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절정(이영희)-- 새즈가 말한다

2007. 12. 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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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면 짜증이 나.

그런데 안 보이면 초조해.

왜?

 

모토야, 왜긴--

천일야화에서 세하라가 그랬잖아.

괴물 같은 감정에 무방비로 마음을 먹히고 있었다고!

지금, 너의 새즈가 그렇게 되기 시작한 거야.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웃기는 일이지. 저 녀석은 기억도 못하는데--

태연하게 웃는 모토를 쳐다보기 어려워진 새즈.

당황스럽다.

세상 말세다!

그러니 너같이 어중간한 종자들이 눈앞에서 설쳐대며 사람 헛갈리게 만들지.

(훗!!)

 

지금, 내가 이 녀석을 바라보는

간지러운 것 같은,

이 감정엔 아직 이름이 없다.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한숨이 되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그것에

이름을 붙이면 뭐가 될까?

그건 내가 알고 있는 그 감정과 같은 것일까? 닮은 것뿐일까?

이건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걸까?

아니면 모든 걸 휩쓸어갈 폭풍일까?

난 여기서 도망쳐야 할까? 포기하고 빠져버릴까?

 

괜찮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안다.

제대로 가고 있어.

그 녀석이 거기 있으니까.

 

모토, 나한테 성역 따윈 없어.

이미 네가 흙발로 파헤쳐버렸다.

하지만 너도 그냥은 못 나간다.

무슨 뜻인지 알아? 

너도 네 성역을 남김없이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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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그런 감정이라--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건 누구도 예측 못하는,

그래서 아무런 방어벽도 쳐놓지 않는 감정.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내맡겨 버릴 수도 없고,

당황스럽고, 민망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수습해 버릴 수도 없는 어려운 감정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뭘까!

그래도 역시 '사랑'이겠지.

우리 모두가 아는 '사랑'과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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