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하, 전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난 2년에 대한 보답이라면 적절한 타이밍의 고백이었지만,
그대가 내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누구인지 묻지도 않으십니까?
아마도 그대를 위해,
제드와 샤히, 이 둘만 아니면 괜찮겠군요.
--- 다른 하나는 죽기 전에는 놓아줄 생각이 없으니.
어려서 만난 이후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거칠게 대하며 사랑했지만,
다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사람,
데릭의 연인, 샤히.
그들의 사랑이 슬프다.
이 입술을 대고 뭔가를 전해야 하는 건 나에게만이야.
네 눈물을 신경 쓰지 않는 건 따라오지 않는 네 마음을 버렸기 때문이지만,
그것 외는,
머리카락 한 올도 다 내 것이야.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또다른 사랑도 안타깝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지만 그 남자가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
원망하는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다가 모르는 새, 그에게 사랑을 느껴버린 그녀.
(그러니까, 남편의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아득하다.)
날 보지 않은 당신의 시선 닿는 곳.
원망과 증오로 같이 좇다가,
마음도 같이 흘러 버렸어.
아아-- 당신을 증오해.
아니-- 그만큼 사랑해.
이런 마음들을 어떻게 설명하지?
저, 가느다랗고 은실 같은 머리카락을,
한 번도 제대로 날 바라보지 않던 눈을,
평생 내 이름도 불러주지 않을 입술을,
그이는 언제든 가질 수 있다는 거지?
그것도 저리 함부로 다루면서!
그래, 어차피 난 당신 상처를 안을 수도, 위로가 될 수도 없는 사람이지.
그럴 바에야---
(지독한 마음으로) 나, 임신한 것 같아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이런 여자의 감은 틀리는 법이 없죠.
축하드립니다.
(샤히, 마음이 많이 아플거야!)
왜, 세상에는 비껴가는 사랑이 더 많은 건데? 가슴 아프게---
왕좌 다툼에 밀려 죽음으로써 곁을 떠나버린 데릭을 부여안고 우는 샤히.
저하 !?
--- 제가--- 늦었나요?
그래도-- 이렇게 곁으로 다시 돌아왔잖아요? 저는--
이 나쁜 남자!
끝까지 내 생을 엉망으로 휘저어놓고는 혼자 가버리다니--
끝까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이 따위로 떠나버리다니!
눈을 떠요! 제발--
제발, 눈을 떠
한번만 더 --- 나를 봐요.
네-- 정말이지 끝까지 끔찍할 만큼 이기적인 사람이죠.
자존심과 목표, 긍지가 전부였던 남자예요.---
게다가 악질이야. 당신에겐 또 다시 증오로 남은 생을 버틸 힘을 남겨줬군요. ---
그래, 아무도 끼어들지 못 하게. 누구도 닿을 수 없게. 껍질만 갖게. ---
당신, 딴 생각하지 말아요.
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건 당신 뿐이니까.
제가, 제가 돌보겠습니다. 세자비 저하---
절대로 쓸모 없고 불행한 아이로 키우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 아버지를 사랑했어? 샤히.
저기,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남자는 지금껏 나를 키워준 사람이다.
아주 어릴 땐 내가 이 사람의 아인 줄 알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 깍듯한 존칭과 모시는 태도,
그리고 항상 나를 보고 있으나 어딘가 빗겨가 맺혀 있는 먼 눈.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의 아이란 걸 금방 알았다.
가끔씩 찾아와 내게 공부를 가르치는 귀부인이 내 어머니라는 것도 알아.
의식한 순간부터 저 시선의 주인이 혹 내 어머니가 아닐까 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가 그를 보는 눈이 더 많은 얘길 한다.
역시-- 내 아버지였나보다.
시선이 흔들렸어.
나를 봐, 샤히.
내 너머를 보지 말고.
이 사람에게 그럴 수 없을 만큼 사랑 받으며 자랐다.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건 본능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 사람을 사랑하는 그녀의 피와,
이 사람이 사랑했던 그의 피로, 만들어진 나니까.
사랑해, 샤히.
저도요.
샤히! 그 사랑이 아니라니까! 언제까지 애 취급할거야?
두고봐. 좀 더 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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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히는 이 책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마음이 짠해지는 캐릭터다.
안타까워서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샤히가,
어머니가 되지 못하고 좌절했을 때,
엄마라고 불리는 내가 괜히 겸허해지는 약간의 기분.
데릭의 아이를 키우면서 데릭인듯 보살피고 사랑하였을 것이다.
너를 보며
언제나 당신을 본다.
해주지 않던 말을 듣는다.
할 수 없었던 대답을 한다.
사랑해, 샤히.
저도요.
샤히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니콜이라면 좋겠지만, 니콜은 제드만 바라보니 어쩔 수 없고.
니콜처럼 순수하고, 귀여운 남자 만나서
가슴 훈훈해지는 포근한 사랑을 하면 좋겠다.
샤히,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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