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어서

두근두근 내인생 / 김애란

2012. 7. 18. 23:59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일곱에 나를 가졌다.

올해 나는 열일곱이 되었다.

내가 열여덟이 될지, 열아홉이 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누군가의 한 시간이 내겐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 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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