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DVD / 땀과 비누와 디디는 어디에 있을까?

2008. 5. 3. 10:15

 

샌들이--- 아주 예쁘네.

역시 샌들이 좋지.

인도는--- 아주 더운 나라니까.

여름에도 부츠 신고 다닐 거야?

이 정도면 여름에도 괜찮아. 아주 더운 나라 가서 살게 된다면 또 모를까---

비누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조금 쓸데 없는 기대를 했어.

땀이는 환상이 아닌데--- 그냥 우리가 착각했었던 건 아닐까---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마, 비누야.

넌 신이잖아.

뭐든, 네가 원한다면 다시 만들어낼 수 있잖아.

인도에 가는 건---?

그--- 그것만 빼고.

인도는--- 환상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인 거--- 알잖아.

 

디디야, 나는 신이지?

왜 그래? 새삼스럽게.

그런데, 정말로 신이---인간을 만들었을까?

혹시 인간이--- 신을 만든 건--- 아닐까?

 

--- 디디야. 네가 아니라 나지?

뭐--- 뭐가?

환상.

네가--- 날 만들었지?

어떻게 그걸 알아낼 수가 있지?

환상은 자기가 환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 수 없어.

맞아. 나도---끝까지 속을 뻔 했어.네 큰아버지의 정체를 몰랐다면 말야.

나--- 네 아버지를 찾아갔었어.

머리의 점--- 그게 너무 신경 쓰였거든.

아무리 쌍둥이라도 점 모양이 그렇게까지 똑같을 순 없어.

넌 그런 상식이 없었던 거고, 난 덕분에 단서를 얻게 된 셈이지.

사실 처음에 난 그냥--- 1인2역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 추측은 틀렸어.

 

1인2역--- 아니었어요? 그럼 진짜--- 쌍둥이 형제 맞나요?

쌍둥이 형제라니, 무슨 소리야?

난 형제가 없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 환상? 디디가 만든 환상?

 

넌 감쪽같이 날 속여왔어.

나를 신이라고 추켜 세우고,

나없이 네 상상력만으론 환상을 만들지 못하는 척했어.

내가 네 능력을 아는 게 무서웠으니까.

---그래, 네 큰아버지와 나는--- 네가 만들어낸 거야.

네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쁜 친구인 나를 핑계로 아버지를 떠날 수 있었고,

쌍둥이 큰아버지를 보면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지.

 

내가 환상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곳도 환상인가?

세끝말--- 무슨 뜻이야?

세상의 끝마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

 

난 여기서 내려.

네가 떠나고 싶다면 넌 계속 타고 가면 돼.

계속 타고 가다 보면---

컴퓨터에서 날려버린 문서들이 사는 곳을 지나,

잃어버린 양말 한 짝들이 사는 곳도 지나,

마지막 역,

종점인 인도가 나와.

 

한때 세상에 있었다가 떠난 환상들이 사는 곳.

환상의 나라, 인도.

그곳에 내리는 순간,

이 세상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다 잊게 될 거야.

다 잊는다고?

그럼, 거기서 땀이를 만나도 서로 못 알아본단 말야?

그래.

이미--- 이 세상에선 사라진 환상들이니까.

 

난 여기서 내려.

설마--- 정말 인도로 갈 생각이야?

그곳에 가면

넌 그냥--- 수많은 환상들 중 하나일 뿐이야.

여기선 신이잖아.

그래도 갈래?

응. 그래도--- 갈래.

 

이번에 정차할 역은

이 열차의 마지막 종착역인 인도, 인도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역에서 만난 땀이와 비누, 그들은 서로를 몰라본다.

 

우와! 144!

이거 어디서 났어요?

왜? 144가 뭔데?

내가--- 좋아하는 숫자예요.

왜 144를 좋아해?

12의 제곱이니까--- 루트 구하는 게 쉽잖아요.

왠지 맘이 편해지는 숫자---

 

야! 너! 그 점--- 어떻게--- 생기게 된거야?

이거--- 점 아닌데--- 이건 빈디예요. 이마에 장식으로 붙이는 거요.

여기는 인도잖아요.

근데 왜 물어봐요?

그걸---모르겠어.

난 이곳에 뭔가를 찾으로 온 것 같은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

 

어째서 디디는 환상이 아닌 거지?

디디는 누군가의 환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시시한 인물이야.

전혀 환상적이지 않잖아.

오히려 비겁할 뿐이지.

대체 누가 디디 같은 환상을 만들어 내겠어?

나 참. 그렇게 환상이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는 게 바로 함정 같다구.

디디가 환상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줄 방법만 알려주면---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는데---

인도로 가는 전철을 타보는 거야.

환상이 아니면---

인도에 내리지 못할 테니까.

 

다시 인도의 북적거리는 역에서 만난 세 사람.

땀이와 비누, 그리고 디디.

 

신기할 만큼--- 편안한 두 사람.

마치---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람들처럼.

한 손은 차고--- 한 손은 따뜻하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지.

 

아--- 그런데

당신에겐 우리가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혹시---

우리는

당신이 만든 환상---?

우리는---

당신이 꾸고 있는 꿈---?

고마워요---

우리가 이곳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

모두---

당신의 상상력 덕분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환상을 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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