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들이--- 아주 예쁘네.
역시 샌들이 좋지.
인도는--- 아주 더운 나라니까.
여름에도 부츠 신고 다닐 거야?
이 정도면 여름에도 괜찮아. 아주 더운 나라 가서 살게 된다면 또 모를까---
비누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조금 쓸데 없는 기대를 했어.
땀이는 환상이 아닌데--- 그냥 우리가 착각했었던 건 아닐까---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마, 비누야.
넌 신이잖아.
뭐든, 네가 원한다면 다시 만들어낼 수 있잖아.
인도에 가는 건---?
그--- 그것만 빼고.
인도는--- 환상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인 거--- 알잖아.
디디야, 나는 신이지?
왜 그래? 새삼스럽게.
그런데, 정말로 신이---인간을 만들었을까?
혹시 인간이--- 신을 만든 건--- 아닐까?
--- 디디야. 네가 아니라 나지?
뭐--- 뭐가?
환상.
네가--- 날 만들었지?
어떻게 그걸 알아낼 수가 있지?
환상은 자기가 환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 수 없어.
맞아. 나도---끝까지 속을 뻔 했어.네 큰아버지의 정체를 몰랐다면 말야.
나--- 네 아버지를 찾아갔었어.
머리의 점--- 그게 너무 신경 쓰였거든.
아무리 쌍둥이라도 점 모양이 그렇게까지 똑같을 순 없어.
넌 그런 상식이 없었던 거고, 난 덕분에 단서를 얻게 된 셈이지.
사실 처음에 난 그냥--- 1인2역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 추측은 틀렸어.
1인2역--- 아니었어요? 그럼 진짜--- 쌍둥이 형제 맞나요?
쌍둥이 형제라니, 무슨 소리야?
난 형제가 없다.
그럼, 이 사람은 누구? 환상? 디디가 만든 환상?
넌 감쪽같이 날 속여왔어.
나를 신이라고 추켜 세우고,
나없이 네 상상력만으론 환상을 만들지 못하는 척했어.
내가 네 능력을 아는 게 무서웠으니까.
---그래, 네 큰아버지와 나는--- 네가 만들어낸 거야.
네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나쁜 친구인 나를 핑계로 아버지를 떠날 수 있었고,
쌍둥이 큰아버지를 보면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지.
내가 환상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곳도 환상인가?
세끝말--- 무슨 뜻이야?
세상의 끝마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
난 여기서 내려.
네가 떠나고 싶다면 넌 계속 타고 가면 돼.
계속 타고 가다 보면---
컴퓨터에서 날려버린 문서들이 사는 곳을 지나,
잃어버린 양말 한 짝들이 사는 곳도 지나,
마지막 역,
종점인 인도가 나와.
한때 세상에 있었다가 떠난 환상들이 사는 곳.
환상의 나라, 인도.
그곳에 내리는 순간,
이 세상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다 잊게 될 거야.
다 잊는다고?
그럼, 거기서 땀이를 만나도 서로 못 알아본단 말야?
그래.
이미--- 이 세상에선 사라진 환상들이니까.
난 여기서 내려.
설마--- 정말 인도로 갈 생각이야?
그곳에 가면
넌 그냥--- 수많은 환상들 중 하나일 뿐이야.
여기선 신이잖아.
그래도 갈래?
응. 그래도--- 갈래.
이번에 정차할 역은
이 열차의 마지막 종착역인 인도, 인도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역에서 만난 땀이와 비누, 그들은 서로를 몰라본다.
우와! 144!
이거 어디서 났어요?
왜? 144가 뭔데?
내가--- 좋아하는 숫자예요.
왜 144를 좋아해?
12의 제곱이니까--- 루트 구하는 게 쉽잖아요.
왠지 맘이 편해지는 숫자---
야! 너! 그 점--- 어떻게--- 생기게 된거야?
이거--- 점 아닌데--- 이건 빈디예요. 이마에 장식으로 붙이는 거요.
여기는 인도잖아요.
근데 왜 물어봐요?
그걸---모르겠어.
난 이곳에 뭔가를 찾으로 온 것 같은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
어째서 디디는 환상이 아닌 거지?
디디는 누군가의 환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시시한 인물이야.
전혀 환상적이지 않잖아.
오히려 비겁할 뿐이지.
대체 누가 디디 같은 환상을 만들어 내겠어?
나 참. 그렇게 환상이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는 게 바로 함정 같다구.
디디가 환상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줄 방법만 알려주면---
아,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는데---
인도로 가는 전철을 타보는 거야.
환상이 아니면---
인도에 내리지 못할 테니까.
다시 인도의 북적거리는 역에서 만난 세 사람.
땀이와 비누, 그리고 디디.
신기할 만큼--- 편안한 두 사람.
마치--- 오래 전부터 알아온 사람들처럼.
한 손은 차고--- 한 손은 따뜻하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지.
아--- 그런데
당신에겐 우리가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혹시---
우리는
당신이 만든 환상---?
우리는---
당신이 꾸고 있는 꿈---?
고마워요---
우리가 이곳에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
모두---
당신의 상상력 덕분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환상을 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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