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얼음요괴이야기/ 빌트와 라푼젤의 만남

2008. 3. 2. 17:10

[얼음요괴이야기8/9/10/11]

 

[얼음요괴이야기] 8, 9 편에서는

얼음요괴 블러드의 친구인 빌트가 라푼젤을 만나서 함께 살아왔던 지난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어느 곳에 다정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만삭이 된 아내는 창가에 앉아 매일 밖을 쳐다보았습니다.

밖에는 무서운 마녀의 정원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그 정원에 있는 라푼젤 나무열매가 너무 먹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부탁이에요, 여보! 너무 먹고 싶어요! 저걸 못 먹으면 죽을 것 같아요.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마녀의 눈을 피해 열매를 훔쳐왔습니다.

그 열매는 너무도 달콤하고 맛있었습니다.

부탁이에요! 한 번만, 한 번만 더!

그래서 남편은 정원에 또 숨어 들어갔고--- 이번엔 마녀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네 이놈, 무슨 짓이냐?

마녀는 불같이 화냈고, 공포로 떨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태어날 아기를 나한테 주면 용서해 주지!

그래서 태어난 아기는---

마녀는 아기에게 나무열매 라푼젤이란 이름을 붙이고는 그 아기를 데려가 버렸습니다.

마녀는 라푼젤을 자유롭게 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숲속에 있는 높은 탑 꼭대기에 라푼젤을 가둬버렸습니다.

마녀는 라푼젤의 세 갈래로 땋은 머리를 붙잡고 탑을 올랐습니다.

라푼젤! 네 머리카락을 내려주렴.

밖에 나가지도, 누구와도 만나지 못하게 마녀는 라푼젤을 탑에 가둬놓고 키웠습니다.

시간은 흘러 라푼젤은 너무도 아름답게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입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빌트와 라푼젤의 이야기이다.

마녀는 다름 아닌 빌트이고, 빌트는 자신의 나무열매를 훔쳐간 부부에게서

나무열매 대신 라푼젤을 데려다가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키웠다.

라푼젤이 마법사라고 부르던 어둠의 주술사 빌트는

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라푼젤을 탑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왕자가 나타나서 그들의 마음을 헤집어 놓기 전까지는.

 

요괴인 빌트가 인간의 아이인 라푼젤을 납치해서 키워왔다는 사실을 밝혀낸 왕자에게

라푼젤을 보내버린 빌트는 어지러운 마음으로 괴롭다.

 

그앤 깨끗한 인간이고, 난 칠흑같은 어둠의 요괴이다.

왜 난 이런 모습일까?

내가 어둠의 세계의 주인이 아니었다면 계속 함께 살 수 있었을 텐데.

요괴가 되지 않았다면, 그때 인간의 길을 버리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 결코 하지도 않았을 텐데. 왜 이제 와서 후회같은 걸 해야 하냔 말이다!

라푼젤!

어둠의 세계 일 따위는 평생 모르고 살아가렴.

넌 햇빛 속을--- 반듯한 길만을 걸어가면 돼.

네가 가는 길을 언제까지든, 모든 빛이 비출 수 있도록 달도 별도 태양도 빛나라.

빛이여! 물도 바람도 흙도 꽃도 비추어라!

세상 모든 게 널 축복하도록--- 너만은 나처럼 길을 잘못 들지 마라.

 

왕자와 함께 부모님을 찾으러 떠난 라푼젤은 행복해보이는 부모님과 존재조차 몰랐던 여동생의 다정한 모습을 본다. 그런데 그들을 보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마법사 빌트 때문에 라푼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내 마음의 절반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해!

정말 난 어리석었어.

다정했어.

언제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렇게 다정했는데---

비유한다면, 요괴는 가시나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가시가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다치지 않게 가시투성이인 손으로, 팔로, 지켜주었는데---

가벼운 상처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진실? 그자가 널 납치해간 어둠의 주술사야.

그래. 그건 분명 진실이다. 그렇지만 날 키워준 하루하루도 진실!

마법사님! 신의 이름같은 건 몰라요. 하지만 분명 알고 있어도 전 당신의 이름을 부를 거예요.

날 묶는 족쇄 따위가 없어도 당신이 어둠의 주술사래도 전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아버지, 어머니! 죄송해요. 하지만 옳은 거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이게 나의 진심!

 

빌트와 라푼젤에게 그런 애틋한 과거가 있었다니! 

어찌 된 일일까? 라푼젤이 블러드에게 데리고 나가 달라고 부탁한다.

그건 무슨 의미?

빌트를 피하면서 방에서 나오지 않는 라푼젤은 이슈카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라푼젤의 머리와 눈이 암흑 빛깔이다.

아주 오랜 전, 그러니까 60년 전 요괴 사냥 때 탑을 나갈 때부터 이미 검게 변해버린 라푼젤.

빌트를 위해 모숩을 바꾸는 주문을 걸고 지금까지 빌트를 속여왔다.

그건 요괴 사냥 때 빌트가 라푼젤을 위해서 모든 고통을 혼자 떠안고, 사원과 계약을 맺고 요괴들을 배신했던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아무런 힘이 없었던 라푼젤이 결계를 치고 마법을 걸고 필사적으로 소원해서 이루어진 기적.

 

당신이 암흑의 색을 싫어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으론 당신이 날 싫어할지 몰라 두려워서 말 못했어요.

당신이 날 암흑으로 끌고 들어간 게 아니라구요--- 선택한 건 저예요!

인간의 길 같은 거 버린대도, 암흑에 물든 대도, 가령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다만 당신과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운명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당신이 정한 운명으로 만족해요.

신이 결정한 운명이 아니라도 좋아.

당신이 납치하지 않았다면, 이번엔 제가 납치하러 갑니다.

전 당신의 이름을 부를 거예요.

당신이 좋으니까요. 전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난 계속  당신의 검은 머리와 눈동자도 계속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아!

검정은 암흑의 색이 아냐!

달의 별의 하얀 꽃의 희미한 빛이 잘 드러나는

너무도 진한

밤하늘의 색.

 

빌트가 라푼젤을 보며 말한다.

너도 아름다워!

'만화책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그대에게  (0) 2008.03.03
금색의 코르다 9  (0) 2008.03.03
얼음요괴이야기6/7  (0) 2008.02.29
프린세스 30  (0) 2008.02.22
Let 다이 / 이교도의 춤  (0)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