 기다린다.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두 사람이 선택한 곳은 결국 츠카사의 집.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니까)

 

 

 

오랜만이야, 이 분위기.

여기 있었던 게 그렇게 옛날 일도 아닌데--- 그 무렵, 나하고는 완전히 달라.

내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직한 눈동자의 나.

역시 어제 내가 어떻게 된 거야?

츠카사의 체취가 나는 옷을 걸치니, 점점 제정신이 드는걸.

 

곁에서 같이 자줄까?

뭐? 됐어! 하나도 안 졸려!

츠쿠시! 너, 나랑 사귀는 거 싫어졌냐?

몰래 숨어서 만나야만 하고, 밖에서도 당당하게 못나가고, 겁나서 그만두고 싶어졌어?

 

맞아. 한밤중에 사람 눈을 피해서, 간만에 목욕했는데도 흙 위를 기어다녀야 하고,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도 너처럼 맛이 갔나봐.

전혀 싫어지지가 않아. 어떻게 됐나봐.

 

좋아하니까--- 분할 정도로

나는 유키가 했던 말을, 아득해지는 긴장 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 있었다.

좋아하니까, 당연한 거라는 말을.

정말 이대로 괜찮아.

그런데---

 

정말 무서웠어.

언제나 어린애 같던 츠카사가--- 갑자기 남자가 돼버려서---

 

나로서는--- 전혀 서두르지도, 초조해하지도 않았어.

하는 수 없지.

난 너뿐이니까--- 기다릴게.

 

어린애.

때로는 소년.

그리고 남자.

정말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어떤 모습이나 사랑할 수 있도록--- 나--- 노력할 거야.

 

 

 

소지로가 좋아했던 여자애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을 찾으러 도쿄 시내 빌딩을 죄다 뒤지는 유키.

 

대체--- 여기에서 뭐가 보인다는 거지?

도쿄탑이 보이고, 새벽에 옥상에 올라올 수 있는 빌딩은, 여기가 끝이야.

뭐가--- 보이는 걸까? 모르겠어---

 

시간 됐어--- 헛수고 했는지도 몰라---

맙소사! 찾았어, 소지로.

 

 

 

[소지로의 한 번 뿐인 인연]

 

일기일회--- 자, 이 한자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소지로 말해 볼래?

"일생에 한 번뿐인 인연"

 

이런 것쯤이야, 당연히 잘 알지.

난, 차기 니시카도가의 16대손 당주니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여자들을 꼬시는 소지로.

 

다도의 세계는 '일생에 한 번뿐인 인연'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두 번 다시 못만난다는 뜻이야. 어때? 같이 안 가겠어?

재밌고도 우습게도, 밤에 푹 빠져든 생활.

다도실 입구는 무사들이 칼을 차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작게 만들어.

차를 음미하는 데, 무기는 필요없으니까.

그러니까 너도 무기를 갖고 들어오면 안 돼.

이름밖에 모르는 여자들과 매일 밤마다 파티를 한다.

 

 

 

이런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도 한결같이 곁에서 웃어주던 아이.

그녀는 소지로를 지로라고 불렀다.

여자란 느낌이 안 드는 유일한 여자친구.

사라는 그런 애였다.

 

성실한 형은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우아한 척하지만, 집안은 엉망진창.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부드럽고 상냥하고,

무의미한 대화를 하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즐거우면 된 거 아냐?"

지저분한 관계는 질색이야.

 

사라는 몇 번씩이나 나의 이런 모습을 보아왔다.

하지만 언제나 아무 말 않고, 그냥 웃으며 가벼운 얘기를 할 뿐.

사라 얼굴을 보면--- 맘이 놓여.

메마른 집에 등불이 켜진다.

 

우리는 변하지 않아.

이대로 계속.

에토쿠의 친구들이라 부르는 세 명과는 다른--- 내 주변에 없는 샘물.

사라의 손은 부드럽고 단단해서, 내게 안심이라는 편안함을 주었다.

 

사라, 뭐야? 지금 그 표정---

못난 줄은 알지만, 난 이럴 수밖에 없어.

사라---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우리는 변하지 않아. 그렇지, 사라?

 

지로? 나, 사라야.

있잖아. 나와줬으면 하는 장소가 있어.

도쿄타워가 보이는 SINODA빌딩 옥상이야.

