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언니랑 시벨 오빠는 아버님 닮았는데--- 나는--- 머리색도 다르고---
너는--- 라라님을 꼭 닮았어.
--- 아버님 닮았으면 좋았을걸.
멀리서 아버지 스카데이를 몰래 지켜본 리라가 아레아에게 푸념한다.
아레아와 리라가 궁에 돌아왔다는 말을 전해들은 시벨이 황급히 궁으로 향한다.
아레아--- 왕궁에 온 줄 몰랐어.
인사도 못하고 갈까봐 나는---
보내지 않아!
안타깝다--- 착하기만 아레아가 시벨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혹시라도 후사 소식은 없는 거냐?
기껏 왕위에 올려놨는데 대가 끊긴다면 무슨 소용이냐!
제값을 못하는 건 필요없지.
실라이 왕자와 아레아를 결혼시킬 계획이다.
스카데이와 바란 장군의 말을 엿들은 바란의 동생 베가는 이 사실을 시벨에게 전한다.
어딜 가려는 거냐?
전하를 뵈러 가려 합니다.
네가 전하의 명을 어기고 여기에 와 있다는 걸 아시기 전에 돌아가거라.
어머님. 전하께서 아레아를--
그것을 네가 바꿀 수는 없다.
테오도라 고모님은요?
네가 왜 테오도라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지 알 수가 없구나.
하긴, 아레아가 스가르드엘 가도 천애고아는 아니겠구나, 테오도라가 있으니.
어머님!
왕자님!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테오도라를--- 죽일--- 생각이세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아레아의 약혼식이 끝나면 우리 베아트리스의 약혼식을 하게 해주시겠다던 약조는요?
아! 시벨을 잠시 라미라로 보낼까 한다.
네?
라미라 꼬맹이의 어미가 행여라도 또 무조에게 군자금을 대줄 생각조차 못하게 해야지.
위협용이 필요한데--- 시벨이 적격 아니냐?
그럼 시벨과 베아트리스의 약혼은---
급할 것 없지 않느냐. 내가 곧 죽을 것도 아니고---
왕자님! --- 이 북쪽 추운 산골까지 오시다니---
무심했습니다, 장군. 미안하오.
실은 내가 이번에 라미라엘 가게 되었소.
그래서 장군의 도움이 필요하오.--- 지도가 필요하오.
렌이란 자가 만들었다는 장군이 갖고 있는 라미라 전역에 대한 지도.
그리고 핀크산!
제가 베아트리스와요?
놀랄 것 없지 않느냐. 안 될 것도 없고!
그 얘기가--- 그게--- 전하께서 나를 라미라로 보내시는 이유 같다고요?
처음부터--- 저를 처음 맡으실 때부터 어머님도 그럴 생각이셨습니까?
그때 나는 너와 오라버니를 위해 나섰을 뿐이다.
결국 그것이 아나토리아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고.
헌데--- 전하의 심중을 알 수가 없다. 이제와서 미루시는 그 심중을---
전하께서 먼저 꺼내신 말이라면 언제 그러신 겁니까?
2년 전, 팔을 잃고 돌아오신 직후였다. --- 너를 무방비로 라미라에 보낼 수 없었다.
왕비님은 공주님을 낳았다는 말
쉬쉬하며 들려오던 그 말 때문에
비이야--- 너를 보내고도---
나는 오늘도--- 산다.
아레아, 무슨 소리야. 스가르드로 가다니.
시벨 오빠가 라미라에서 기다릴 거라고 했잖아.
결혼식 전에 널 빼돌리려고 내가 얼마나--- 배도 다 알아놨어. 모레 떠나는 배야.
아니요, 언니. 저는 스가르드에 갈 거예요.
네가 거길 가면 테오도라 고모님이 죽는다니까.
돌아가시게 안 해요.
네 맘대로 되는 게 아냐.
나한테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시벨 오빠랑 약속했단 말야.
만약 나를 빼돌린 게 언니인 걸 전하께서 아시면요? 용서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 고모님께도 그 여파가 미치고--- 고모님이 전하의 눈 밖에 나면---
리라와 시벨 오빠는 누가 지켜주나요?
살아 있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지금 바르데르 부인의 시중을 들고 있는 벙어리 여자가 있다는데---
그리고 비욘왕의 유모였던 왕비의 어미가 탑에 갇혀있더라던 옛 소문이 맞다면---
맞다면 구출해 내야죠. 할머니를 궁안에 두고 일을 시작할 수 없으니.
