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파한집 2

2008. 7. 3. 20:33

이백의 '객중작'

 

난릉의 미주,

울금향의 향기로움이여.

옥완 가득 따라오는 술은

아름다운 호박색이라.

주인이여,

나그네를 취하게 해 주시오.

어디가 타향인지도 알 수 없도록.

 

 

 

제 5편 邀 초대

 

짝사랑을 이루게 해주는 부적

 

거역할 수 없는 부적을 써 주세요.

이별이 아쉬워 돌아설 수 없게

죽고난 후에도 서로가 그리워 찾아나설 만큼.

그 누구도 끊어놓지 못해

백골이 누운 무덤마저 갈라질 만큼

저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이미 저는 그분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고 있답니다.

 

죽고 난 후에도

서로가 그리워 찾아나설 만큼

거역할 수 없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제 6편 愛 사랑

 

울지 마라--- 타고난 신분을 뭘 어쩌겠나.

이리 살아 무엇하겠소?

 당신을 볼 낯이 없어 고개도 들지 못하겠소---

--- 그런 말 하지 마라.

비천한 출신이 원수다.

아내를 뺏기고도 그 수발을 들어주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도 한심한 작자다.

미안해요, 정말---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까 해도 그렇게 모질지도 못해---

그러지 마라.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라.

 

울지 마라.

당신이 울면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 아내를 지키지도 못하는 신분이 한스럽고

눈물을 닦아줄 염치도 없는 것이 한스럽고

그래도 당신이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아주어

고맙다고 생각하는나약함이 한스럽다---

 

우리, 도망칠까.

도망쳐버리까.

 

여보, 조금만 쉬었다---

가진 것 따위, 다 버리자.

이런 거 없어도 괜찮다, 우리는.

당신이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

나도, 그렇소.

 

--- 빌어먹을--- 따라죽을 작정이냐.

---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러게, 왜 도망을 치느냐?

네가 그리 나오니, 내가 화가 나---

--- 네 탓이다.

그때, 내가 첩이 되라 하였을 때

왜 듣지 않았느냐?

왜 그 종놈과 혼인 해버리느냔 말이다.

 

너는 왜 계속 나를 화나게만 하느냐?

농으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왜---

그러니 내가 그놈이 밉고, 네가 야속하여,

너를 더욱---

이제, 나를 더 화나게 하지 마라.

그때는 너도 죽여치우고 다 잊겠다.

 

첩이 걱정되십니까?

걱정되다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첩을 사랑하십니까?

물론이다.

세상에 네가 없으면, 빛을 잃은 것과 같다.

 

고맙습니다.

지금 제가 얼마나 기쁜지 당신은 모르실 것입니다.

이제

당신도 한번 느껴보십시오.

 

눈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내 마음을.

마음을 모두 준 이를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내야 하는 시간을.

사무치는 원망에 통곡이 스며나오는 낮과

그리움에 목숨조차 원망스러운 밤을

당신도 한번 견뎌보십시오.

 

그러게 무엇하러

사랑 따위를 하였습니까.

내 사랑은

가엾은 남편을 슬프게 죽이고

당신의 사랑은

나를 이렇게 야차와 같은 여자로 만드는 것을.

애타게 사랑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결국

모두가 다 가련하고 서글퍼질 뿐인 것을.

 

 

제 7편 倦夜 고달픈 밤

 

주랑이 섣부른 일을 하려 할 때는 말려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저는 단지 백언 님의 검일 뿐입니다.

잘못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지요.

--- 말한다고 듣기나 하면---

 

위험한 일입니다.

덕분에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 별로--- 죽는 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죽음에 가까이 갈 때

저는 짐을 벗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손으로 사람을 벨 때는

그저 검에 스치기만 해도 쓰러지는

'목숨'이라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이제 귀신을 상대하게 되니

저 스스로도 그런 왜소한 목숨이라는 것이

위안이 됩니다.

 

모든 것이 이토록 연약하여 부질없는 생명인데

살거나 죽는 것이

그다지 다를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 짧고 허망한 세상에

마음 같은 것이야

함께 사라지면 그뿐일 텐데

왜 그토록 무겁고 진한 정을 남기고,

한을 남기고,

슬픔을 남기는 걸까요---

 

 

 

<책 뒤에서>

장안은 당나라의 제 1수도이고,

낙양은 당나라의 제 2수도쯤 됩니다.

 

남자에게 예쁘게 보이는 방법 (조선 이익 [성호사설] 중에서)

 

삼상(三上), 삼중(三中), 삼하(三下)

마상 : 말 위의 여인

장상 : 담 위로 내려보는 여인

누상 : 누대 위의 여인

 

여중 : 여관에 든 여인

취중 : 술에 취한 여인

일중 : 햇빛을 받은 여인

 

월하 : 달빛 아래 여인

촉하 : 촛불 아래 여인

염하 : 주렴 아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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