꼭 내일 아침 5시에 나와줬음 좋겠어.

저기--- 보여주고 싶은 게 있거든. 그리고 주소는---

 

괜찮아.

나가지 않으면 --- 다시 돌아갈 수 있어.

괜찮아.

 

응답기 들었어?

들었어. 미안, 약속이 있어서. 5시에 나오라니 너무 일러.

혹시 아침 내내 기다린 거야?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사라.

 

천천히 사라져가는 사라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작아 보여서

내 다리는 땅에 뿌리를 내린 듯 꼼짝하질 않았다.

분명히 내일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찾아올 거야.

웃으면서 내일---여느 때의 우리들로 되돌아 갈 거야.

그렇지, 사라?

 

지로에게.

여러 번 만나러 왔는데도, 못 만나줘서 미안해.

지로에게는 많은 인연이 있지만, 내게 일생에 한 번뿐인 인연은

그 건물 옥상에서 지로를 기다리던--- 그날 아침뿐이었어.

안녕히--- 사라.

 

1년 후, 사라를 거리에서 보았다.

모르는 남자와 같이 걷고 있었어.

지금도 생각이 떠나질 않아.

그때 달려가서 껴안았다면, 지금쯤 우린 어떻게 됐을까?

여러 번, 여러 번 써먹었던, '한 번 뿐인 인연'

내게 한 번뿐인 인연은---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아.

사라--- 내 한 번뿐인 인연.

 

 

뭐야, 어디 가는 거야, 유키?

와보면 알아요.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소지로! 꼭 가야 할 때도 있는 거예요. 내일 이 근처의 빌딩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어서, 소지로. 저쪽 방향이에요.

"오렌지로드 --- 사랑해요 ** "

앞 건물에 아침 햇살이 반사돼서 5시부터 3분 동안 글자가 안 보여요.

그 애가 지로라고 불렀던 거지. (보이는 글자대로--- 지로, 사랑해요)

 

바보같이---

(큭) 그 녀석, 이런 것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불러내다니--- 웃기지도 않아.

바보--- 같으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소지로)

 

아아--- 그 여자는 지금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지로--- 와줘서 고마워. (유키, 정말 대단해!)

 

 

 

즐거울 리가 없잖아?

스릴감으로 맺어진 커플은, 결속력은 강하지만, 그게 사라지면 쉽게 틀어져버려.

평범한 연애를 꿈꿔 왔지만, 그 녀석이랑 사귀는 순간에 포기했다고나 할까.

평범하진 않아도, 진전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츠쿠시, 우리도 중요한 얘기가 있어.

중요한 얘기라는 게---

낮에 하는 거야. 뉴욕행 티켓 끊었어. 들키면, 그때 뉴욕으로 가는 거야.

자, 가자.

 

너한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난 영원히 몰래 숨어서 사귈 생각 전혀 없어.

뉴욕행  티켓을 들고 츠카사가 그렇게 말했다.

난 너랑 즐겁게 사귀고 싶어.

몰래 하는 건--- 이 정도면 됐어. 하나도 안 즐거워.

마귀 같은 여자라도 우리 엄마야. 말하면 꼭 이해하실 거다.

넌--- 믿고 따라오면 돼.

 

 

 

뉴욕--- 그곳은 정보발신지--- 가 아니라, 마녀가 사는 숲.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유키.

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

 

있지--- 유키--- 소지로하고는---

츠쿠시. 나, 사랑을 할 거야.

이번엔 아주 행복한 사랑을 말야.

여러가지로 걱정끼쳐서 미안해.

나--- 노력했어.

이제 만족해.

좀 지나면 들어줄래? 전부 얘기해줄게.

 

저녁부터 아침을 가로질러간 유키의 사랑.

단 하나만을 찾아서.

난--- 이제 저렇게 달려가지 않아.

나도--- 달려가볼까.

츠카사를 믿고.

 

양복 입은 사람은 모두 경호원으로 보여.

아아! 심장 떨려--- 들키면---

아냐. 생각하지 말자.

 

경호원들 따돌리고 왔어?

운이 좋으면 안 들킬 거야. 넌 운이 좋아. 나랑 사귀잖아.

아항? --- 어쩐지 두근거려. 이런 아슬아슬한 테이트가 세상에 어딨겠어.

당당히 행동해.

파란 신호등이다.

