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

손을 잡아주세요 / 고도원

2008. 12. 2. 10:08

 

'손을 잡아주세요'


어느 초여름 날 오후,


브로드웨이를 걷고 있는데


네다섯 살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다가오더니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마담, 저쪽으로 건너가야 되는데 손 좀 잡아주세요.


엄마가 꼭 어른에게 부탁하라고 했어요."


다른 날에는 살이 찐 아주머니가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미스, 저쪽까지 가는데 손 좀 빌려주시겠소?"


                                       - 오오하시 시즈코의《멋진 당신에게》중에서 -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만


잡아줄 손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하고많은 삶의 건널목에서 손이 필요합니다.


절망과 좌절의 건널목,

 

고통과 슬픔의 건널목에서


누가 나를 불러 세울 때,

 

내가 누군가를 부를 때


기꺼이 다가와

 

두 손을 잡아주는 순간,


희망의 구름이 다시 피어납니다.


세상 살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