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째서 남학교에는 들어오려고 한 거지?
사노를 쫓아--- 왔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그게 이유니?
난파 선배가 조용히 물었다.
옛날에 일본에 왔다가 우연히 텔레비젼에서 사노의 높이뛰기를 보게 됐는데,
그 뒤로 사노는 제게 영웅이었어요.
사노와 친구가 되고 싶어서 이 학교에 남학생으로 들어가자고---
솔직히 저 스스로도 놀랐어요. 남자로 변장하고 남학교에 들어간다니---
하지만 다른 학교는 필요없었어요. 여기가 아니면 지금처럼 친구는 될 수 없었을 거예요.
그건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니까 후회는 안 해요.
미즈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남은 건, 자신의 힘을 믿는 것 뿐."
사노가 던진 말에 용기를 얻은 미즈키가 사노를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
만화 [아름다운 그대에게/나카조 히사야]는 자신이 동경하는 높이뛰기 선수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남학교에 잠입한 미즈키와, 미즈키가 여자임을 일찌감치 알아챘으면서도 미즈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무 말없이 곁에서 지켜주는 사노의, 엉뚱하지만 순수하고 용기있는 사랑이야기이다. 황당한 설정이야 만화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고, 그들의 엮어내는 순정이 잔잔하니 재미있었다.
난 알고 있었어.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렇게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야?
말하면 미국으로 돌아가버릴 것 같았으니까.
지금까지 말 안 해서 미안해.
바보!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네가 누구인지 따윈 상관없어, 나에겐.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내가 지킬 테니까. 그러니까 내 곁에 있어.
곁에 있어도 돼?
사노와 미즈키의 사랑은 참 맑고 깨끗해서 좋다.
미즈키의 용기와 열정도 좋고, 사노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예상대로 그들이 사랑을 이루어내는 것은 당연했다.
동경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연인이 되었으니,
그리고 그들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부대꼈으니,
그들의 사랑은 막연히 겉돌지 않고 속이 꽉차게 여물 것이다.
그런 사랑이 좋다.
가볍지 않아서 좋고, 서서히 다져져서 강건해보이는 사랑.
모두들 고마웠어.
모두와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내 평생의 보물이야.
결국 학생들에게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미즈키는 자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엉엉 울어대면서 미즈키를 보내는 나카츠의 애정도 눈물겨웠고,
우메다 선생님과 난파 선배의 보살핌도 친절했다.
그래서 미즈키는 보물 같은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거다.
미즈키를 찾아온 사노가 빙그레 웃는다.
이번엔 내 쪽에서 만나러 가겠다고 그때 약속했잖아.
사노의 품으로 뛰어드는 미즈키.
그들의 행복한 결말.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기에 좀 보다가 영~ 아니어서 그만 두었다.
내가 높은 점수를 주었던 만화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싸악~ 가시는 기분.
'만화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타루의 빛 / 다카노 (0) | 2008.03.06 |
---|---|
호타루의 빛 / 호타루 (0) | 2008.03.06 |
금색의 코르다 9 (0) | 2008.03.03 |
얼음요괴이야기/ 빌트와 라푼젤의 만남 (0) | 2008.03.02 |
얼음요괴이야기6/7 (0) | 2008.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