가자.

 

신호는--- 파란색.

간다!

이렇게 된 거--- 즐겁게 보내자.

 

너, 정말 맛있게 먹는구나. 늘 느끼는 거지만.

그치만 맛있는걸.

내 주위엔 그런 표정으로 먹는 여자가 없어.

누나도, 시즈카도, 그리고 엄마도.

그런 기이~일죽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으면, 표정 같은 건 알 수가 없지.

가운데 냄비를 두고 손이 닿는 크기의 식탁이 가장 좋아.

더운 김으로 후덥지근할 정도로.

너희 집 같은 음식은 입에 안 맞지만--- 그런 것도 괜찮은 거 같아.

그럼, 다음에 냄비 요릴 해볼까?

초대해.

 

제트코스터 같은 연애.

스릴과 공포가 기분을 가속시킨다.

 

츠카사가 계산하기 위해서 내민 카드들이 모두 사용정지되어 있다.

 

당했어--- 엄마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츠카사 눈이 험악해.

이대로 가면 마음가짐에서 질 거야.

내가 선택한 길이야.

반드시 무슨 일 있어도 뛰어넘어야 해.

"서민적인 데이트 하자! 돈이 안 드는 걸로! 내가 가르쳐줄게."

 

분명, 사태가 달라지고 있어.

그 많은 카드가 전부 정지되다니 뭔가가 있어.

그래도 생각하지 않겠어.

지금은--- 이 순간을 소중히 하기로 했으니까.

 

 

 

가게에서 야구 경기 공짜표를 얻게된 츠카사와 츠쿠시는 야구장 테이트를 즐긴다.

 

너, 어릴 때 야구 같은 거 안 했어?

전혀. 운동은 공수, 유도, 합기도를 배우게 했어. 유괴 방지를 위해서.

어릴 때, 여러 번 유괴당할 뻔했으니까.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는 수밖에 없어. 누나는 유학갔지, 부모님은 외국에 계시니까.

 

그래--- 어쩐지 외로웠겠다.

윽, 외롭기는 무슨.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하면 어때서 그래? 정말 솔직하지 못하긴.

그 드넓은 집에서 혼자 살았겠지? 지금도 누나가 없으면 혼자잖아.

외롭지 않아, 지금은. 나한테는 --- 네가 있으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필요없어.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어. 신기하게도.

방해하는 놈은 절단낼 거야.

 

 

 

야구장에서 홈런볼을 잡게 된 츠쿠시의 모습이 방송 화면으로 전해지면서, 세상은 들썩!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된 츠카사 엄마는 분개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츠쿠시는---

 

의외로 안 들켰지? 그럼 가끔씩 놀러다닐 수 있겠다.

 

하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츠카사의 표정과 행동.

츠카사와 츠쿠시는 무사히 테이트를 마치고 헤어지지만---

 

도련님! 얌전히 가시지요. 사장님 명령입니다.

츠쿠시, 건드리지 마.

그랬다간 너희 모조리 없애버릴 거야.

 

불안한 징조.

다음 날, 5교시가 시작돼도, 아무리 기다려도, 츠카사는 오지 않았다.

 

내일 또 보자며, 츠카사가 웃으며 말한다.

내일 봐.

그리고 내가 대답한다.

하지만, 그 내일이 아직도 오지 않는다.

 

크, 큰일났어! 츠카사가--- 츠카사가--- 자퇴서를 냈대.

 

올 것이--- 오고 말았다.

힘을 보충해야 돼.

달아나지 않는 힘을.

 

츠카사 몫의 도시락까지 싹싹 비우는 츠쿠시.

 

그럼, 나 갔다올게.

가다니, 어딜?

약속했어. 다음엔 우리집에서 전골 먹자고, 또 다음엔 평일에 데이트하자고,

어제 헤어질 때, 내일 다시 보자고 말야.

약속은 반드시 지키게 해야지.

 

언제나, 츠카사가 나를 데리러 와줬어. 언제나.

나는 그걸 기다리기만 했지.

그냥 막연히 꼼짝도 않고서.

이번엔--- 내 차례야.

 

츠쿠시!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러니까 후회없이 해결하고 와.

고마워. 갔다올게.

 

 

뉴욕이다!

영화에서밖에 본 적이 없는 빌딩숲.