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디안께서 옛날 궁안의 병사셨다 하나, 혼자 들어가시기엔 무리가 많습니다.
차라리 제가 옛 수로로 들어가는 편이---
혼자서는 위험하오. 다 같이 들어가야 만약 들키더라도 싸울 수 있소.
같이 갈 수 없습니다.
그 통로는 아직 제가 한 번도 통과해보지 못한 곳입니다.
옛날 그대로인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주님을 모시고 갈 수야 없죠.
하지만 혼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같이 가서 잘못되면 더 큰일이죠. 걱정 마세요. 절대 잘못되지 않을 테니.
핀크산의 아름다운 집을 찾은 시벨.
굴뚝으로 나오는 연기를 따라서 어릴 적 추억이 가물거린다.
(디안) 누구요?
(시벨) 아, 여기 주인이신가요? 좋은 곳에 사시는군요.
헌데--- 무슨 볼 일이라도?
아니오. 그저 지나가다가--- 실은 아주 오래 전에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분들이 살았었다고 기억합니다.
--- 혹시 저 무덤이 이 집에 살던 분의 것이라면, 제가 꽃 한 송이 놓고가도 될까요?
엄마---
이곳은 따뜻했어?
--- 난--- 참 추운 곳에 있었어---
그곳은 아직도--- 많이 추워---
따뜻해지면--- 꼭--- 모셔갈게요---
(시벨) 넌--- 누구냐?
(프리) 그러는 넌 누구냐?
내가 먼저 물었다.
자신이 누군지 먼저 밝히고 상대방을 묻는 게 예의라고 알고 있다.
--- 난, 이 세상에서 나이와 힘으로 밀고 나오는 남자가 제일 한심하더라.
힘자랑은 딴 데 가서 해야겠는걸. 난 바빠서 이만---
야, 너 거기 안 서? 아니, 뭐 저런 건방진--- 내가 누군 줄 알고---
드디어 시벨과 프리가 만났다.
히로와 프리의 만남보다 두근거리지 않는다.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난 것 같았는데, 어디로 갔지?
어디쯤에서 나는 소린지--- 그 여자애가 내던 소리와 같은데---
안 보고 들었으면 그냥 새소린 줄 알겠네--- 정말 새를 부르고 있었던 건--- 그랬을지도---
헌데--- 어딘가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비이와 겹쳐지는 프리의 얼굴.
세이--- 잘 들렸어요? 옛날하고 똑같아요?
그럼, 그 어떤 새소리들 하고 섞여 있어도, 난 어디서도 네 소린 알아낼 수 있어.
나도 그래요. 나도 세이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려요.
--- 여기에서 계속 쭉 산 거 아니었어요?
어느 날 바람이 불면 떠나지--- 그 바람이 이쪽으로 불면 돌아오고---
(세이에게 투정하는 프리) 그 바람, 나에게로는 안 불어요?
이제 너는 나의 어린 프리가 아닌걸---
내가 없어도---
내가 돌아가지 않아도 될만큼 커버렸는걸---
헌데--- 네 그림자는? (수로를 헤매고 있겠지)
여긴--- 그래--- 나는 수로의 중간쯤 왔다 싶었을 때
왠지 정신이 혼미해져 정신을 잃으려던 순간, 세이가 준 비상약을 먹었었다---
시간이 얼마쯤 흐른 걸까--- 정신차려야 돼.
쓰러지면 안 돼!
여기서 살아나가야 돼.
나는--- 왕자님과 마음을 합쳐--- 테오도라 고모님을 죽일 순 없어요---
내게 고모님은--- 어머니나 마찬가지니까---
그분이 있어--- 그 추웠던 토르성도 따뜻했었으니까---
장군께 물어볼 말이 있어서---
이 계절엔 태풍이 많이 분다 하던데--- 저 구름들도 그런 징조인가요?
--- 장군, 혹시 만약--- 내가 태풍에 잘못되더라도---
테오도라 고모님을 만나면 내가 고모님을 어머니처럼 사랑했었다고 전해 주세요.
공주님--- 어디가시려고---
폭풍이 좀 덜한 듯 해서 어떤가 보려고--- 자고 있어--- 금방 올게---
안녕--- 리라---
안녕--- 오라버니--- 안녕--- 모두--- 안녕.
뭐라고? 리라가 없다고? --- 토르성으로 가기 싫어 어디 숨었을 게다.
라라의 방에서 라라의 환영을 보는 스카데이와,
산책을 하던 바르데르 부인과 비이의 어머니에게 발견되는 히로.
이제야 3막이 올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