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KISS / 마츠모토 토모

2008. 11. 3. 23:25

묘한 기분이다.

더 이상 말라깽이 꼬마가 아니다.

왠지--- 묘한 기분이다.

 

 

 

처음 봤을 때 선생님 손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어요.

밤엔 두근거려서 잠이 다 안 올 정도였어요.

그 손에 닿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고,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래도 그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선생님! 저 말예요, 실은 피아노 같은 거 싫어해요.

그런데 왜 배우러 다니지?

좋아하니까!

싫어한다면서?

 

카에가 피아노 강사 고시마에게 키스한다.

 

난 뭔가를 속였는지도 모른다.

 

지난 번엔 고마웠다. 정말 멋진 선전포고였어!

곤란하셨죠?

곤란했어. 더 이상은 어린애 취급 못하게 됐으니까, 책임져줘야겠어!

 

모든 키스는 시작을 뜻한다.

 

선전포고를 받아들이겠어.

 

나의 사랑은 그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른 남자친구!

더 이상은 어린애 취급 못하게 됐어.

그때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여전히 이 모양이고

나는 그 점이 너무나 속상하다.

약간 성가신 사랑입니다.

 

정말이지, 사랑은 웃기지도 않는 거예요.

키스 하나로 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되다니.

하지만--- 이대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지 마세요.

훨씬 더 괜찮은 여자가 돼서 당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겠어요.

날 선택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라구요!

 

굉장히 아름다운 손이었다.

 

5년 동안 알게 된 건

지극히 피아노를 잘 친다는 사실.

헤비 스모커라는 사실.

그리고

키스를 엄청 잘한다는 사실!

 

나의 지구는 이 사람을 중심으로 돌고 있습니다.

 

조금씩 체온이 올라가는 걸 느꼈습니다.

 

절 뭘로 아시는 거예요?

고집쟁이에다 질투가 심한 곤란한 여자라고 알고 있지.

 

좋아하게 됐을 때가 생각나.

그 후로 5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애절하다가도

결국 항상 마지막에는 이 수법에 말려들고 만다니까요.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내일은 또 무슨 일로 이 사람을 골려줄까?

 

왜긴 왜야. 카에가 항상 눈에 띄는 곳에 있어주길 바라는 거지 뭐.

그게 무리인 줄 다 알면서도.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애 같은 존재니까 말야.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내 손에 닿지 않는 어른인 줄로만 알았다.

한 발 한 발 가까워지는 느낌.

이 스릴!

전율이 느껴진다.

 

키스하면 기분이 풀리겠어요?

 

인생 최대의 실패였어---

대실패다!

하필이면 이런 꼬마를!

그렇지만 뭐--- 이것도 꽤 괜찮을지도.

아마도.

 

그은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고, 그렇기에 항상 승리하는 거다.

 

너 그거 아니?

여자는 남자 앞에서 휘파람 불면 안 된다는 거.

어째서?

휘파람 불 때의 입술 모양이 키스해달라는 것처럼 보여서래.

정말 그런 것 같니?

 

사랑하는 당신을 좀더 불행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

 

 

 

레슨 받을 때 제일 맘에 드는 건 옆모습.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

늘상 보던 옆모습조차 똑바로 못쳐다보겠어.

어떻게 된 거지.

선생님이랑 있으면 가끔 머리 속이 새하얘진다.

이런 느낌은 지금까지 해왔던 키스하고도 전혀 상관없고,

가까이 다가오는 선생님의 머리 냄새나---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걸로도

정말 머리 속이 온통 새하얘져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잘 안 되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그래서 다들 믿고 싶은 건가 봐.

괜찮아, 틀림없이 다 잘 될 거야, 라고.

 

거짓말은 아니잖아.

어린 소녀 때문에 번민한다는 걸 남들한테 다 말하고 다닐 수도 없고.

번민이오? 번민해요? 저 땜에요? 선생님이요?

너 말야--- 그렇지 않다고는 말 못할걸.

정말 너 때문에 걱정하지, 휘둘리지---

 

거짓말이라도 너무 기뻐요, 라고 말한다면 틀림없이 비웃겠지.

 

그때 깨달았다.

소중한 사람이 내일도 곁에 있어준다는 보장 같은 건, 아무 데도---

이럴 때, 나이차가 많다는 게 힘들다.

달리 어떤 끈도 없다.

그저 좋아하는 것뿐.

 

선생님은 날 우습게 보고 있다.

선생님에 관해 기억 못하는 건 하나도 없다.

담배 한 개피에 관한 일조차.

저렇게 8살이나 더 먹고,

저렇게 비뚤어진 인간이 다 있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연주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선생님, 담배 바꿨어요?

어떻게 알았어?

다 알아요. 냄새가 틀린 걸.

 

나쁜 남자한테 걸려들지 마라.

 

이미 늦었어요.

좋아하게 되면 지는 것, 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착한 건지, 안 착한 건지---

선생님의 표현은 알기 힘들어.

내가 키스를 졸라대는 건, 그게 제일 알기 쉬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사랑을 먹고 싶어하듯--- 나는 키스를 졸라댄다.

 

그래서? 결국 어디 가고 싶은데?

사람들 없는 곳!