이런 곳에 빌딩을 짓고, 전세계에 호텔을 가진 재벌.

너희집은 진짜 대단해.

가진 돈이 5만엔인 내게는 상상이 안 가.

내 가방 속에는 여권과 돈 조금.

선물받은 목걸이와 데이트 때 간신히 잡은 야구공뿐.

일본에 있어도 그건 마찬가지야.

난 아무것도 없어.

그냥--- 보고 싶어서 왔어.

'내일 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모두의 힘을 가득, 가득 모아서---

 

대책없이 주저앉은 츠쿠시는 한때 알았던 토마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츠카사의 집으로 향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너져.

정신을 바짝 바짝 차리고 도전해야 돼.

나약한 맘이 들지 않도록.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혼자가 아냐.

모두 힘이 돼주고 있어.

혼자서 싸우는 게 아냐.

츠카사를 만나면--- 무슨 얘길 할까?

분명히 무척 놀랄 거야.

아직 손이 닿는 곳에 있어. 우리는---

 

별--- 희안한 손님이로군. 감히 뻔뻔하게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츠카사를 만나러 왔어요. 어딨어요? 만나게 해줘요.

 

허리를 곧게 펴고, 땅에 다리를 굳게 디디고, 지지 않겠어.

이런 차가운 눈에 밀릴 줄 알아!

찔릴 거 같은 붉은 장미.

이 장미같은 여자한테---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자, 어떻게 나올까?

사람을 불러서 쫓아낼까?

이대로 저택으로 뛰어들어가 츠카사를 찾아볼까.

 

따라와.

 

뭐? 지금 따라오라고 했어? 왜?

이렇게 쉽게 안으로 들어가다니. 츠카사를 만날 수 있어?

아냐. 혹시 함정일지 몰라.

만약 함정이라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당할 줄 알아!

 

아! 츠카사다!

이렇게 쉽게--- 이럴 수가--- 가슴이 벅차서 말이---

 

 

 

왜 왔어.

왜냐니---? 데리러---

난 안 돌아가.

잠깐! 무슨 소리야, 너?

알았다. 무슨 소리 들었지?

할망구하곤 상관없어.

내가 결정한 거야. 여기 남겠어. 자퇴서도 내 뜻이야. 넌 돌아가.

 

차가운 눈--- 모르는 사람처럼---

왜? 왜 이런 소릴 하는 거야?

 

츠카사! 내 눈을 봐! 그딴 거--- 받아들일 수 없어!

 

집을 나가는 츠쿠시. 눈물이 앞선다.

 

너도 용케 알아들었구나.

시끄러워! 이제 만족해? 당신이 그러고도 내 엄마야?

자식이기 전에, 넌 도묘지가의 후계자야. 한심한 소린 이제 그만 좀 해.

 

 

 

추워--- 정말--- 바보같아.

내가 뭐하러 왔을까--- 혼자라서 불안감이 더해---

 

 

 

하긴, 이런 기온에 스웨터 1장은 바보 같지.

--- 루이. 어떻게--- 놀랐어---

 

나도 여길 좋아해서 뉴욕에 오면 자주 와.

에토쿠의 비상계단 같다고나 할까.

아까 츠카사네 갔더니, 고양이 같은 할머니가 여기로 갔다더군.

츠카사 만났어?

응. 납치해서 감옥에 집어넣는 거 아닌가 했는데, 의외로 쉽게 만나서 놀랐어.

 

그런데 왜 이런 데 혼자 있어?

그건--- 있지.

여긴 영화 같은 데 자주 나오잖아. 한 번 보고 싶어서.

맨하탄의 야경, 무척 아름다워.

이걸 본 것만으로도--- 여길 오길 잘한 거 같아.

츠카산 여기서 살 건가 봐.

첨부터 얘길 했으면 이런 곳까지 안 왔을 텐데, 정말---

친구들한테 응원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헛수고 한 거 같아.

 

아! 루이는 왜--- 여기까지 왔어? 진짜 놀랐어.

 

 

 

츠쿠시가 걱정돼서.

어디선가 울고 있을 거 같아, 걱정돼서.

 

츠카사한테 무슨 이유가 있을 거란 건 알아.

하지만 긴장된 마음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어.

보고 싶어서 왔어.

단지--- 그것뿐이야.

 

루이의 품에 안겨서 우는 츠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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