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랑

천일야화 11

2007. 12. 1. 12:14

 

상인이 사람을 찾는 방법이 뭔 지 알아?

그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팔고 다니는 거야.

농기구를 팔다 보면 농부를 만나게 되고, 악기를 팔다 보면 악사를 만나게 되지.

세하라를 찾기 위해 떠날 준비가 됐다면---

 

알리의 도움을 받아서 상인이 된 샤리야르는 세하라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헤매지만

세하라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하라 소식은?

(자파르, 고개를 젓는다)

그렇구나---

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나도, 마스루르도 괴로웠지만---

세하라가 누구보다도 많이 힘들어했으니까.

듀나는 어떻게 지내?

별일이다. 네가 남걱정을 다 하고.

하나뿐인 혈육이 연락조차 안 되니까---

듀나는 요즘 결혼문제 때문에 정신없어.

결혼? 누구랑?

알리가 청혼했나봐.

음--- 전혀 예상밖은 아니지만---

정작 듀나는 오빠 소식도 모르고 결혼할 수는 없다고---

 

우연히 세하라를 노리는 변태노인 자오를 만난 샤리야르.

 

당신, 세하라 알지?

다, 당신 누구야?

나, 기억 안 나?

사, 샤리---! 주, 죽었다고 하더니---

자, 묻는 말에 대답만 해. 세하라 어디 있는지 알아, 몰라?

 

자오는 세하라의 거취를 모른다고 딱 잡아떼지만---

샤리야르는 자오의 하인에게서 세하라가 있는 곳을 알게 된다.

 

드디어 찾았다! 세하라가 북경에--!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자신과 샤리야르의 일을 이야기로 적는 세하라.

끝을 맺기가 어렵다.

세하라가 바라는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세하라--- 찾았다! 

세하라와 샤리야르는 감격스런 재회를 하고---

 

있잖아-- 세하라?

인도에는 '카마'라는 사랑의 신이 있었다는군.

카마의 화살에 맞은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해.

어느 날 카마는 천계의 우두머리인 여신 '인드라'의 부름을 받았어.

인드라는 카마에게 명령했어.

파괴의 신 '시바'를 사랑에 빠지게 하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 몸의 내분비선이 분비하는 호르몬에 의해 느껴지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 호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

두근두근 떨리고 흥분되어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아드레날린.

상대방의 단점은 보이지 않고 마냥 좋게만 보이는---

소위 콩깍지가 낀 상태로 만드는 것이 세로토닌이다.

상대방을 꼭 안아주고 싶어지는 포옹유발 호르몬 옥시토신이 있고,

행복한 마음에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엔돌핀도 있지.

PEA는 심장이 터질 듯 벅찬 감정이 느껴지게 만드는 호르몬이지---

****을 느낄 때 바로 이 호르몬이 분비된다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죄가 되는 건 줄은 몰랐어.

난 그 애가 좋은 것뿐인데--- 너무 좋아져버린 것뿐인데---

나는 그 애를 사랑하면 안 된대.

그 애를 좋아하지 않으려고도 해봤는데---

도저히--- 내 마음에서 그 애를 뜯어낼 수가 없어.

 

넌 황소자리고, 나는 염소자리, 우리--- 궁합이 좋네.

나, 난 그딴 거 안 믿어!

나도 가끔은 믿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

그래도 어떤 면에선 넌 참 대단하다.

누군가를 그렇게 지독하게 사랑할 수 있다는 거---

난 그런 사랑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데---

 

파괴의 신 시바,

그의 사랑은 그 대상과 자기 자신마저도 부수어버릴 정도로 처절하고 절박해서---

이 남자의 사랑을 꼭 이루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게 뭔 난리래. 이걸 어떻게 수습한담---

예비화살은 하나뿐인데---

화살을 심장에 맞은 시바가 나를 보고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이제 와서 이 여자가 시바를 좋아하게 만들어도 소용없잖아.

에라, 모르겠다.

남은 화살을 자신의 심장에 꽂아버리는 사랑의 신 카마.

 

샤리야르가 세하라를 위해 지었다는,

사랑의 신 '카마'와 파괴의 신 '시바'의 이야기를 세하라에게 들려주는 샤리야르.

시바의 아바타(신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 혹은 그 인간. 온라인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아바타란 말의 원래 뜻이다)와 카마의 아바타가 인간계에 환생하여 이루게되는 사랑이야기는 왠지 전에 세하라가 샤리야르에게 들려준 소크라테스 이야기에 대한 대답인 듯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샤리야르의 진심과 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세하라가 알아채지 못할 리 없지!

 

알아요.

우리 심장에도 뽑을 수 없는 화살이 박혀버린 거죠?

세하라---

샤리야르님---

처음도 아닌데 왠지 무지 떨린다---

가만 계세요. (키스)

 

처음에는 동생 듀나를 위해서였지요.

그렇지만 저를 궁중시인으로 임명해주신 후로,

점점 샤리야르님에 대해 알아가면서, 샤리야르님에 대한 동정심이 생겼어요.

저 건방지죠?

나라면 폭군이 된 술탄을 예전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도 있었구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 같은 건 모두 다 설명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교만---

그래요, 그건 교만이었어요.

정작 내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그 괴물 같은 감정에---

무방비로 마음을 먹히고 있는 것도 몰랐던 주제에---

그런데 막상 샤리야르님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뜯겨져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어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그저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죠.

이렇게 살아돌아온 샤리야르님을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맴돌고 있답니다.

샤리야르님이 여자에게 입은 마음의 상처로 여자를 싫어하게 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남자인 나를 좋아하게 된 거라면---

시간이 흐르고---

샤리야르님의 마음속 상처가 나으면---

그때도 나를 좋아해줄까?

 

세하라! 사랑한다.(역시 강하고 거침없는 남자야!)

네가 남자건 여자건, 지금 내게 그런 걸 고민할 정도의 여유 따윈 없어.

절박해.

숨이 차도록 절박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

이젠--- 이렇게 너를 만질 수 있는데도 조금도 나아지지가 않아.

남자인 너를 사랑하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그래 난 미쳤는지도 몰라.

분명 어디가 망가져도 한참 망가졌겠지.

그렇지만, 네가 망가진 나를 다시 고쳐 놓으려고 한다면---

그것만은 용서 못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못해요.

그런 건 할 수 없어요.

저도--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져버렸는걸요.

 

절절하다.

 

이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자.

샤리야르는 세하라를 뜨겁게 끌어안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 세상의 절반은 낮,

그 나머지 절반은 밤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낮 동안 군인은 나가 싸우고, 상인은 장사를 하고, 농민은 밭을 갈지요.

하지만 밤이 되면 누구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낮 동안 벌어진 일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것---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밤의 이야기 속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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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재미가 있었고,

여러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들 기말고사 때문에 마음이 바빴는데,

틈틈이 마시는 녹차맛처럼

깔끔, 쌉싸름한 만화였다.

엄마, 이 책도 19세 이상이야?

응--

삼국지 내용 같은데? (아들 녀석이 힐끗 쳐다보고 갔나보다.)

그래도 19세 이상이야, 표지가 빨간 색이잖아!

혼자만 보고 싶은 엄마의 궁색한 변명이었다.

사실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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