흐음ㅎ

조용하네요.

응?

아무도 없어요. 이젠 아무도 안 본다구요!

카에? 뭐야! 오늘 왠지 이상해, 너.

선생님! 있잖아요,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 독점욕이 강한가 봐요.

잡지에 실린 그 사진도, 다른 여자가 선생님을 쳐다보는 것도, 사실은 너무너무 싫어요.

언젠가 선생님이 저한테서 떠나가면 틀림없이 죽도록 괴로울 거예요---

 

생각난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네가 처음으로 안겨왔을 때가.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고요하기 그지없는 선생님으로부터의 키스.

다음에 만날 때가 언제일지는 생각도 못해봤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못 만나는 기분이란 대체 어떤 걸까!

 

난 울지 않아.

난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

내 소원은 오직 한 가지뿐.

그대 곁에,

오직 그대 곁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것.

나의 소망,

그대를 갖고 싶어.

난 울지 않아.

 

웃기고 있어---!

만나러 가겠어. 가서 물어볼 거야!

만나서 사람들 앞에서 달려들어서 키스하고,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소리 질러줄 거야!

 

눈 뜨고 있어. 이건 현실이야.

오늘 같은 날마저도 아이스페퍼민트보다 더 쿨한 느낌.

어쩌면 선생님한테는 별로 특별한 일도 아니라서---

나한테는 대사건이었다구.

이런 일

나한테는 대사건이지만

선생님한테 있어서는---

 

이 아픔을 넌 모른다.

한밤중에 문득 잠이 깨서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확인해본다.

아끼면 아낄수록

이 아픔을 넌 모른다.

 

오늘  아침 같이 있어서 너무 기뻤다.

선생님도 아마 그럴지 몰라.

알 수는 없지만 말야.

아이스페퍼민트도 달콤하게 느껴져?

 

당신을 만난 것이 잘못이라면 난 잘못돼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이해한다.

이 순수한 눈동자에 마음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바라건대 이 불꽃이 꺼지는 일이 없기를---

 

있잖아요,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뭐든지 다 들어주기.

뭐든지 다?

응, 뭐든지 다. 어떤 일이든지 상관없이!

알았어.

 

선생님, 또 트럼프로 내기해요!

이번엔 또 뭐.

내가 지면 키스해주기.

너 그거 이길 생각 없는 거 아냐?

 

나 만약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떡하고 있을까.

아마 학교나 어디서 같은 또래 남자애랑 친해져서

같이 집에도 가고, 게임도 하고, 학교 얘기로 수다도 떨고,

보고 싶을 때 언제라고 볼 수 있고,

그런 눈높이가 같은 만남--- 그런 만남을 하고 있었을까?

 

우리 선생님 욕하지 마.

사실은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란 말야.

 

선생님, 화났어요?

아니, 그보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나요?

나 같은 건 이제 귀찮아져서 다, 다른 사람한테 가버려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나요?

 

마치 야수와도 같은 키스였습니다.

 

사랑은 들에 사는 새와 같이 자유롭지.

그 누구도 길들일 수 없다네.

한 번 싫다면 아무리 불러도 다가오지 않는 법.

위협해도 달래봐도 소용없다네.

당신이 나를 싫어하시면

난 당신을 좋아하게 되죠.

나의 사랑을 받게 되면 조심해야 될 거예요!

잡았다고 생각하면 도망치고

도망쳤다고 생각하면 손 안에 있다네!

당신 곁을 재빠르게 날아다니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

그때는 날 조심하세요.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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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로, 선생님 손 안에 있는 걸까요.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기 싫다고--- 생각은 해주는 건지---

 

난 고시마 선생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이 기다려지는구나.

자기를 위해 피아노 쳐줄 연인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구, 카에.

잘 할 거야, 카에.

여태까지, 저 사람이 피아노로 우리를 실망시킨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단 한 번도. 저 사람이라면 칠 수 있을 거야.

 

우찌다 씨, 선생님--- 이거, 진심으로 하는 거겠죠?

그게 아니면 뭐겠니?

 

도대체가! 헷갈려 죽겠어요, 선생님은!

제대로 칠 거면 그러겠다고, 말이라도 한 마디 해줄 것이지.

안 그럼, 내가 어떻게 아냔 말예요!

나 혼자서 안절부절하고, 꼭 바보 같잖아! 그런 거 알기나 해요?

 

죽을 죄를 졌습니다.

 

카에, 요번에 뉴욕에서 하는 일이 들어왔는데, 기간은 반 년에서 일 년.

연주여행 의뢰가 오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지.

어떻게 할 거니? 기다릴래?

 

기다려줘.

나를.

두려워한 것은--- 아마--- 울리는 것보다도

기다리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는 것.

 

안 기다려요.

쫓아갈 거야!

기다릴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거!

 

마침 잘됐어요.

내년 봄엔 졸업이고, 그때까지 아르바이트로 돈 모아서,

뉴욕이면 류 삼촌도 있으니까, 부모님도 허락하실 걸요!

그러니까 선생님, 가서 기다려요!

뭐예요, 선생님?

 

아니,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와.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아마

죽을 때까지 말 안 해주겠지.

 

선생님, 하고 싶어요.

무얼?

키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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